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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증권 대형 미수사고, 신뢰 위기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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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LG증권 대형 미수사고, 신뢰 위기로 번져

사고 알고도 LG증권 주식 매각 의혹

LG증권과 대신증권에서 잇따라 대형 ‘미수(未收) 사고’가 발생해 증권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단순 거래로는 증권사 지점에서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무시한 무리한 영업이 마침내 사고로 이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증권사들마다 돌아가며 대형사고를 냈지만 이번 사건은 해외법인에서 일어난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증권업계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작전세력에 놀아난 흔적**

이번 사건들은 지난 8월 델타정보 사건의 ‘해외판’이라는 시각이다. 델타정보 사건은 대우증권에 있는 국내기관투자자의 계좌를 도용해 대우증권 직원이 작전세력의 지시를 받아 대량의 매수주문을 내 시세차익을 노린 주가조작사례다.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량을 받아주는 대상을 찾는 것인데 델타정보 사건 이후 기관투자자 계좌들에 대한 내부통제가 강화되니까 외국인 계좌를 이용해 해외에서 물량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이 작전의 대상이 되었는지 여부는 아직 조사중이나, 이들 외국인들이 코스닥 등록기업인 가야전자에 대해서는 주가조작에 나선 것으로 금감원과 코스닥위원회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외국인 투자자들 중 7명이 가야전자의 주요주주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이 지난 8월 이후 시세조종을 한 혐의가 적발됐다는 것이다.

코스닥위에 따르면 가야전자는 지난 8월 6일까지 외국인 지분이 전혀 없었으나 8월 7일 이후 외국인들이 매입에 나서 10월 29일에는 지분율이 27.84%까지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 선호 주식을 뒤따라 사는 추종매매를 보였고 이 외국인들도 서로 짜고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는 8월 7일 3천1백원에서 같은달 28일 6천4백50원까지 두 배로 뛰었다는 것.

가야전자가 11월22일 공시한 주요주주 지분현황에 나타난 EASTWEST(4.9%), FOXFIELD(4.8%), MGDI(4.9%), CAVENDISH(1.3%), ARBINE(4.5%), CAVEND(2.2%), O RIENT(4.2%) 등 외국인투자자 7명은 금감원 조사결과 이번 LG증권 미수사고를 낸 12개 계좌 개설자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증권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작전세력들이 통제가 허술한 해외계좌까지 동원한 흔적이 역력하다”면서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하지 않으면 증권사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LG투자증권의 경우 홍콩법인을 통해 계좌를 개설한 외국인투자자가 1천7백억원대의 주식을 외상으로 사놓고 결제하지 않았다. 기관투자가는 증거금이 없는 ‘깡통계좌’로도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제도적 허점과 증권사의 관리소홀로 해외계좌는 언제든지 ‘작전동원 가능한 계좌’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홍콩 현지법인 관리계좌인 ‘OZ캐피탈’ 등 외국인투자자(국내 작전세력이 만든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농후)들이 지난 11~13일 각각 1개씩 개설한 12개 계좌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 1천7백억원 어치(47만8690주)를 매수한 뒤 결제하지 않았다.

LG증권은 사고가 난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을 자사상품으로 사들이고, 82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이와 함께 LG증권은 OZ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LG전자 6만2천4백주와 가야 전자 40만2천주를 강제 매도했다. 이 때문에 가야전자는 16~17 일 이틀동안 10% 이상 폭락했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이번 사건의 피해는 일반투자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또한 홍콩현지법인은 사고를 낸 외국인들에게 결제용으로 42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밝혀져 이번 사건으로 인한 즉각적인 손실은 1백24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인이 작전을 감행할 경우 외국인을 가장해 투자할 길이 열려있다. 국내 투자를 위해서는 금융감독원 등록만으로 가능하고, 금감원은 서면으로만 신고를 받기 때문에 투자자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약정경쟁에 내몰린 증권사의 고객 관리는 더욱 허술하다. LG증권은 사고를 낸 외국인에게 위탁증거금을 100% 면제받는 법인계좌를 개설해줬고, 그동안 수조원대의 국내 주식이 외상으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대우증권 기관계좌 도용사건 직후 법인계좌도 신용도에 따라 증거금을 받도록 권고했지만 LG증권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 홍콩 법인에서 발생한 사건도 LG증권과 비슷하다. 금감원은 18일 “대신증권 홍콩법인 7개 계좌에서도 지난 12~13일 매매자금 미결제로 22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 사건도 LG증권과 주체들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미수사고 알고도 LG증권 주식 매각 의혹**

피해를 본 증권사들은 일단 이번 사건을 단순 미수사고로 축소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그렇게 보지 않는 증권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리스크 관리’ 실패도 문제지만 사고가 터진 후 보여준 증권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돈을 다루는 기관은 신용이 생명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LG증권은 미수사고가 터진 후 LG그룹 계열사가 보유중인 LG증권 주식들을 투신운용사들에 매각했다. 이에 대해 LG증권측은 “미수사고와 관계없이 예정된 거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 대해 투신권은 발끈했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LG증권이 17일 오후 갑자기 계열사 보유주식을 주당 1천원씩 할인해줄테니 인수하라고 제의했다"며 "LG측이 홍콩 현지법인의 미수사고를 알고도 이같은 거래를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시 LG증권 주가가 1만6천원대였다는 점으로 볼 때 미수사고를 의식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거래조건이었지다. 대투운용 등 일부 투신사가 수십만주 규모를 각각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기도 했지만 상당수 투신사들이 인수를 거절하는 바람에 LG증권은 지분처리에 어려움을 겪다가 보험 및 기타법인 등에 주로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증권 주식을 인수한 한 투신사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수십만주 규모를 받았다가 18일 오전중 손실을 감수하고 모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목숨은 신뢰인데, 투명하지 못한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LG증권이 홍콩 미수사고를 알고도 수수료를 챙겨가며 자기 회사 주식 매매를 중개했다는 것은 고객과 투자자를 기만한 것"이라고 황당해 했다.

또 다른 투신업계 관계자는 "LG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LG증권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17일 다급하게 물량을 처리했던 점을 볼 때 내부자정보 이용의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심증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LG증권뿐 아니라 증권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 위기도 올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파장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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