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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전경련 통폐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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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전경련 통폐합론'

대한상의, 경총 등 난립하며 기업에 準조세 강요

지난해 9월12일의 일이다. 김재철 무역협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경제 단체가 너무 많아 재계의 의견 수렴이 일원화되지 않고 있다"며 "경제단체는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한국에 경제단체가 워낙 많다보니 하나의 사안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갈등이 빚어질 소지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중국의 경우 대한상의, 경총, 무역협회, KOTRA 등의 기능이 결합된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경제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재계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대안까지 거론했다. 당시 발언은 주5일 근무제 등을 둘러싸고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며 주도권 다툼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로부터 넉달이 지난 최근 재계 안팎에서 다시금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나 되는 비슷비슷한 경제단체들을 통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통합론은 지난 10일 전경련의 대변인격인 김석중 상무의 '사회주의'발언 파문을 계기로 물밑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경련은 한국에만 있는 재벌총수 클럽**

전경련은 지난해 8월 사실상의 산하단체인 자유기업원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체가 의무적으로 상의에 가입토록 한 것은 경제단체간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다"면서 대한상의의 존립 근거인 대한상공회의소 법 폐지를 주장, 대한상의를 흡수합병하려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경련이 오히려 역풍에 몰리는 형국이다.

'전경련 무용론(無用論)'은 IMF사태직후 강하게 제기됐었다.
전경련은 박정희 군사쿠데타 직후인 지난 61년 설립됐다. 전경련은 재계의 필요보다는 박정희 정권의 필요에 따라 설립된 측면이 강하다. 한정된 재원을 재벌에게 집중배분해 단기간에 집중성장을 하려는 개발플랜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경련을 통해 재계를 통제하려는 의도도 깔려있었다.

그러나 그후 재벌이 급성장하면서 전경련은 점차 재벌그룹의 사적 클럽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다가 IMF사태로 재벌이 국내외 투자가들의 개혁대상 1순위로 꼽히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DJ정부는 초기에 재벌개혁 차원에서 전경련 해체까지 검토했었다.

재계내에서도 "외국 대다수의 나라에서처럼 더이상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가 재계의 수석기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한 예로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은 지난 2000년 5월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앞으로 경제단체를 나열할 때 대한상의를 맨 앞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주장에 따르면, 전경련은 경제단체 연합체가 아니라 '재벌총수들의 사적 모임체'에 불과하다. 특히 대우 김우중 회장이 국민에게 80조원의 부담을 안기고 쓰러지는 등 한국경제에 입힌 재벌의 폐혜가 심각한 것이 드러난만큼 재계의 맏형자리는 외국에서처럼 대한상의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전경련보다는 ICC(국제상업회의소)를 중심으로 1백30여개국과 연결된 대한상의가 국내외적 대표성을 갖추고 있다. 외국에서도 한국 기업체를 대표하는 단체는 대한상의로 알고 있고, 전경련에 대해서는 존재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 요컨대 전경련은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과 함께 재벌시스템이 있는 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경제단체라는 것이다.

***재벌들도 전경련 효용성에 대해 갸우뚱**

최근 들어서는 전경련의 효용성에 대한 재벌총수들의 시선도 많이 바뀌고 있다. 한 예로 이건희 삼성 회장, 구본무 LG회장, 정몽구 핸대차 회장 등 소위 '재계빅3'부터 전경련에 깊숙히 연계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거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경련은 4백여개 회원사로부터 회비를 거둬 4백여억원의 예산으로 운영하는 체제이나, 몇 년전 상위 재벌그룹이 회비를 내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내달 6일로 예정된 차기회장 선출에서도 이건희 회장은 13일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가 아예 20일 출국일정을 잡아 놓았고, 구본무 LG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도 난색을 표시하기란 마찬가지다.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 고위 관계자도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한다는 설명에 대해 "전경련이 어떻게 재계를 대표하느냐"고 반문하며 사실상 전경련의 무용론을 강조했다. 정부.재계간 갈등을 부추겨 오히려 개별기업에 짐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주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는 노무현 당선자의 주요 재벌개혁정책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혀 재계와 인수위간 불편한 관계를 촉발한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에 대한 성토가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단체 통합은 시대적 추세**

재계에서는 최근의 김석중 상무의 '사회주의' 파문을 계기로, "차제에 대한상의, 경총과 사실상 중복기능을 하고 있는 전경련을 이들 단체와 함께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30여년간 전경련이 실질적인 재계 대표 역할을 맡아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13일"5대 단체중 유일하게 민간 임의단체인 전경련에 대해 외부에서 존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면서 전경련 통폐합 주장 거론 자체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일본에서는 전경련과 경총에 해당하는 게이단롄과 니케이롄(日經連)이 2002년 5월 게이단롄으로 통합됐다. 일본의 경우는 10년 불황 동안 노동계 세력이 약화돼 그동안 노총의 맞상대 역할을 해온 니케이렌의 기능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통합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사문제가 아직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만큼 일본과 약간 사정은 다르나, 차제에 기업들에게 '준(準)조세' 성격을 강요하고 있는 여러 경제단체를 하나로 통합해 명실상부한 재계의 대변기구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빠르게 힘을 얻어가고 있는 추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다른 단체의 존폐에 대해 말하기는 곤란한 입장이지만 전경련이 재벌체제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만큼 다른 경제단체와 합병 등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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