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이었다.
당시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개인 소셜미디어에 "오늘 장애인의 날이라 장애인 콜택시가 무료라고 한다. 장애인운동단체는 동정과 시혜의 장애인의 날, 1년 중 하루만 외출하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오늘을 기념한다. 장애인의 날 '콜택시 무료'가 아니라 언제나 어디든 갈 수 있는 때 가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보건의료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필요조건 중 하나인데, 이마저도 충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학술지 <비판사회정책>에 실린 이동영(2019)의 논문은 장애인 가구가 비장애가구에 비해 보건의료 이용에서도 차별 받는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논문은 2015년 한국의료패널 자료에서 장애 가구원이 1명인 792가구의 자료를 활용하여 장애인가구의 욕구와 지불능력 특성에 기반한 본인 부담 보건의료비 지출의 주요 특성을 파악하고, 관련된 요인과 소득탄력성을 분석했다. 소득탄력성이란 소득의 변화에 따른 수요의 변화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늘어나면 상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기 마련이라 소득탄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필수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 소득이 낮아도 반드시 사야 하기에, 소득에 따라 수요에 별 차이가 없고 소득탄력성이 낮게 측정된다.
논문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장애인 가구의 본인부담 보건의료비의 절대적 규모와 상대적 비중은 모두 비장애 가구에 비해 높았다. 장애인 가구가 지출한 본인부담 보건의료비 규모는 월평균 33.59만 원으로 가구 총 소비지출의 약 19.9%에 달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비장애가구의 의료비 지출 비중 6.5%에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 대비 과부담 보건의료비'라는 방식으로 평가해도 마찬가지였다. 소득대비 과부담 보건의료비란 소득에서 필수적 비용으로 간주되는 항목(예컨대 식료품비)을 차감한 나머지 소득 중에서 보건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산출하는 것이다. 그 비중이 30% 혹은 40%를 넘으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간주되는데, 저소득 장애인 가구일수록 이러한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저소득 장애인가구일수록 총 소비에서 보건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소득 대비 과부담 보건의료비에 해당하는 가구가 많아, 이들 가구에 보건의료비가 상당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가구는 비장애 가구에 비해 최하위와 최상위 소득 계층 모두에서 보건의료비의 상대적 비중이 높았다. 하위20%와 상위20% 소득계층의 보건의료비 비중의 상대비는 장애인 가구 2.26배(26.23% 대 11.58%), 비장애가구는 17.69배 (23.0% 대 1.3%)로 장애인 가구에서 격차가 매우 작았다. 즉, 장애인 가구에서는 소득계층 간 보건의료비 비중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다. 논문에서는 이를 '보건의료비가 일정 부분 필수적 성격의 지출일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보건의료비 지출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요인 분석에서는 소득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비장애가구와 마찬가지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보건의료비 지출은 높아졌다. 욕구특성으로는 가구원 수, 가구주, 장애 가구원의 연령, 장애유형, 만성질환 여부 등이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장애인 가구에서 총소득에 대한 의료비 지출의 탄력성은 0.4024로, 비탄력적이라 할 수 있었으며, 소득계층이 낮아질수록 비탄력성이 증가했다. 장애인 가구에서 소득계층에 따른 보건의료비 지출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소득 비탄력적이라는 점은 장애인 가구에서 보건의료서비스의 필수재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와 2016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주관적 건강평가에서 건강이 '나쁘다'라고 응답한 장애인의 비율은 50.2%에 달했다. 비장애인의 18.4%에 비하면 약 2.7배나 높다. 또한 '현재 3개월 이상 앓고 있는 만성질환이 있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79.3%로 객관적 건강상태 역시 좋지 않았다. 본인이 원하는데 병의원에 가지 못한 이유에는 경제적 사유(39.2%)가 첫 번째로 꼽혔고, 의료기관까지 이동의 불편함이 25.0%로 두 번째였다.
이처럼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보건의료에 대한 요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필수재 성격의 의료이용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장애'의 복잡성과 보건의료 환경의 복잡성으로 인해 이 문제의 해결이 쉽지는 않다. 게다가 갈수록 심해지는 의료의 상업화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전체 보건의료 환경과 사회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데, 장애인의 삶과 건강만 좋아질 리 만무하다. 반대로 장애인의 삶과 건강이 좋아지지 않는데, 나머지 사회만 더 나은 방향으로 갈 리도 없다. 2018년 5월부터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운영 중이다. 문재인케어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노력도 로드맵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오늘 소개한 논문이 2015년의 상황을 담고 있었다면, 이제는 조금씩 나아진 결과들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비용 측면에서든, 물리적 접근성 측면에서든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이 확대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장애인의 목소리가 보다 넓게, 깊이 반영되는 것이 이 문제를 개선하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 서지정보
이동영(2019), 장애인가구의 본인부담 보건의료비지출의 결정요인 및 소득탄력도 분석, 비판사회정책 67. pp15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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