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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슬람최대국 인도네시아에선...

<자카르타 통신> 반미 가열, 메가와티 민주정권 무기력화

이라크에서 미군이 예상박 고전을 거듭하면서 여기(인도네시아)의 외국인들도 안전을 위협 받고 있다, 지난 주에는 흥분한 데모대가 지나가던 택시 안에 타고 있던 외국인을 끌어내려 위협하다가 경찰에 의해 10명이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고, 자카르타 시내의 가장 큰 맥도날드점은 데모대 위협에 아예 셔터를 내렸다. 그곳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으로 인근 일본대사관, 스페인대사관을 지척에 두고 있어 이래저래 위협에 시달리던 곳이었다.

26일에는 싱가포르에 출장차 자카르타 공항에 나갔다가 한숨부터 나왔다. 외국인들이 출국을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호주로 가는 콴타스 항공은 얼마나 많은 승객들이 몰렸던지 항공사 직원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시장통이나 다름 없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신변의 위협에 철수하는 주재원들로 추정됐다. 관광 여행객들이라면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커다란 가방을 카트에 가득 싣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그들 눈빛은 모두 불안함이 역력했다.

다시 자카르타로 돌아오던 토요일 저녁 항공편의 옆 좌석 인니인이 내게 물었다. 지금 자신들의 모습이 외국에 어떻게 비추냐고?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한 그(중국계였고 가톨릭신자라 했다)는 이번 전쟁의 부당성과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했다. 동시에 미국과 그 추종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들어냈다.

그날 저녁 자카르타에서 본 뉴스는 온통 전쟁의 부당성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의 TV가 CNN을 중계하며 동시통역을 해주듯 여기선 알 자지라 방송을 위성으로 받아 동시 통역해 생중계해 준다. 한국에서는 어떤 뉴스가 나오는지 모르나, 여기서는 미군의 그 자랑스런(?) 최신 정밀유도무기가 폭격한 엉뚱한 건물들과, 거기서 다친 아이들의 비명만 TV에 나온다. 게다가 여기서는 잔혹하게 죽은 이라크 민간인들의 시체를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 불똥은 차츰 사방으로 튀어가고 있다. 인니의 이슬람 종교단체는 모든 미국제품의 불매를 선언하고 나섰다. 맥도날드,KFC를 위협하더니 그 영역을 미국 영화로까지 확대했다. 미국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상영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들이 그렇게 하겠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지난번 이라크에 지원병을 모집해 출병하겠다는 FPI(이슬람 수호전선)의 경우 그 배후가 우파 정치세력으로 과거 독재자 수하르토의 추종세력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행패를 부려도 몇몇 행동대원만 체포되고 법정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날 뿐, 그것을 지시한 사람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오히려 그 영향력을 더욱 증대시킨다. 이들은 미국인과 호주인에게 즉시 이 나라를 떠나지 않을 경우, 그 후에 있을 모든 피해의 책임은 외국인 스스로에게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주시만 할뿐 직접적인 통제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자카르타는 반전데모가 아예 일상화돼가고 있고 그 수는 점차 늘어나는 데다가 점차 과격한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런데 이 판에 미국은 그나마 남은 현 메가와티 대통령의 정부 통제력을 아예 무너뜨리려고 작정을 했는지, 이번 전쟁에 대한 지지를 지난주 다시 요구했고, 그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됐다. 과연 그걸 본 시민들이 뭐라 그럴 것 같나?

도대체 미국정부의 관리란 자들은 생각이나 있는 자들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메가와티 대통령을 몰아부쳤다가는 메가와티는 그야말로 군부의 쿠데타에 축출될 수도 있다. 지난 1월 물가인상 때도 성난 군중을 통제하지 못하자 군부에서는 구데타설을 퍼트렸고, 현직 육군참모총장은 "경찰통제권을 다시 군이 회수해 사회질서 유지에 나서야 한다"고 기자들을 모아 놓고 공식 인터뷰까지 했다. 또 군부는 대통령 명령 없이도 계엄령을 행사하고 군대를 임의로 배치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려고 한다. 군이 그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배제하고 군대를 배치하고 계엄령을 발동한다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족히 상상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그 육군참모총장을 해임하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군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군부는 그의 명령을 대통령의 명령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만일 군대가 움직인다면 누가 메가와티를 보호해 줄 수 있을까? 시민말고는 아무도 없다.그럼에도 자칭 민주주의 신봉자라는 미국은 시민과 대통령사이에 갈등을 조장, 지금 어렵게 시작한 인니의 민주화를 말살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난 이라크전 후가 더 걱정이다. 미국은 도덕성이나 국제사회의 반대와는 관계없이 자국민을 속일 수만 있다면 세계의 여론따위는 신경도 안쓸 것이다. 그럴수록 전세계의 시민들은 미국을 적으로 돌릴 것이고, 우리의 정부와 정치인들이 미국 눈치만 보고 질질 끌려다니면 얼마 뒤엔 세계 곳곳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부시와 블레어의 인형과 함께 우리 대통령의 인형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성조기와 함께 태극기도 함께 불태워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난 그런 모습은 죽어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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