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에 모든 것을 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에 모든 것을 걸다"

한국 기업들의 목숨 건 중국시장 공략기

홍콩의 아시아위크지는 LG 그룹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중국시장에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는 판단 하에 모든 역량을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고 7일자에서 보도했다. 이 글은 중국 현지취재를 통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얼마나 절박한 각오로 중국대륙을 공략하고 있는가를 현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모든 것을 중국에 걸다'라는 제목의 기사 요약이다.

가오 징은 자기가 다니는 회사가 중국계인지 외국계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텐진 LG전자에 6년째 일하고 있는 24세의 이 청년은 전자레인지 조립 라인을 감독하고 있다. 국영 통신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미래에 대한 기회가 적은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LG에서는 직원 교육에 신경을 쓰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하는 점에 만족해 하고 있다.
“LG가 톈진에서 제일 가는 회사가 되길 바래요. 그래야 나도 돈을 더 많이 벌죠.”

LG는 가오처럼 중국에 있는 LG회사들이 중국계와 다를 바 없는 직장으로 여기길 바란다. 개인적인 욕망을 실현하려는 중국사람들의 열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국에서 LG가 성공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발전이 한국같은 인근 아시아 국가에게 전례없는 기회를 제공할지, 아니면 지속적인 번영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될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실패하면 달리 갈 곳이 없다"**

가전제품에서는 LG는 이미 중국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석유화학 제품에서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수입이 급속히 증가해 LG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LG 그룹에서는 어차피 중국에서 기반을 잡지 못하면 그룹의 미래가 위태롭다는 것이 더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의 재무책임자는 “모든 역량을 중국에 쏟아 붓고 있다” 면서 “중국에서 실패하면 달리 갈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고 말한다.

LG는 93년부터 15억 달러를 중국에 투자해 39개 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중국의 LG전자는 1만5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98%가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LG는 올해 중국에서만 지난해에 비해 48%나 증가한 37억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는 CD-ROM 드라이버, 전자레인지, 컴퓨터 모니터, 세탁기, 에어컨 제품 등 가전 제품 분야에서 중국내 10대 메이커에 들어간다. 중국의 LG전자는 중국 최대의 TV 수출업자로서 TV 수출 전체의 13%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LG화학은 LG 전자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양대 업종이다. 중국 LG화학은 건축용 파이프, 샤워 커튼, 장난감 등 플라스틱 제품에 필요한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닝보에 있는 ABS 수지 공장은 중국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텐진 공장에서는 PVC를 생산하고 있다. 98년 설립연도부터 수요가 급증해 적잖은 수익을 올렸다. 올해 2억7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LG화학의 해외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LG화학측은 밝혔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LG전자가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 있는 LG 전자의 최만복 부사장은 “ 중국 전자시장에는 초저가 상품도 많지만 이미 세계 최고의 제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올림픽 게임대회장과 같다”면서 “이곳에서 LG의 경쟁상대는 세계최고의 제품뿐”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는 첨단 신제품을 중국에서 먼저 선보이겠다"**

LG전자가 가장 두려워 하는 상대는 오히려 하이얼이나 콩카 등 중국기업이다. 중국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진입자가 들어오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LG의 고위 관계자는 "WTO 가입이 의미하는 것은 LG로서는 별 관계없는 보다 값싼 제품들이 들어오는 반면 중국에서 자리잡은 기업에게는 더 큰 수출시장이 열렸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LG 화학의 입장은 다르다. 지금은 수요는 많은 반면 경쟁자는 별로 없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WTO가입으로 수입장벽이 없어지면 LG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PVC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의 PVC 생산량은 수요보다 1백70만톤이나 모자랐다. LG화학은 중국에 있는 PVC 공장 중 가장 큰 편에 속하지만 현재 생산 능력은 연간 24만톤에 불과하다. 중국의 PVC 수요는 2005년까지 연간 8%씩 수요가 늘 것으로 보지만, LG 관계자는 수입제품이 밀려들 것을 미리 대비해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LG 화학은 톈진 PVC공장의 생산능력을 3배 이상 늘리기 위해 2005년까지 1억2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린 것이다. 텐진 LG 관계자는 트럭으로 수요자에게 PVC 원료를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물류에서 수입제품들을 압도해나갈 계획이다.

LG 전자도 비슷한 전략이다. 구본무 LG 그룹회장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해서 2003년까지 4억3천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투자는 완전평면 TV, 무선 전화 등 첨단제품 생산을 위한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먼저 첨단 제품을 출시했던 과거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으로는 신제품이 양국에서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관계자는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전자제품 판매의 중심지가 아니라”면서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지 않는다면 글로벌 회사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중국이 생산과 판매의 세계적 중심지라는 것이다.

***중국보다 몇 발짝 앞서 나가지 않으면 중국은 한국경제의 무덤이 될 것**

얼마전 삼성, SK, LG 등 한국의 재벌 그룹들은 회사 고위 임원들을 중국에 불러들여 직접 중국의 놀라운 변화상을 지켜본 뒤 대응전략을 짜느라 고심했다.
한국의 신문과 잡지들도 연일 “중국이 한국 경제의 무덤이 될 것인가”라는 식의 제목으로 특집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중국어 강좌는 영어 강좌만큼 수강생들로 붐비고 있다. LG의 경우 중국에서 근무하겠다는 직원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의 경제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한국 경제계 인사들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경제 주간지 'DOT 21'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39개 한국계 회사의 4분의 3이 중국의 WTO 가입으로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동력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신중론을 펴는 사람들도 적잖다. 한국의 수출이 처음에는 늘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의 제조산업이 중국으로 이전해 ‘공동화(空洞化)’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전경련의 동북아 경제센터 중국팀장 정오영씨는 “중국보다 몇 발짝 앞서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사람의 반일감정도 중국시장 진출의 보이지 않는 큰힘**

LG측에서도 LG가 중국에서 성공적인 궤도를 그리고 있는 것은 노력도 노력이지만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LG화학의 중국 현지 관계자들도 PVC같은 제품이 폭발적인 수요를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LG전자도 지금에 와서보니 중국 시장이 다른 곳보다 공략하기 훨씬 쉬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성과가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다. 서울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그 요인으로 “중국 소비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처럼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LG 관계자도 “중국사람들에게 내재된 반일 감정이 파나소닉이나 도시바 등 일본 유명 브랜드와 경쟁하는데 큰 이점을 준다”고 귀띔했다.

LG는 중국을 발판으로 더욱 성장하려고 한다. 텐진의 LG화학 공장 증설 계획은 세계 5대 PVC 메이커로 발돋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LG는 핸드폰용 리듐 이온 전지 같이 첨단 IT제품 개발에 들어갈 자금도 중국에서 조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LG전자도 세계정상급 회사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 중국에서의 성공임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전자제품시장이 멀지 않아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LG 전자의 재정 책임자는 “중국은 한국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LG 그룹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있다. LG의 계열사들은 중국으로 판매 및 관리조직을 옮길 것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래에는 아예 본사까지도 옮길 가능서도 내비치고 있다. 이제 중국과 LG의 운명은 한 배를 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