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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시설관리공단은 대기업형 개발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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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시설관리공단은 대기업형 개발을 중단하라

[진보논평] 경의선 공유지, 시민에게 돌려줘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정치권, 관료 집단, 언론권력, 학문권력, 독점재벌, 금융자본, 부동산자본 등 다양한 적폐집단과 소수 권력층이 권력, 자원, 지식, 공간을 끊임없이 사유화하면서 서민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윤 추구를 위한 공간의 사유화와 투기적 도시개발은 주거비와 임대료 폭등, 강제철거와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불행과 재난을 일상적으로 야기하여, 서민들의 삶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여 국정을 농단했던 박근혜 정권이 시민들의 촛불혁명에 의해 쫓겨나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지만, 권력과 자원과 지식과 공간을 독점적으로 사유화하여 부를 축적하고 권위적 권력을 행사하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대한민국의 현 체제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며 서민들의 삶을 옭아매고 있다.

학술 연구자들도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사유화 체제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연구자들의 생산활동과 그 생산물 자체인 지식이 신자유주의화와 더불어 사유화, 상품화되는 현상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식의 공유화운동, 이를 통한 우리 사회의 혁신적 변혁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학술운동, 지식인 운동을 위해, 지난 1월, 대학 안과 바깥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시민과 함께 하는 연구자의 집'을 조직하였다.

이 새로운 학술 운동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심각한 위기 앞에 근본적 성찰과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존 교수/연구자와 지식인들의 한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였다. 지금의 대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의 상아탑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전락하였다. 엘리트주의, 학벌주의, 권위주의, 그리고 분과학문적 폐쇄성에 빠진 기존의 지식생산체계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탈정치화되고 탈가치화된 지식만을 생산하고 있다. 기업화된 대학에서 학내 민주주의와 학문 공동체는 파괴되었으며, 비정규 교수/연구자들의 값싼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의집' 추진 주체들이 지향하는 것은 실천적 아카데미즘의 복원이다.

즉, 교수/연구자들이 사회문제와 일상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실천하며, 이를 바탕으로 대학, 학문, 그리고 지식의 생산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학술활동이 더 이상 일부 대학의 엘리트 교수와 학자들에 의해 독점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시민들이 학술과 진리 탐구의 주체이며, 이들이 자유롭게 탐구하고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연구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방향성 속에서 '연구자의집' 추진 주체들은 그들의 공간적 거점을 구축함에 있어서, 경의선공유지에서 투기적 도시개발에 저항하고 도시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벌어지고 있는 공유지 운동과 연대하기로 결정하였다. 즉, 공덕역 경의선공유지에 컨테이너로 된 이동식 임시 건물을 설치하여, 시민들과 더불어 지식을 공유하고 확산하며 현실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스스로 모색하고 실험하는 지식커먼즈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소박한 계획은 지난 4월 17일과 18일, 공덕역 경의선공유지에 국가기관에 의해 번개처럼 쳐진 잿빛 철거막과 재난지역을 알리는 테이프, 합판으로 급조된 약 2미터 높이의 흉물스런 가림막에 의해 막혀졌다. '연구자의집' 추진주체들이 컨테이너 건축물을 놓기 위한 바닥구조물을 설치하자 마자, 마포구청과 철도시설관리공단이 나타나 그 바닥구조물 주위로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울타리를 치고 국유재산에 대한 허가없는 사용을 금한다는 위압적인 경고문을 붙이고 사라졌다.

사실 서울에서 경의선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2005년 경의선 일부 구간이 지하화되면서 공터로 변한 그 지상구간에 대해 철도부지의 관리주체인 철도시설관리공단은 공원화와 대규모 상업적 재개발을 추진하였고, 이는 인근 지역에서 극심한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유발하였다. 이러한 대재앙이 경의선 부지에서 벌어지는 와중에 그나마 다행히도 공덕역 바로 옆의 경의선 부지는 아직 미개발된 채로 남겨졌는데, 이곳에 여러 시민주체들이 모여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을 조직해 활동하면서, 공덕역 경의선 부지에 대한 공유지의 가치에 기반한 대안적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국유지인 경의선 부지에 대한 행정적 관리권한을 가지고 있는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이 미개발된 경의선 부지 마저 대기업 중심의 상업적 개발을 통해 이윤을 얻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12년 7월 공덕역 옆 경의선 부지를 영리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주)이랜드월드와 협약을 체결하고 특수목적법인인 이랜드공덕(주)를 설립하였다. 하지만, 협약 체결 후 거의 7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뚜렷한 개발 행위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공덕역 옆 경의선 부지는 공터로 방치되어 왔다. 공덕역 옆 경의선 부지에 자발적으로 모인 다양한 시민주체들은 지난 몇 년간 포용과 공유의 가치에 기반한 대안적 활용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들은 방치된 경의선 공유지를 시민장터, 철거민들의 임시거처, 강연장, 놀이터로 사용하면서,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 바꾸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 부지에 대한 행정적 관리권한을 가진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이 부지마저 상업적으로 개발해 이윤을 얻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자치적 활동을 지원하고 도와주기는커녕, 국유지에 대한 무단 점거를 근거로 지속적인 방해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23일 오전, 이러한 상황에 항의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경의선 공유지에서 열렸다. '시민과 함께 하는 연구자의 집',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문화연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은 '공덕역 옆 경의선 부지의 공유적 사용을 촉구하는 시민과 연구자들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철도시설관리공단은 공덕역 경의선 부지의 대기업 중심 개발을 중단하고, 경의선 부지를 시민들의 공유 공간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였다. 이들은 철도시설재원 마련이라는 이유가 공공가치를 훼손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여 지역상권을 파괴하는 철도부지에 대한 기업형 개발을 정당화해 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철도시설관리공단이 '연구자의집' 컨테이너가 들어설 공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 것을 비판하며, 국유지의 주인은 모든 국민이며, 철도시설관리공단은 단지 그 땅의 행정적 관리 주체일 뿐인데, 그러한 국유지를 보다 공유적으로 활용해보자고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주체들에게 어찌 사유지 주인과 같이 행동하느냐며 분노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철도시설관리공단이 진정으로 공익을 위해 경의선 부지를 활용하려 한다면, 계약만 체결하고 장기간 아무런 개발 행위를 하지 않아 국유지를 빈 공터로 방치한 이랜드공덕을 앞세운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자발적 의지로 스스로 자원과 시간을 쏟아 활동하는 시민주체들과 협력해 경의선 부지의 대안적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공덕역 옆 경의선 부지의 행정관할권을 가진 마포구에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에 대한 감시와 방해를 중단하고, 경의선 부지의 대안적 활용을 위한 방안 모색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였다. 더불어, 서울시에 대해서도 '공유도시'와 '사회혁신'을 부르짖으면서도 경의선 공유지에서 지속된 갈등에 대해서는 모른척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경의선 부지의 마지막 공유지가 더 이상 투기적 개발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경의선공유지의 공공적 활용을 위한 시민들의 노력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하였다.

이처럼 현재 경의선공유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기관과 시민주체들과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사유의 이데올로기가 어느 정도로 지배적인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철도 부지인 국유지를 관리하는 행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국유지가 과연 충분히 공익과 공유의 가치에 부합되게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지배적 문법은 모든 국민이 주인인 국유지마저도 그 관리주체들에 의해 사유지의 논리로 개발되고 사용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철도시설재원 마련이라는 이유로 초고층 건물을 짖는 수익형 개발행위 통해 국유지를 사유화하는 것이 더 공익에 부합하는가, 아니면 다양한 시민들이 공유와 포용의 가치 하에 지식과 공간을 공유하고 나누며 서로의 삶의 보듬어 주는 활동을 하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더 공익에 부합하는가? 일부 과두적 권력에 의한 지식, 공간, 자원에 대한 사유화가 서민들을 절망의 벼랑으로 몰아가고 사회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이 때, 우리의 삶과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 무엇인지 묻는 근본적 성찰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해 보인다.

(박배근 교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입니다.)

▲ ⓒ배성인

▲ ⓒ배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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