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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용성 상의회장 퇴진 놓고 노사 대립

재계, "여기서 밀리면 재계 발언권 약화된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의 거취가 마침내 공론화됐다.

노동계 단체들로 구성된 두산재벌 노조탄압 규탄·노동열사 고 배달호동지 분신사망 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혹독한 노동탄압으로 50대 노동자를 분신자살로 몰아넣은 두산재벌 박용성 회장을 이 시대 가장 부끄러운 한국 기업인의 대명사로 규정하며, 한국 기업인을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에서 즉각 퇴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이날 "분신사망 대책위원회의 주장에 대한 대한상의 입장"이라는 반박문에서 "개별기업의 노사문제로 발생한 일에 대해 대한상의 회장의 책임을 묻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 문제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 발발후 대한상의 차원에서 보인 최초의 대응이다.

이같은 대응에 대해 분신대책위는 "국제적으로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 수장으로 자신의 사업장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계속 머물 수 있다는 것이냐"면서 "궁색한 논리로 불똥을 끄기에만 여념이 없다"고 반박했다.

***"배달호씨 분신후 아직 조화도 안 보냈다"**

분식대책위의 대변인 역을 맡고 있는 손낙구 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14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노동단체의 대표가 불미스러운 일을 했다면 상식적으로 외부에서 퇴진하라는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대한상의 일은 회원사끼리 결정할 문제이며 노동계에서 퇴진 운운할 수 없다는 대한상의측 주장은 어불설성"이라고 반박했다.

손 실장은 "박용성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재벌개혁과 노사정책에 대해 강성발언으로 일관, 불필요한 정.재계 갈등을 조장해온 인물"이라면서 "이제 노동계에서 두산에 대한 불매운동 등 대대적인 항의시위가 벌어질 텐데 해외수주를 많이 하는 사업장의 경영주로서 수신제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외국에 한국기업들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동계는 박용성 회장과 두산중공업 경영진의 행태에 대해 인간적인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두산중공업에서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배달호(50) 씨가 분신자살한 지 6일이 지난 14일까지 공식적인 유감 표명조차 없고 조화도 보내지 않았으며 이들을 대표하는 문상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손 실장은 "박용성 회장은 과거 두산 유리 등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노조를 제압한 경험을 너무 믿고 대기업 노조를 대했다"면서 "10여년의 역사를 지닌 두산중공업 노조를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꺾어버리려 한 것이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야기한 만큼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자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박회장 물러나면 재계 발언권 약화" 우려**

한편 재계에서는 대한상의가 이처럼 박용성 회장 방어에 적극 나선 것은 대한상의 차원에서뿐 아니라 재계 차원에서도 박회장이 계속 존재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구조본 관계자는 "박 회장은 5개 경제단체장 중에서 유일한 대기업 오너로서 그동안 소신있게 재계의 목소리를 내온 인사"라며 "새 정부 출범기라는 미묘한 시점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온 박 회장이 퇴진할 경우 재계의 발언권이 약화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서로 안 맡으려 하는만큼 박회장의 존재는 더없이 귀하다"며 "이번에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은 물론 오는 5월 임기가 차더라도 다시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노동계가 박용성 회장의 퇴진을 주요 요구조건중 하나로 내걸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박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노사간 힘겨루기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문 전문**

1. 지난 9일 발생한 두산중공업 노조원 고 배달호 씨 분신자살 사건은 두산재벌 총수 박용성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노동탄압이 얼마나 악랄하고 비열한 인간이하의 만행이었는지를 온 세상에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우리는 혹독한 노동탄압으로 50대 노동자를 분신자살로 몰아넣은 두산재벌 박용성 회장을 이 시대 가장 부끄러운 한국 기업인의 대명사로 규정하며, 한국 기업인을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에서 즉각 퇴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박회장이 퇴진하지 않는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박회장 퇴진 운동과 두산제품 불매운동은 물론, 국제노동 인권단체와 연대하여 박회장이 갖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국제유도협회 회장·국제상업협회 부회장 직함 박탈을 위한 국제연대운동도 불사하겠다.
아울러 우리는 재벌개혁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노무현 새정부와 정치권에게도 두산재벌이 자산가치 5조원의 한국중공업을 3천억이라는 헐값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의혹에 대해 특검제를 도입해 진상규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박회장이 불법 재산상속을 저지르며 족벌경영을 일삼고 있는 엄연한 범죄사실에 대해 새정부 국정과제인 재벌개혁 차원에서 일벌백계의 엄한 조치를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 두산재벌 박용성 회장은 한국 기업가를 대표하는 상의 회장은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국제유도협회 회장(IJF), 세계상업협회(ICC) 부회장 감투를 겸직하며 화끈한 화법과 튀는 행동을 구사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거물이나 된 듯이 행세해왔다.
박회장은 그 동안 재벌의 문어발 경영을 찬양하며 주5일근무제를 반대하고 촛불시위 중단을 강변했으며, 쌀 수입 개방을 촉구하고 백두대간을 파괴해 스키장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연말엔 매일경제에 거액을 지원해 노조운동 매도 기획기사를 싣게 하고, 올해 초 노무현 당선자의 재벌개혁에 저항하는 재계의 집단행동을 주도해왔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로 재벌천국을 꿈꾸는 박회장의 기업경영은 혹독한 백화점식 노동탄압 그 자체였으며 노동자들을 숨쉬기도 어려운 극도의 불안상태로 내몰았다. 두산재벌은 2000년 말 한국중공업을 헐값에 특혜 인수한 후 이듬해 3월 노동자 1천200여명을 내쫓은 것도 모자라 사사건건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 소사장제 도입을 강요해 2001년 임단협 교섭을 파행으로 몰고 갔고, 2002년에는 합법적인 산별교섭 거부·시민단체 중재안 거부·단체협약 일방해지 등 사상초유의 강경조치로 노조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뿐만 아니라 노조간부 18명을 해고하는 등 89명을 징계하고 60여명을 고소고발해 20여명을 감옥으로 보내고 수배시킨 것도 모자라, 60여명에게 총 78억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청구해 임금과 퇴직금은 물론 사는 집과 재산까지 가압류하는 비열하고 악랄한 탄압을 거듭했다. 고 배달호 씨는 박회장의 가혹한 노동탄압에 대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두산"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있다. 박회장은 이 순간까지 배달호 씨의 원한 맺힌 죽음에 대해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조화 한 송이 문상 한 번 보내지 않고 있다.
악랄한 재벌의 대명사요, 부끄러운 기업인을 대표하는 두산재벌 총수 박용성 회장이 어떻게 한국기업인을 대표하는 대한상의 회장 자격이 있으며, 세계 130개국 기업인을 대표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대화도 타협도 관용도 포용도 거부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노동탄압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어떻게 '정정당당'을 생명으로 하는 올림픽 위원 자격이 있으며 전 세계 유도인의 대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3. 두산재벌의 한국중공업 헐값 인수와 그 뒤 2년에 걸친 혹독한 노동탄압은 숱한 의혹에 싸인 채 진상규명을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5조원이 넘는 국민재산이며 알짜배기인 공기업이 누구의 누구를 위한 어떤 특혜를 거쳐 10분의 1도 되지 않는 3천억이라는 헐값으로 두산재벌에게 넘어갔는가? 노무현 새정부와 정치권은 두산의 한중 인수 문제를 김대중 정권 시대 대표적인 특혜의혹으로 선정하고 특검제를 도입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또한 이미 박용성 회장이 족벌경영을 위해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한 편법 재산상속을 꾀한 데 대해서도 불법행위를 가려 재벌개혁 차원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2년 동안 노동자들이 숨도 쉬기 힘든 혹독한 노동탄압에 시달려왔고 결국 노동자 분신자살이라는 참극을 빚기까지 이 나라의 검경과 법원, 노동행정을 책임지는 노동부는 도대체 눈 뜬 장님이었단 말인가. 창원지역 검경과 법원은 지난 2년 동안 두산재벌의 파수꾼이었으며, 노동부는 노조의 수많은 요청을 묵살하고 재벌 앞에 설설 기며 그 흔한 특별근로감독 한 번 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김대중 정권의 각 부처와 노무현 새정부의 인수위 차원에서라도 특별근로감독을 비롯한 즉각적인 조치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 여야 정치권은 재벌 눈치보기를 그만하고 즉각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파견하고, 상임위를 소집해 이 문제를 책임있게 다뤄야 한다.

4. 박회장은 30대 초반에 한국중공업에 들어와 20여 년 꽃다운 청춘을 바친 늙은 노동자가 아내와 사랑하는 두 딸을 뒤로 한 채 몸을 불사르며 남기고 간 유서를 찬찬히 읽고 진심으로 회개하기 바란다. 우리는 재벌개혁 차원에서 두산재벌과 끝까지 싸우겠다. 박회장은 유족과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과하고 대한상의 회장 자리에서 즉각 퇴진한 뒤 해고자 복직, 손배 가압류 취하 등 두산중공업 노사관계 현안문제를 직접 해결하라. 만약 이번 노동자 분신사건에서도 악랄한 자본가의 고집을 부린다면 우리는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은 물론이고 전 국민적인 두산제품 불매운동과 박회장의 국제기구 직함을 박탈하기 위한 국제연대운동도 불사할 것이다.

2003년 1월 14일

두산재벌 노조탄압 규탄·노동열사 고 배달호동지 분신사망 대책위원회

***'분신사망 대책위원회의 주장에 대한 대한상의 입장' 전문**

최근 발생한 두산중공업 노조원의 분신사망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이번 사건은 두산중공업의 내부적인 일로 두산중공업 노사관계속에서 원만히 해결되고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노동자 단체로 구성된 '분신사망 대책위원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의 거취문제에 대해 거론하고 있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온당치 못한 주장이다.

대한상의 회장의 거취에 관한 사항은 오직 대한상의 회원만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더구나 개별기업의 노사문제로 발생한 일에 대해 대한상의 회장의 책임을 묻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 문제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노동자단체에서 노동운동이라는 명목아래 적지않은 불법행위를 벌였지만 사용자단체에서 노동자단체 대표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거론한 적이 없다.

분신사망 대책위원회는 이같은 사실을 유념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데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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