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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과 그린스펀, 월가 두 거물의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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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과 그린스펀, 월가 두 거물의 격돌

버핏,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살상무기"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워렌 버핏이 ‘금융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하고 나섰다. 금명간 금융계에 초대형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다.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살상무기"**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버핏이 최근 자신의 투자자들에 보내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파생상품이라는 금융기법이 세계시장의 안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버핏은 보고서를 통해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살상무기”라면서 “지금은 그 위험성이 잠재돼 있지만 장차 치명적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미국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ed) 의장의 지론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린스펀은 “파생상품 거래가 늘어나면서 일부 시장에서 일련의 손실이 초래할 금융위기를 증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감소시켜 왔다”는 소신을 펴왔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지난해 말 “지난 몇 년간 힘겨운 시기 동안 파생상품은 25년전과 비교해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이며 탄력있는 금융시스템 발전에 기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린스펀의 옹호에 힘입어 파생상품은 금융규제의 사각지대로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파생상품 시장규모는 지난 90년 3조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상반기현재 전해에 비해 15% 늘어난 1백28조달러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운용사인 J.P 모건 체이스 은행의 경우 장부상 계약고만 27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규모가 커지면서 사고도 잇따랐다. 95년 영국의 베어링은행이 파생상품을 취급하다가 하루아침에 파산했으며 98년에는 미국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파산해 세계경제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2001년 미국의 거대에너지기업 엔론의 파산을 들 수 있다.

파생상품에서 한 번 사고가 터지면 초대형이라는 점에서 금융규제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번번히 그린스펀의 반대로 무산됐다.

WP는 "최근에도 미 캘리포니아 전력위기 사태 때 엔론이 전력가격을 조작하는데 파생상품을 이용했다고 주장해온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이 에너지 파생상품 규제법안을 제출하기도 했으나 아직 의회나 미연준의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전했다.

***"파생상품은 양날의 칼"**

금융계의 현인들로 존경받는 그린스펀과 버핏이 파생상품에 대해 대립각을 보이자 균형점을 찾으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금융 싱크탱크인 파생상품연구센터의 랜달 도드 소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버핏과 그린스펀 모두 옳다”면서 “규제받지 않는 파생상품은 불가결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매우 큰 잠재적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재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파생상품은 양날의 칼과 같다”면서 “파생상품은 위험관리에 매우 유용하지만 경제전체를 잠재적인 금융시장 붕괴에 노출시키는 새로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핏도 파생상품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매각 시점에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옥수수 농부가 그 위험부담을 기꺼이 안으려는 사람에게 미리 현재가격으로 팔아 위험을 회피하는 식의 기본적인 선물계약 같은 것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옥처럼 들어가기는 쉬우나 빠져나오기는 불가능"**

그러나 버핏이 파생상품에 대해 극도의 우려감을 갖게 된 것은 개인적인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제너럴 리라는 재보험사를 매입하면서 동시에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제너럴 리 증권사를 같이 인수했다. 그러나 파생상품 거래에 위험을 크게 느끼면서 지난해 1월 제널럴 리 증권을 매각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최근 다시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버핏은 “사실 재보험과 파생상품은 비슷하다. 지옥처럼 들어가기는 쉬운 데 빠져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근심을 토로했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에 따르면 제너럴 리 증권이 취급하는 파생상품에는 통신회사 같은 기업이 파산할 경우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서는 것같은 신용리스크 스왑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연준 위원을 지낸 조지 워싱턴대의 수전 필립스 교수는 “버핏은 파생상품의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면서 “파생상품은 전문가들이 다루는 것”이라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비판을 버핏의 능력부족 탓으로 돌렸다. 파생상품을 옹호하는 금융전문가들은 “10년전에 비해 위험관리력, 시장감독, 주요금융기관들의 포트폴리오 구성 등이 발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렌 버핏이 경고하듯 파생상품이 투자액의 수십배를 투입할 수 있는 고난도의 머니게임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소수의 대형딜러가 시장을 지배하고 이들은 또다시 일반금융사나 기업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단 한 곳이 파산에 이르면 시장 전체가 거의 동시에 무너지는 가공할 사태가 벌어질 위험성은 상존한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버핏의 경고는 지금 세계자본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를 말해주는 경고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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