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생명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마침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미 수출을 앞지르는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는 것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후 수출 급증으로 8%대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약진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그러나 중국경제의 약진이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만약 중국경제가 휘청거릴 경우 우리 경제가 입게 될 타격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경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워치(Watch) 작업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올 9월까지 우리나라 수출비중, 마침내 중국시장이 미국 앞질러**
한국은행은 13일 '최근 대중국수출 추이와 향후 전망'을 통해 "올들어 9월까지 홍콩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비중이 20.3%로 같은기간 대미 수출비중(20.2%)을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국(홍콩 포함) 수출비중은 작년 같은기간의 18.4%보다 1.9% 포인트 높아진 반면, 대미 수출비중은 20.7%에서 0.5% 포인트 낮아졌다.
한은은 올들어 중국으로 직접 수출한 비중은 13.9%에 그치지만 홍콩이 대중국 우회 수출경로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광의의 대중국 수출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9월까지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19.6%로, 분기별로 ▲1.4분기 4.6% ▲2.4분기 17.8% ▲3.4분기 35.9%로 증가율이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대중국 수출의 급증은 중국경제가 외국인 직접투자의 확대에 힘입어 8%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중국의 관세율 인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비 ▲서부대개발 사업추진 등이 수출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내년에 중국 경제가 7∼8%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중국의 수입도 15% 안팎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20% 안팎의 증가율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경제가 고성장을 계속하고 반면 미국경제는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어 당분간 대중국 수출이 대미수출을 앞서는 양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중국은 차기정부 최대 기회이자 위험요인"**
재계도 중국을 최대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본부장 및 기획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기업경영협의회' 멤버들을 대상으로 실시, 13일 발표한 '차기정부 경제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경제는 차기정부의 최대의 경제적 기회로 평가됐다.
기업경영협의회 구성원 가운데 36명이 응한 이번 조사에서 차기정부가 직면할 수 있는 경제적 기회요인으로 가장 많은 22.6%가 중국 경제성장에 따른 수출 확대를 꼽았다. 그 다음은 남북관계 진전과 긴장완화 효과(20.2%), 정보화가 몰고 올 IT(정보기술) 산업의 경쟁우위(12.4%), 기업투명성 제고로 인한 기업 신인도 개선(11.0%), 미국경제의 회복(9.6%) 순이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의 13.4%가 차기정부의 경제적 위험요인으로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수출경합'을 꼽아, 중국이 우리경제에 기회이자 위험 요인임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재계의 대체적 시각은 중국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낙관론이었다.
***부동산 거품, 급증하는 정부채무 등 위기요인 산적**
그러나 중국이 우리의 '믿음직한 수출시장'으로 계속 존속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 각종 불안요인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현재 지나친 고도성장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지난 3일 '아세안+3' 정상회담에 참석한 자리에서 "부동산 거품을 비롯해 중국 경제가 과열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 총리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8% 이내로 억제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부동산시장의 거품현상 출현도 엄중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이 예상보다 20% 이상 급증하고, 외자가 대거 유치되고 수입도 활발히 이뤄지는 등 외형상 중국의 경제지표는 눈부시지만, 안으로는 통화량 증가에 따른 물가인상 요인과 무역흑자와 외자 유입 등으로 인한 위앤화 평가절상 압박 등 향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재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수출호황에 따라 달러화 유입이 급증하는 데다가, 저금리정책에 따른 과잉 유동성 때문에 최근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도시의 빌딩과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부동산 거품도 중국정부를 골머리 앓게 만드는 불안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 경제 거품론'의 배경에는 그 규모를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거대한 정부 부채가 자리잡고 있다. 일부 중국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려 경제 발전 자금으로 투입한 것이 문제이며 국채 관리를 소홀히 하면 경제 발전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 보도에 따르면, 1989년 장쩌민 주석은 연간 국채발행을 국내생산(GDP)의 0.5%까지 늘렸다. 이후 1997년까지 그 규모는 3.2%로 확대됐다. 올해 중국정부의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 GDP 예상치인 1조3천억달러의 5.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예상치인 5백억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문제는 올해 국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절반 가량을 이자 및 부채 원금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대규모 경제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급성장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정부는 2천8백22억 달러의 국채 발행을 통해 도로와 다리, 댐 등을 건설했다. 이런 국채 발행으로 인해 중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세수에 비해 20%가 더 많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해 발표하는 정부부채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재 중국정부의 공식 정부부채 통계에는 최소한 4천억~5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영은행들의 부실채권과 최소 1조달러로 예상되는 사회보장 기금에 대한 부채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부채들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중국의 정부채무는 GDP보다도 더 많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숫자는 현재 서방선진국들 가운데 정부부채가 가장 많은 일본과 맞먹는 수치여서, 앞으로 중국이 10년이상 장기불황에 몸살 앓는 제2의 일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딜레마, "수출은 호황, 내수는 침체"**
중국의 정부부채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 개발은행(ADB)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를 피해가기 위해 중국이 채택한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이 이제는 내수를 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수출호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내수시장은 상당히 심각한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률이 7%로 증가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줄어드는 데다가, 과잉공급으로 제품값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날이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 실제 실업률은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 결과 정부로서는 재정지출을 늘려 소비를 촉진시켜야 하는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화내빈이 계속되다가 부동산거품이라도 꺼지게 되면 중국 경제는 하루아침에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중국 거품론'이 계속 제기되는 요인이다.
중국은 이제 싫든좋든 우리경제의 생명선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이 계속 확대되다간 중국경제가 기침을 하면 우리경제는 몸살을 앓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에 대한 종합적 워치작업은 개별 기업에 의존하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중국경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비상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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