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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한복판에서 다시, 아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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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한복판에서 다시, 아침을 생각한다"

[RevoluSong] 바드(Bard)의 <아침이 오면>

희망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한때는 희망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어 절대 의심하지 말아야 하는 절대적 존재라고 생각했다. 지금 현실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자고 할 때, 지금은 잘 안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잘 될 거라고 믿는 낙관, 그 낙관의 신념이 바로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희망은 강철 같은 신념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희망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만약 지금이 어렵다고 부정하고 멀리서 올 내일만을 기다린다면, 오늘의 고난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일 뿐 결국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희망을 진정 희망으로 믿는다는 것은 내일 반드시 더 잘 될 거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고단하고 팍팍한 오늘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오늘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고 사유한다는 것일 것이다. 결과로서의 희망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희망의 자세가 아닐까.

다들 대통령이 바뀌고 정말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하고 나빠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칭찬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이들의 희망은 올해 지자체 선거와 2012년 대선 때가 되어서만 비로소 확인될 수 있는 것일까? 그때까지 우리는 지금처럼 안하무인 제멋대로의 정치를 계속 견뎌야 하겠지만, 희망은 그렇게 한방에 세상이 바뀌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많은 문제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여전히 낮은 진보정당의 지지율을 두고, 희망을 말한다고 할 때, 희망은 이런 문제들이 선거를 통해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문제들을 껴안고 오늘도 묵묵히 고민하고 움직이고 싸우는 모든 사람들의 모든 노력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한결 같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묵묵히 견디며, 어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올바름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것. 바로 그것이 희망의 씨앗이며 과정이며 희망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터넷에서만 발끈하고 댓글로만 진보를 이야기하는 '입 진보'가 아니라, 오늘의 불의와 불평등에 대해 더 많은 이들과 이야기하고 더 많은 행동으로 움직이는 '진짜 진보'가 되어야 한다. 그 전에 필요한 것은 오늘의 이 어두움을 넘어가겠다는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희망은 선함이며 간절함이고 절박함이다.

한 사람의 선함과 간절함과 절박함은 비록 아무 것도 아닐지 몰라도, 모든 것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변화는 어려운 이론과 논쟁에서 출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늘의 문제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고 하는 간절한 마음과 노력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인터넷의 댓글로 이렇게 저렇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시시비비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삶의 현장에서 '생활형 진보'로 진화하고, 더 많은 이들과 공부하고 연대하고 조직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현실은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아이리쉬 포크 밴드 바드(Bard). ⓒEsthero

아이리쉬 포크 밴드 바드(Bard)의 곡 <아침이 오면>을 들으며 떠올린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한 마디의 가사도 없는 연주 음악을 들으며 너무 거창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바드는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를 깊이 고민하는 밴드이며, 2008년 촛불 집회와 2009년 음악인 선언을 비롯한 이런 저런 자리에서 그 곱고 선한 의지를 드러냈던 밴드이기 때문이다.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모았던 박혜리를 중심으로 한국에서는 드물게 아이리쉬 포크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 바드는 소극장과 클럽, 축제 현장 등에서 공연하며 이미 많은 음악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좋은 밴드이다. 이들은 민중 가수들처럼 늘 세상의 문제를 노래하지는 않지만, 선한 마음이 가득 담긴 음악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밝혀주고 있다.

이들이 [Revolusong]에 발표하기 위해 녹음해서 보내준 <아침이 오면>은 제목과 연주 모두에서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곡은 <별빛을 따라 어둠속을 걸으며>의 slip jig 와 <해를 기다리다> 의 reel, 두 곡으로 구성된 음악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아이리쉬 휘슬의 고운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느리고 완만하게 흘러가며 밝은 멜로디를 들려주고 천천히 리듬을 탄다. 여러 번의 자연스러운 리듬 변화를 거쳐서야 도달하는 5분 쯤의 발랄한 리듬감은 그 자체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매력이 넘친다.

이들의 마음처럼 잔잔하게 시작된 멜로디가 차츰 빨라지고 흥겨워지는 모습은, 흡사 우리의 간절한 마음과 노력이 느리지만 좋은 파장으로 이어져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올 수 있다며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음악은, 희망의 눈부신 결과만큼 느리고 한결같은 우리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듯하다.

그래서 이 음악을 들으면 다시 우리의 희망, 우리의 아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게 된다. 이 작고 낮고 느리고 따뜻한 음악의 감동과 기운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꼭 닿았으면 좋겠다. 바드의 리더 박혜리가 보내온 편지를 덧붙인다.



"춥고 긴 밤, 가장 어두운 시간에 별은 더욱 밝게 빛납니다. 그래서 해를 간절히 기다리는 긴 시간에도 우리는 두려움 없이 어둠 속을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습니다. 깊은 산 속에서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외로운 밤이 있었습니다. 같은 바람으로 촛불이 되어 함께 지새우던 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해는 다시 떠오릅니다. 근심과 한숨, 절망과 억울함에 잠 못 이루던 시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런 아침을 기다리며 만든 곡입니다. 밤하늘 별들처럼 서로를 비춰주며 위로해주는 우리이기를 꿈꾸어 봅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매주 화, 목요일 <프레시안>을 통해서 발표될 이번 릴레이 음악 발표를 통해서 독자들은 당대 뮤지션의 날카로운 비판을 최고의 음악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다시 음악으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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