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잊혀진 두명의 한국 스파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잊혀진 두명의 한국 스파이(?)

이영돈 PD 저서에서 '미국의 음모' 주장

FBI가 최근 한 재미교포를 북한간첩 혐의로 체포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내에서 간첩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재미교포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거의 잊혀진 데이빗 장과 로버트 김, 두 사건이 미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깐 억지수사의 결과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KBS TV '추적 60분'의 이영돈 책임PD 겸 MC는 최근 출간한 <미국 환상깨기>(지상사 刊)라는 저서에서 자신이 현지에서 취재한 두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있다. 다음은 '미국인들의 이중잣대-강한 나라에는 약하게, 약한 나라에는 강하게'라는 부제가 붙은 글에서 이영돈 PD가 밝힌 두 사건의 진실이다. 편집자 주

***사건 1) 데이빗 장**

뉴욕에서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건너자마자 나타나는 포트리란 마을이 있다. 뉴저지에서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곳이다. 이곳에 한인이 운영하는 포트리 힐튼 호텔이 있다. 뉴욕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은 맨해튼 32번가의 스탠포드 호텔과 이 힐튼 호텔에 많이 묵는다.

지금은 파산했지만 이 호텔의 주인은 한국사람인 데이빗 장이었다. 현재 데이빗 장은 불법 정치자금 공여와 관련돼 감옥에 가 있다. 그런데 데이빗 장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연방 상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던 로버트 토리첼리 상원의원(민주당, 뉴저지)은 단순경고를 받는 데 그쳤다.

데이빗 장과 토리첼리 그리고 미국검찰과 법원, 의회 등이 엮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뉴욕 중앙일보의 박종원 기자는 "미국은 정말 웃기는 나라"라며 실소를 금치 못한다.

데이빗 장은 1996년 토리첼리가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아 2002년 5월에 1년 6월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데이빗 장이 토리첼리에게 준 돈이 분명히 불법 선거자금이라면 왜 준 사람만 감옥에 가야 하나. 준 사람은 범죄자고 받은 사람은 범죄자가 아니란 말인가?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993년을 전후해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북한의 핵개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정계와 언론의 매파들은 영변 폭격설을 흘리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됐다. 미국은 전쟁을 가정하고 주한미군 가족들을 수송하려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전쟁불가론을 내세운 김영삼 대통령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을 다루는 데 채찍(강경정책)을 포기하고 당근(유화정책)을 사용하기로 했고, 이 결과 나온 것이 핵발전소 건설 포기를 전제로 한 경수로 및 대체연료로서의 중유 제공, 그리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물품의 수출 허용을 골자로 한 제네바 핵합의였다.

데이빗 장은 이때 클린턴 대통령의 유화 손짓을 진실로 믿고 연방 상원의 승인을 얻어 북한 쌀 수천톤을 수출했다. 북한은 쌀 수입대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데이빗 장은 상무부와 토리첼리 등 정치인에게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탄원을 했다.

곧이어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다시 채찍으로 널뛰기를 하자 상무부는 북한에 쌀을 보낸 데이빗 장을 '불순인물'로 점찍었고 FBI와 검찰은 데이빗 장과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

FBI는 뉴저지 주 잉글우드에 있는 데이빗 장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가져다 조사하고 비서를 체포해 신문했을 뿐만 아니라, 데이빗 장과 거래관계에 있던 LG 미주지사까지 수색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고, 신문들도 연일 데이빗 장과 토리첼리를 두들겼다. 토리첼리는 계속해서 장씨로부터 선물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고, 장씨는 토리첼리를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상원 윤리위원회가 뉴저지주 잉글우드의 토리첼리 자택으로 보내진 1천8백77달러(2백25만원 정도)짜리 도시바 프로젝트 TV세트 대금을 장씨가 지불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장씨가 상원의원에게 3천8백16달러(4백58만원 정도)짜리 시계도 제공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빗 장은 처음에는 범죄 혐의를 부인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의 행동을 자백하면서 검찰측과 협상을 벌였다. 법정은 데이빗 장에게 1년 6월이라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쌀값도 못받고, 사업 망가지고, 일생일대의 망신을 당한 풍운아 데이빗 장은 감옥으로 갔다. 하지만 토리첼리 상원의원은 여전히 활동중이다.

군력의 힘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어디에서나 불쌍한 것은 힘없는 서민들일뿐이다. 만일에 데이빗 장이 백인이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북한에서 못받은 쌀 대금은 상무부 대외협력처에서 확실히 받아줄 것이고, 안 주면 외교갈등으로가지 번지게 된다. 토리첼리도 처벌을 받든지 아니면 둘 다 처벌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이래저래 소수민족이 살기에는 살벌한 곳이다.

***사건 2) 로버트 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또다른 한국사람이 있다.

본명 김채곤(1940년생), 미국명 로버트 김. 전 국회의원 김상영씨의 4남1녀중 장남으로, 전 국민회의 김성곤 의원의 맏형이며 경기고와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 퍼듀 공대를 거쳐 같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그는 1968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1974년 시민권을 획득한 후 1975년부터 미 해군정보국에서 근무해왔다.

1996년 9월24일 FBI는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김씨를 구속하게 된다. FBI의 김씨 구속이유는 미국의 국가기밀을 빼내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의 해군무관에게 넘겨줬다는 혐의, 즉 '간첩 및 간첩음모혐의'이다. 로버트 김은 1심에서 9년형을 선고받은 후 연방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1999년 9월 이를 기각했다.

당시 FBI는 로버트 김이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기밀을 한국측에 넘겨줬다고 주장했으나, 김씨와 변호인들은 기밀이라기보다는 우방국 한국이 알아도 될만한 통상적인 자료였다고 반박했다.

나는 2000년말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로버트 김을 만났다. 그는 3년간의 수형생활에 지친듯 힘이 없어보였다. 해군첩보대에서 나온 2명의 수사관이 옆에 지켜서서 인터뷰 내용을 녹음하는 등 철저하게 감시했다. 인터뷰도 그들의 요구에 따라 영어로 진행됐다. 김씨는 자신의 행위가 미국의 안보에 저해됐다는 죄목을 부정해 나갔다.

무엇이 로버트 김을 간첩으로 만들었는가?

내가 취재한 바로는 로버트 김은 한국정부에 고용된 스파이가 아니다. 스파이라면 자신의 주소가 적힌 봉투에 문서를 넣어 보내거나 자신의 사무실 팩스와 전화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FBI 수사관이 말했듯이 스파이 장비들, 예를 들어 비밀통신기구, 비밀통장, 암호문, 지도, 비밀접촉장소, 가짜신분증 등 자신의 활동을 철저히 감추기 위한 장비들을 이용했을 것이다. 김씨가 이용한 것은 자신의 자동차, 가방, 우표, 봉투뿐이다.

이는 로버트 김이 미국 아보를 위협할 범죄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한 신문이 언급했듯이 '치밀함과 거리가 먼 3류 스파이'인 셈이다. 로버트 김이 한국대사관 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건네준 첩보란 것도 대부분 북한에 관한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미국 국방기밀은 없었으며, 이미 언론이나 외국에 공개된 것을 정리해 놓은 수준에 불과했다. 정보가 부족한 모국을 도와주고 싶은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한 개인적 차원의 어리석은 행동이었을 뿐이다.

나는 취재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백동일 대령과 로버트 김은 미 해군정보국의 군무원으로 같은 한국사람끼리 자연스럽게 만났다. 그 과정에서 로버트 김은 해군정보국의 위상과 자신의 역량을 과장되게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을 가시적으로 표시하기 위해 정보를 빼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보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안보를 위협할 정도의 특급정보는 아니다. 그런 정보라면 김씨가 백 대령에게 건네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절도 사건 수준이다.

하지만 당시 CIA와 FBI는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으로의 정보 누출에 초비상이 걸려있는 상태였다. 결국 로비트 김은 향후 잠재적 스파이활동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의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사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간첩행위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법집행을 엄격히 한다. 많은 사람들이 로버트 김에 대해 한국정부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대통령이 한마디만 한다면 형이 감해질 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좀도둑(?)'에 대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는 미국 국내법의 잘못된 집행 문제다. 한국과 미국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종차별적인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미국 법집행 기관의 잘못이다. 우리는 우선 법 집행을 잘못한 미국 법집행기관에 대한 항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로버트 김을 만났을 때 안경 너머로 보이던 그의 아련한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 눈 속에는 조국이란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결국은 한국인일 수밖에 없는 것은 로버트 김이 타고난 숙명일지 모른다. 로버트 김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의 분노는 미국 정부를 향한 것이어야 한다.

'로버트 김, 우리는 아직도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