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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연대'의 개혁 합심 큰 의미...앞으로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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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연대'의 개혁 합심 큰 의미...앞으로 변수는?

패스트트랙은 시작에 불과, 개혁 완료까지 '첩첩산중

극심한 진통을 겪은 끝에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5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레일에 올랐다. 닷새간 회의장을 봉쇄한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여야 4당이 힘을 합친 결과다.

패스트트랙은 말 그대로 발의된 안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절차의 시작이다. 최장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의 종착역을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는 없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던 정치세력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첫 번째 정치개혁‧검찰개혁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87년 체제의 핵심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온 선거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분적으로나마 도입함으로써 민심을 보다 정확하게 의석에 반영할 수 있도록 바뀔 수 있는 물꼬를 텄다.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권력, 국회의원 등이 대상에서 빠졌지만,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고위 공직자들의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는 기틀도 놓았다. 다만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법안과 바른미래당의 독자 법안(권은희 법안)이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됨으로써 향후 여야 4당 내부에서도 이견을 좁혀야 할 과제를 남겼다.

총선 룰을 바꾸는 문제 등이 완전한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패스트트랙이라는 비상 수단이 가동된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은 법안 내용보다 패스트트랙이라는 절차적 문제를 들어 반대에 앞장섰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은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썼던 지난 18대 국회 말 여야 합의로 마련한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보장하는 합법적 절차다. 이를 통하지 않고는 내년 총선부터 개정 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는 점에서 불가피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특히 여야 4당은 지난해 연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등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을 합의해놓고도 약속이 지켜지지 못한 데에는 한국당의 '사보타주'가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한국당은 선거제도를 변경하는 문제는 합의 처리가 관행적 원칙이었던 만큼, 제1야당을 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는 원천 무효라는 주장이다. 패스트트랙을 "좌파 독재 플랜"이라고 규정한 한국당은 곧 장외 투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이 가동되면 남은 20대 국회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한 이상, 4월 임시국회는 물론이고 패스트트랙 후폭풍에 휘말린 국회는 한동안 정상화가 어려워 보인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이 가동됐지만, 발의된 법안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제출된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은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어든다. 현재로선 어느 지역이 통폐합될지 미지수이지만, 지역구를 내놓아야 하는 28명의 현역 의원들이 막판에 대거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본회의 표결 시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검경조정안 순으로 처리키로 합의한 만큼, 선거법 개정안이 부결되면 다른 패키지 개혁법안들도 연쇄적으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본회의 표결이 기명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에서 각 정당과 개별 의원들이 개혁법안 부결로 인한 후폭풍을 고려해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바른미래당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를 피해 원내 제3당으로 존속할 수 있느냐도 변수다. 기존의 당 진로 갈등에 패스트트랙 추진을 위한 사법개혁특위 소속 위원 사보임 논란까지 겪은 바른미래당은 한동안 극심한 내분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은 연동형 비례제와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법 개정을 전제로 내년 총선에서도 의미 있는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데다, 해외 체류 중인 안철수 의원의 복귀설도 점쳐지는 등 당분간 지도체제 논란은 악화일로에 접어들 전망이다.

패스트트랙이 완료돼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도 전에 바른미래당이 갈라질 경우, 여야 4당 공조 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려 본회의 표결 전망은 어두워진다.

이런 비관론을 극복하고 선거개혁과 검찰개혁을 완수할 책임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가장 크게 돌아간다. 패스트트랙 후폭풍 정국을 수습하고 여야 공조를 유지하는 한편, 한국당을 향해서도 대치 정국을 해소하기 위한 폭넓은 정치력이 발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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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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