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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에 침뱉기를 그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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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 얼굴에 침뱉기를 그만 하라"

지명관 선생이 '언론과 정치권에 보내는 고언'

국내의 대표적 석학중 한 분인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의 지명관 소장(79)이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언론과 정치권에 대해 대승적 자세의 해결책 모색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제 얼굴에 침뱉기를 그만 하라"**

지 소장은 4일 각 언론사와 여야 대표에게 보낸 성명을 통해 "현대상선을 통해 2천2백35억원을 북에 보냈다, 그것은 6.15 만남을 위한 공작금이고 노벨평화상을 위한 욕심 때문이다 운운하는 식의 싸움을 어서 중지하자"며 "이것은 우리 얼굴에 침을 뱉고 나라를 위해서나 남북관계를 위해서나 정말 민족을 위해서나 제 얼굴에 침뱉기이며, 이것은 정쟁이 도구가 될 수 없고 신문 등에 떠들어대서 확대시켜 좋을 일이 아니며, 새 정권을 괴롭힐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지 소장은 이어 "한나라당은 이 국가적 민족적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언론은 좋은 읽을거리가 생겼다고 떠들기만 한다면 나라와 민족은 어디로 가겠느냐"며 야당 공세와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를 질책한 뒤 "조용히 고도한 정치적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소장은 "지난날의 서독이 통일 전 얼마나 많은 돈을 동독을 위하여 썼는지 조사해 보시기 바란다"며 "이런 것이 분단 조국의 비극이고 우리의 경우는 그것을 숨어서 해야 하는 것이니 더욱 비극"이라고 말했다.

지 소장은 이어 "통치행위니 뭐니 하고 떠들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아픔이고 비극이라고 생각하면서 눈물 흘리며 다시는 없기를 기약하면 어떻겠냐. 그리고 정말 합리적으로 우리끼리는 대화하면서 이런 아픔의 현실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뇌하면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지 소장의 이같은 성명은 최근 대북송금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냉전회귀적 움직임에 대한 우려와 고뇌의 산물로 해석돼, 앞으로 사회 각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국민에게는 대선후보보다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

지명관 소장은 팔십 평생을 민족자존을 위해 싸워온 한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유명하다.

지 소장은 지난 72년 '10월 유신' 직후 한국정치 현실에 염증을 느끼며 도일(渡日)한 뒤 20여년간 도쿄여대 교수를 지낸 '일본연구 1세대'로 일본 한 복판에서 일본의 역사왜곡과 외로운 싸움을 펼쳐왔다.1991년에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도쿄고등법원에 증인으로 나와 일제 잔학행위 등의 삭제를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일문화교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일부 방송사가 행한 국내 드라마의 일본어 대사 방영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 소장은 한나라당의 색깔공세가 한창이던 대선직전인 지난해 11월21일 강만길 상지대총장 등 사회원로 22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국을 우려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도처에서 냉전 근본주의자들과 극단적 세력이 되살아나는 듯한 상황을 바라보며, 반민주적 망령의 부활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민주주의에서 반민주주의로, 남북간 화해와 협력에서 갈등의 길목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만큼 반민주·반통일 세력을 상대로 한 제2의 민주화운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또 "대선 후보들은 우리 국민 속에 그들보다 훨씬 뛰어난 식견과 능력, 양심을 가진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들도 민주·화해·통일의 아름다운 미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선언에는 강만길 상지대 총장, 고은 시인,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김영호 경북대 교수, 김용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 김윤수 민예총 이사장, 김윤옥 정신대 대책위원회 상임대표, 김태준 동국대 교수, 김태진 출판협회 부회장, 신경림 시인, 염무웅 문학평론가, 이상희 한성대 이사장, 이오덕 국어학자, 이이화 역사학자, 조성숙 동아투위 위원장, 지명관 한림대 교수, 한완상 한성대 총장, 홍근수 목사 등이 참석했었다.

지명관 소장은 현재 제16대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장으로 임명돼 취임사를 작성중이다. 지 소장은 준비위원장에 임명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후보와는 단 한차례 15분가량 만난 적이 있을뿐"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지명관 소장의 성명 전문이다.

***지명관 소장의 '제2 지식인 선언'**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고 나서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다른 방도가 없어 이렇게 호소합니다. 「오늘의 정국을 우려하는」 제2의 지식인 선언을 내야하겠으나 그럴 시간 여유가 없어 지난 2002년 11월 21일 「오늘의 정국을 우려하는 지식인 선언」 발기인 및 서명자를 대표하여 여기 호소함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대상선을 통해 2235억원을 북에 보냈다. 그것은 6.15 만남을 위한 공작금이고 노벨평화상을 위한 욕심 때문이다 운운하는 식의 싸움을 어서 중지합시다. 이것은 우리 얼굴에 침을 뱉고 나라를 위해서나 남북관계를 위해서나 정말 민족을 위해서나 제 얼굴에 침뱉기입니다. 이것은 정쟁이 도구가 될 수 없고 신문 등에 떠들어대서 확대시켜 좋을 일이 아닙니다. 새 정권을 괴롭힐 일도 아닙니다. 금후 조용히 고도한 정치적 협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지난번 부정선거가 있다고 고소를 했을 때 또 잘못 나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할 장소가 없었습니다. 미국의 지난 선거를 보지 않았습니까. 새 당선자가 야당과 만나고 야당 대표를 찾아갈 때 그러면 우리도 새 시대를 함께 만들기 위해 고소를 취하하겠다하는 정도의 금도(襟度)를 보이는 것이 정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가지고 장차 비판 공격할 일 있다고 하면 또 그럴 줄 알 때 야당답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패자로서 승복할 줄 모르는 추함을 끌고, 패배의 원한을 끌고 다니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입니까.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좋다고 이 국가적 민족적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입니까. 그리고 언론은 좋은 읽을 거리가 생겼다고 떠들기만 한다면 나라와 민족은 어디로 가겠습니까. 지난날의 서독이 통일 전 얼마나 많은 돈을 동독을 위하여 썼는지 조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것이 분단 조국의 비극이고 우리의 경우는 그것을 숨어서 해야하는 것이니 더욱 비극 아니겠습니까. 통치행위니 뭐니 하고 떠들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아픔이고 비극이라고 생각하면서 눈물 흘리며 다시는 없기를 기약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정말 합리적으로 우리끼리는 대화하면서 이런 아픔의 현실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뇌하면 어떻겠습니까. 정쟁이 일어나면 끝이 없이 에스커레이트하는 풍토를 걱정해서 하는 말입니다.

잠 못 이루는 밤 말씀이 격해진 것 있으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엎드려 호소합니다. 한국정치의 한차원 높은 단계를 기원하면서, 그것을 위해 고언(苦言)을 정하는 언론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시끄럽게 해드려 매우 죄송합니다.


2003년 2월 4일 새벽
「오늘의 정국을 우려하는 지식인 선언」 서명자를 대표하여
池 明 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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