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을 보내며…
내가 속한 장애인부모연대는 '2015년 발달장애인법을 시행했지만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무력화되었다'며 작년에 이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장애인 가족들이 작년 '발달장애인 종합대책'의 하나로 수립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개인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해 허울뿐이라고 비판하면서 복지부 로비에서 철야 농성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장애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4월에도 잔인한 뉴스가 들려와 중증의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또 한 번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40년간 돌봐 온 자폐증 아들을 살해한 60대 모친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기사다. 어머니에게 살해당한 자폐성 장애인은 20년간 정신병원에서 약물로 통제되어 왔고, 행동 문제로 인해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사건의 책임이 오롯이 피고인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을 두고 있는데도 '충분한 지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았다.
법리적으로는 국가의 책임이기에 살해한 부모를 선처하는 판결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이 있었다면, 충분한 지원이 있었다면, 그의 억울한 죽음과 가족의 고통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충분한 지원을!
발달장애 국가책임은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려는 인권적 철학에 토대를 두어야 가능하다. 장애 정도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충분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맞춰 예산도 편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미있는 낮 활동을 지원하는 주간활동서비스는 기본형이 하루 4시간, 확장형이 5.5시간만 이용 가능한데, 이 정도로는 의미 있는 낮 시간 활동이 어렵다. 심지어 주간활동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시간을 차감하는 문제도 지닌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여 차별적이기도 하다.
정부는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하고 심각한 장애와 가벼운 장애에 대해 서비스를 구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책 역시 충분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최중증의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만큼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그것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에 충분한지 판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원예산을 줄이는데 급급한 현재의 서비스 판정 제도는 개혁되어야 한다.
충분한 지원이 없다 보니, 최중증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특수학교 사회복무 요원에 의한 장애학생 폭행, 교육기관에서 일어난 교사에 의한 폭행에서 침해자들은 당사자들의 장애가 심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였다. 예를 들어 장애학생에 대한 수업을 포기하고 사회복무요원에서 맡긴 특수교사는 폭행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 행동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학생을 기피하고 방임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도, 학생의 행동 문제 때문이라고 전가하였다.
최중증의 발달장애인을 차별하고 침해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억압적 태도와 그릇된 사고 때문이다. 또한 충분한 지원이 부족할 때, 당사자들의 사회적 역할 가치를 훼손하는 그릇된 사고와 억압적 구조가 만들어진다. 의사능력이 부족하고 행동 문제가 있는 중증의 자폐성 장애인이 특히 침해를 받기 쉽다. 부디 정부는 모든 발달장애인을 위한 충분한 지원을 통해 국가책임을 실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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