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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 꺼내든 미국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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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한미군 감축' 꺼내든 미국의 속내는?

<심층분석> 저자세 대응은 금물, 전화위복 계기 삼아야

주한미군 재배치 형식을 빌은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 방침이 미국 정부에 의해 공식화됐다.

***럼스펠드, "한강이북 미 육군 후방배치하면서 일부 감축"**

미국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한국과 독일 등에 배치된 미군의 재배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위를 보증하는 가운데 서울과 비무장지대(DMZ) 지역에서 상당수 병력을 이동시키고 해군과 공군력에 더욱 중점을 두는 쪽으로 검토할 것이며, 병력이동 능력 개선에 따라 일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럼스펠드는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국정부의 협력 아래 검토될 수 있다”며 “한국의 새 대통령이 우리와 관계를 검토하고 그것을 재조정하자고 제안해 나는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이전에는 독자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했었으며, 지금도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이 몇달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럼스펠드는 “우선 나는 많은 병력을 서울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도록 하고, 향후 병력 배치가 공군력과 해군력에 보다 중점이 두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병력의 기동능력이 향상되면서 일부 병력이 귀국하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고 말해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을 시사했다.

그는 "이 문제에 관한 한미 양국간 논의가 노 당선자의 방미 초청때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 "반미감정에다가 전쟁발발시 주한미군 피해 최소화 위한 대책"**

워싱턴포스트는 14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럼스펠드 장관이 북핵사태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미 상원 국방위에서 그같은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한미간 긴장은 최근 주한미군 범죄를 둘러싼 양국간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다만 "럼스펠드는 미 국방부가 독일 주둔 미군을 포함해 전세계에 주둔중인 미군병력을 총체적으로 재점검, 병력 재배치와 감축을 종합 검토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이 검토되고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4일 “럼스펠드의 주한미군 재배치 발언은 한국내 반미감정에다 북한 혹은 그밖의 적에 의한 기지 위치 노출에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워싱턴 D.C에 소재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반도안보 전문가 데렉 미첼의 분석을 인용, "미국은 한국내 미군기지가 북한 또는 다른 적들의 미사일 공격 등에 점점 노출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며 수도권과 비무장지대(DMZ)부근에 집중된 병력을 수도권 이남으로 후방배치하고 일부 공중 및 해상방위력을 강화하는 등의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신문은 또 “럼스펠드의 병력 재배치 혹은 '감축' 발언은 주한미군 문제가 첨예의 관심사가 돼있는 한국내 여론을 자극하게 될 것”이면서 “미 국방부 관리들은 한국내 반미확산에 대응해 미군배치를 은밀히 재고해왔다”고 전했다.

***럼스펠드, 노무현 당선자특사에게 이미 통고**

럼스펠드의 이번 발언은 '주한미군의 감축' 방침을 최초로 공론화한 것으로 주목된다. 미국은 이미 노무현 새 정부측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노무현 당선자의 특사자격으로 방미했던 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일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방미 기간중 럼스펠드와의 회동때 “철수나 감축 등과 관련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용산기지 이전 등에 관한 내용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었다.

정대철 위원은 이날“미국 방문 당일인 2일 새벽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급하게 집으로 찾아와 ‘럼스펠드 장관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 한가운데 있는 기지를 이전해 도시 발전을 돕고 반미 가능성을 되도록 줄여 한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차원에서 제기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보다 진실에 가까운 얘기를 전한 이는 정 위원과 동행했던 추미애 민주당 의원으로, 추의원은 “럼스펠드 장관이 (주한미군의 기지 이전은) 한국 방어능력의 변화나 축소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고, 정 단장이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럼스펠드는 방미한 정대철 단장 등에게 분명한 미국정부 방침을 전달했다. 용산 미8군등 한강이북에 배치돼 있는 주한 2사단의 상당 병력을 평택이하로 이전시키겠으며, 향후 주한미군은 오산,군산 등의 미7공군을 중심으로 구축한다는 것이 럼스펠드가 통고한 방침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3만7천여명의 주한미군중 육군 비중은 줄이고 공군과 해군력을 보강하는 쪽으로 주한미군의 내용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2차 북핵위기때 제기된 '정치압박 카드'**

이같은 미국의 주한미군 재구성 방침은 이미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추진돼온 것으로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한 예로 91년 미국은 용산 미8군의 서울밖 이전 의지를 밝혔고, 대전과 계룡산 일대가 이전기지로 거명되기까지 했다. 미국은 당시 이전비용 1백억달러(우리돈 12조원)를 한국측이 전담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이 계획은 그러나 93~94년 제1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면서 추진력을 잃고 순연되다가 노무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측에 의해 공론화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미국의 이번 주한미군 감축 통고는 그러나 제2차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제기됐다는 점에서 군사적 의미 이외의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주한미군 가운데 육군의 감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전은 91년의 걸프전이나 지난해의 아프간전에서 볼 수 있듯, 첨단 전자병기로 무장한 공군.해군력이 중심이 되고 있다. 육군은 마무리 수순에나 투입되는 병력이다. 따라서 미국은 냉전종식후 이같은 전략에 기초해 현재 80여개국에 배치돼 있는 해외미군의 재배치를 추진해왔고, 주한미군도 같은 구도하에서 이미 오래 전에 육군의 감축이 기정사실화됐다.

더욱 9.11테러로 미국본토에 대한 방어력 강화가 시급한 사안이 되면서, 미국은 해외주둔 육군의 본토소환 및 본토방어력 강화를 기본전략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가 제2 북핵위기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예민한 시점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모종의 '정치적 함의'를 담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예로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현재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독일에 대해서도 현재 주둔중인 7만1천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압박을 노골적으로 가하고 있다. 미군을 정치적 압박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런 맥락에서 럼스펠드의 이번 주한미군 감축 발언은 미국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무력사용'까지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북핵해법에 정면 반대하는 노무현 새정부에 대한 압박카드 가운데 하나가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저자세 대응은 금물**

배경이 무엇이었든 간에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방침을 공론화함에 따라 이 문제는 향후 한미간 주요현안이 되고, 오는 4월로 예정된 체니 미부통령의 방한, 미국측이 늦어도 5월이내에 갖자는 노무현 당선자의 방미 및 한미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 주한미군 감축 방침에 대해 국내는 물론, 주변국들의 반응도 민감하다. 한 예로 일본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한 럼스펠드 발언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일본 외무성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일본도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그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확한 진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향후 국내에서도 정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국내 보수언론들은 주한미군 감축을 노무현 당선자의 '아마추어적 외교' 결과로 몰아부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한 상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주한미군 감축은 막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저자세로 접근할 경우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은 전체 국익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갈 위험이 크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예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1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전망을 했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MD(미사일방어) 참여를 강요하면서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MD에 참여하지 않으면 주한미국을 주둔시킬 수 없다'고 협박할 거다. 한국이 MD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도 사실상 한발 들여놓은 상태고 노무현 정부도 그런 압박을 전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세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실익은 없고 미군산복합체의 배만 불려줄뿐이라는 경고다.

다행인 것은 노무현 당선자 진영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20년간 살아 누구보다 미 군산복합체를 잘 알고 있는 민주당 신주류 김경재 의원은 13일 밤 주한미군 철수를 주제로 열린 '손석희 1백분 토론'에서 "개인적으로 미 군산복합체에게만 득이 되는 MD 가입에 절대 반대하고 노무현 당선자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의원은 이어 "미국이 스스로의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을 줄이기로 했다면 우리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줄일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을 계기로 우리의 자주국방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주체적으로 반전시켜야**

주한미군은 이미 현재 오산기지를 확장하는 동시에 지하화하는 등 주한미군을 공군 및 해군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요컨대 주한미군 가운데 육군 병력은 줄이더라도 동북아에서의 미국 패권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전력은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게 미국의 속내이자 메시지인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미국의 전략을 정확히 읽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도리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선 주한 미8군등의 한강이남 이전에 따른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미국은 91년 협상당시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 1백억달러의 이전 비용 전담을 요구했었다. 노당선자는 이에 대해 대선기간중 "10조원이 들더라도 용산기지를 이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현재 용산기지가 85만여평으로 주변시가로 계산할 때 최소한 10조원이상의 값어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지상군 숫자가 줄어들면 이전비용은 그에 비례해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음으로 김경재 의원도 주장했듯, 주한미군 감축은 우리의 자주국방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군을 재편할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군 관계자들은 현재 미군에게 97%를 의존하고 있는 정보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문하고 있다. 눈 뜬 장님 꼴인 작금의 정보력 의존현상을 근원적으로 타개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끊임없이 주한미군 철수 압박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대응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는 호기일 수도 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막연한 공포감이 아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냉철한 외교력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게 지금 노무현 당선자에게 주어진 또하나의 역사적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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