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SKY캐슬'이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리뷰 사이트인 더우반(豆瓣)에서 SKY캐슬은 평점 8.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이 SKY캐슬을 접하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天空之城>(SKY캐슬의 중국 제목)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요새 더우반에서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있다. 한 달 전부터 이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지만 가정교육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로 소개되어 있어 나는 애초부터 볼 생각이 없었다. 나와는 거리가 먼 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며칠 전, 더우반에서 다시 이 드라마에 대한 새로운 업데이트를 보게 되었고, 시간이나 때우자는 생각으로 클릭을 하게 되었는데, 웬걸 보기 시작하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16회를 정주행하고, 요새는 아침에 눈만 뜨면 드라마의 전개에 대한 추측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일주일에 2회 방영이라니, 정말이지 그 기다림 자체가 너무너무 초조하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주로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부류가 있고 다른 하나는 특정 연예인의 팬인 경우다. 그런데 위의 리뷰는 한국드라마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연예인의 팬도 아닌 중국인이 SKY캐슬에 빠지게 되는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다. 동시에 이는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를 함께 담고 있어 주목된다.
그렇다면 이들을 멈출 수 없게 한 '흥미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중국 네티즌들의 SKY캐슬에 대한 대표적인 평가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상찬과 반전을 가져오는 드라마의 극적 전개로 모아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로 더욱 빛났던 살아있는 인물 형상이 많은 네티즌들의 극찬을 받았고, 이러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한국 드라마 제작자들에 대한 감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서 SKY캐슬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와는 조금 맥이 다르다.
이러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의식해서였을까? 지난 3월 13일 <인민일보> 인테넷판의 '大話韓國' 코너에서는 "교육 조바심(敎育焦慮)"이라는 시각을 통해 드라마로 보는 한국의 교육 일반에 대한 논평이 나왔다.
소위 "대치동 엄마들"의 교육열로부터 시작하여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이 입시 성공을 이끌어내는 핵심이라는 저간의 뼈있는 우스갯소리들까지, 한국의 입시 교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런데 중국의 입시제도는 한국과는 좀 다르다. 한국은 복잡한 입시 제도 탓에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종이 나오고도 하지만, 중국은 '가오카오'(高考)라 불리는 대학입학시험을 통해 대입의 당락이 결정된다. 중국의 학생들은 이 시험만 잘 보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물론 이처럼 오로지 성적만으로 대입의 당락을 가르는 제도는 후유증을 가지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이러한 고등학교의 입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명문 중학교의 학생들로 채워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학교 입학시험은 그야말로 대입시험의 경쟁률을 무색하게 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는 중국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전력을 기울이도록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학부모들의 '교육 조바심'을 이용한 사교육 시장은 중국 내에서 날로 커져가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중국 평균 사교육비 12만 위안, 일부 학부모는 30만 위안도 마다하지 않아, 믿을 수 없다!"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해당 기사에서 중국 교육부 중국교육협회장은 "전통적인 교육에 비해 사교육이 점점 더 환영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부 기관에서는 2021년 중국 사교육비 시장 규모가 10억 위안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는 "望子成龍, 望女成鳳(망자성룡, 망녀성봉)"라는 말이 있다. 아들은 영웅이 되기를 바라고, 딸은 봉황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인데, 자식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 자식만은 최고로 키우고 싶은 그 마음이 현재 중국에도 팽배한 것이다.
SKY캐슬은 이러한 부모의 마음을 다소 극적으로 보여줬다. 드라마는 자식 교육과 대학 입시라는, 부모라면 일반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공통의 주제를 설정했고 등장인물들은 '내 자식'을 위해서는 인간의 윤리와 도덕적 한계까지도 넘나들었다.
그런데 SKY캐슬은 '인성'이라는 하나의 희망을 건져 올리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이유가 교육이나 입시에도 있었겠지만, 욕망의 스펙트럼을 그려내는 인물 내면의 깊은 고민과 내적 투쟁에서 오는 울림과 스릴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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