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라는 이름 때문에 매우 빼어난 음악적 성과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지 못함에도, 당대의 음악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록 밴드들 가운데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밴드 가운데 하나였던 더 플라스틱 데이의 곡이다. 매우 뛰어난 앨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알리는데 소극적이어서 극소수의 청자만이 알아본, 그래서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앨범 '30 Seconds Between The Dreamer And The Realist'에 수록된 곡이다.
▲ 더 플라스틱 데이(The Plastic Day). ⓒ더플라스틱데이 |
강렬한 기타 연주의 리프로 시작되는 곡이 담고 있는 가사는 단 네 줄뿐.
"너무 많은 허가가 내 눈을 묶어놓았어. 나는 이 병신 미치광이 같은 정부를 믿지 않아. 내 지난날의 과거를 보면 내가 절대 이 병신같은 규칙들을 따르지 않을거라는 걸 알 수 있을거야"
이렇게 소리치는 노래 가사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물었을 때, 밴드의 보컬이자 리더인 신선호는 "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 같은 비리가 터지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걸 보면서 이 노래를 썼다"고만 짧게 답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노래 <It's A Government Land>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알아차리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가 매력적인 것은 단지 숨겨진 무림 최고수 같은 인디 밴드가 정치에 대해 말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구성한 10분 11초의 '쌩쌩한' 에너지 때문이다. 겨우 3인조에 불과한 밴드가 복고적인 록큰롤의 질감에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증폭하고, 인상적인 리프를 던져놓으며 곡을 시작해 곡의 도입부에서 이미 가사를 토해낸 다음, 나머지 6분을 자유분방한 연주력으로 끌고 나가며 폭주하는 사이키델릭 록의 매력을 아낌없이 선보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더욱 강해지는 사운드의 쟁투와 곡 중반 의미심장한 드러밍, 그리고 곡의 말미에서 일변하는 결말까지 모두 현재 한국 록의 절정을 보여준다고 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곡이기 때문이다.
여느 민중 가요처럼 오늘의 문제를 낱낱이 열거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방식으로 분노를 토하고 선동하는 이 곡은 한국의 록이 독창적인 장르 언어와 장쾌한 연주력, 그리고 문제적인 메시지를 함께 결합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곡의 어느 부분을 떼어놓고 들어도 생생하고 독창적인 에너지가 묻어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곡 덕분에 [Revolusong]의 온도는 더욱 뜨거워진다. 보컬 신선호는 곡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을 때 "모두들 좋은 철학과 함께 흔들림 없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삶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만을 덧붙였다. 반했다면 기억할 일이고, 좋다면 반복해서 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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