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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르츠방크 등 '유럽은행 위기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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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르츠방크 등 '유럽은행 위기설' 확산

파생금융상품 큰 손실 이어 대출손실도 눈덩이

유럽 주요 은행들이 주식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특히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독일 3대 은행중 하나인 코메르츠방크는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주가는 7일(현지시간) 5.70유로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18년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65%가 빠진 것이다.

***코메르츠방크, 환투기로 큰 손실 의혹**

코메르츠방크의 최근 주가 폭락은 이메일 한통 때문에 야기됐다. 지난 4일 미국 메릴린치증권 직원 명의로 "최근 시장에는 코메르츠방크가 파생금융상품 거래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실상을 알려달라"는 요지의 이메일이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전달된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폭락이 시작된 것이다.

판돈의 최고 20배까지 거래할 수 있는 위험한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는 만큼 코메르츠방크가 입은 정확한 손실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이같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즉각 코메르츠방크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치를 '부정적'으로 1단계 낮췄다. 시장에서는 코메르츠방크가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의 천문학적 손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며 자본도 잠식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처럼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코메르츠방크는 서둘러 불끄기에 나섰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코메르츠방크 고위관계자가 유동성 위기설을 부인하면서 자본잠식을 보완하기 위한 증자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메르츠방크를 바라보는 투자가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코메르츠방크는 올해 대출손실 규모만 당초 예상치(11억유로)를 웃도는 13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미 전체 인력의 12%에 해당하는 4천5백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코메르츠방크는 지난 98년 우리나라 외환.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1천~2천원에 불과하던 외환은행 주식을 액면가 5천원에 사들이며 두차례에 걸쳐 외환은행 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 외환위기 극복에 큰 도움을 주었던 은행이다. 당시 미국의 시티그룹은 외환은행 주식을 주당 1달러에 사들이겠다는 제안을 낸 반면, 코메르츠방크는 한국의 장래를 믿고 액면가로 투자해 '유럽대륙계 금융기관은 다르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와의 관계가 남다른 코메르츠방크가 안타깝게도 지금 주가가 18년전 수준으로 폭락하는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크레디 스위스 등도 위기 봉착**

위기에 처한 것은 코메르츠방크뿐이 아니다.

스위스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 스위스도 자본잠식이 심해 자본확충을 위한 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9년반 이래 최저치로 주가가 떨어졌으며, 특히 최근 사흘동안에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날아갔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크레디 스위스의 신용등급전망치도 '중립'에서 '부정적'으로 1단계 낮추었다.

그밖에 UBS와 ABN암로, 크레디 아그리콜 등 유럽 은행들 역시 은행주 폭락장세에서 예외가 못되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이처럼 패닉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독일 등 유럽의 경제가 극심한 실물경제 침체에 빠지면서 주가가 폭락, 막대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올랐던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담보 대출을 해온 이들 은행의 대출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코메르츠방크 같은 독일 은행의 경우 일본은행들처럼 대기업들과 지분을 교차소유하고 있는 점이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키르히 미디어 등 독일 간판급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 데다가 주가하락으로 평가손실마저 눈덩이처럼 커지자, 연말 결산을 앞두고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경제축의 하나인 독일등 유럽의 은행들이 지금 겪고 있는 위기는 자칫 작금의 위기가 세계공황적 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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