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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번엔 참여연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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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번엔 참여연대 키우나

참여연대, "박용성회장 거짓말 했다. 금감원에 조사요청"

국내 굴지의 두산그룹은 91년 페놀 방류 사건으로 환경시민단체의 두산제품 불매운동 등을 초래, 기업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고 수백억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부동의 선두였던 맥주시장에서 2위로 밀려나는 등 쓰라린 경험을 한 바 있다.

당시 두산그룹은 직제내에 홍보실이 아예 없는 등 홍보개념조차 없던 것으로 드러나 세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페놀방류 사건과 같은 대형사건이 터졌을 때를 대비해 평소에 홍보활동을 꾸준히 해두었다면 신속한 대응으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그제서야 그룹홍보실을 만들었다.

91년 페놀사건 당시의 최대 승자는 환경운동연합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환경연합의 존재는 희미했다. 그러나 페놀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승리를 거둠으로써 환경연합은 일약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민단체로 급부상했고, 이에 비례해 기업들의 환경의식도 높아졌다.

최열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페놀사건을 1년여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짐으로써 오늘날 같이 회비를 내는 회원 숫자만 8만6천여명에 달하는 국내최대 시민단체인 환경연합이 가능했다"며 "역설적으로 말하면 두산그룹이야말로 환경연합의 최대 산모인 셈"이라고 본지에 말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두산그룹이 유사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번에는 참여연대와 '전쟁'에 돌입했다.

***환경연합에 이어 이번엔 '참여연대와의 전쟁' 돌입**

10여년과 상황이 다른 점은 참여연대는 당시의 환경운동연합과 달리, 국내 최대 경제시민단체라는 점이다. 그러나 두산측 대응은 1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참여연대에 의해 두산그룹 오너일가의 편법증여 의혹이 제기되자, 두산그룹 홍보실은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사건으로 회사문제와는 무관한 일"이라면서 애써 개입을 회피하고 있다.

편법증여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답답한 나머지 지난달 30일 직접 "편법증여 의혹은 터무니 없다"면서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비전문가적 대응은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참여연대는 6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해명이 "거짓말"이라고 단호하게 반박하고 나서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자 두산그룹 홍보실은 "확인을 해보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증권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용성 회장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주인수권(BW)를 붙여주면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한 동양종금의 요청에 의해 발행했다고 해명한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박용성 회장의 해명은 BW 인수자가 신주인수권과 사채권을 동시에 인수했을 때에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참여연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BW는 발행 즉시 신주인수권과 사채권이 분리되었으며, 신주인수권의 대다수(전체 2,370,259주 중에서 1,630,247주 (68.7%))는 장외매매 형태로 7월19일 지배주주 일가에 인수되었다"고 밝혔다. 즉 박용성 회장의 해명과는 달리 BW는 사채 소화를 원활히 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박용성 회장 거짓말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상조(한성대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오너들은 신주인수권만 저가에 인수했기 때문에 회사의 자금 유입에도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용성 등 두산그룹 재벌 3세들은 신주인수권을 취득(99년 7월 19일)한 지 겨우 한달 보름만에(99년 9월 3일) 박정원 등 재벌 4세에게 이를 매각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신주인수권을 통해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시도된 거래"라면서 "편법증여 수단으로 신주인수권이 이용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3세로부터 4세로의 신주인수권 거래내역이 신고된 보유변동 보고서에는 신주인수권의 거래가격이 기재되어 있지 않는 것은 이런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신주인수권을 재벌 4세가 돈을 주고 샀기 때문에 증여가 아니다"라는 두산측 주장에 대해서도 "불법을 떠나서 편법적 지분 이양이 명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어 "오너들은 신주인수권만 인수함으로써 적은 금액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며 "두산그룹은 오너들을 대신해 금리가 낮은 BW의 사채 부분만 인수한 사람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오너 일가가 인수한 신주인수권에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인수자의 주식인수 행사가도 낮아지는 반면 일단 낮아진 행사가는 주가가 올라도 변하지 않는' 특혜성 조건이 부여됐다"면서 "이것은 일반 주주들에게는 주가하락으로 인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특혜조건을 붙인 것으로 당시 공시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실제로 두산은 당초 BW를 해외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힌 뒤 국내발행을 하면서 해외자금 유치라는 '굿뉴스'만 알려지고 특혜조건에 대한 '나쁜뉴스'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사주 91만주를 장내 매각함으로써 주가를 하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이같은 두산의 BW발행과 자사주 매각과정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해당된다"며 "오늘 오후 금융감독원에 공식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오너문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같은 참여연대 주장에 대해 금감원이나 두산그룹은 적잖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금감원은 조사에 나서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라는 국내 최대 경제시민단체가 정식으로 조사를 의뢰한만큼 계속 구경만 하고 있기란 힘들어졌다. 방관적 자세를 고수할 경우 자칫 또다른 정경유착 의혹에 휘말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비칠 뿐 어떠한 설득력 있는 반박도 못하고 있는 실정인 두산그룹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졌다. 참여연대와의 전쟁이란 국내굴지의 삼성그룹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결코 하루이틀 시간이 지난다고 사그라들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연대의 경우 외국인투자가등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가 높아 더욱 그러하다. 자칫 대응을 잘못할 경우 외국투자가들 사이에서 높은 두산그룹 자체의 대외신인도까지 문제될 위험성이 농후한 탓이다.

어떤 형태로든 그룹의 입장정리가 불가피하다는 데 두산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97년 금융위기 때 두산그룹은 OB 맥주를 매각하고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는 등 기업의 핵심역량을 뒤바꾸면서 '구조조정 모범기업'으로 국내외의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하이트 맥주에게 OB맥주가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주고 결구 매각된 것도 페놀 사태의 여파라는 분석도 있었던 만큼 두산그룹을 보는 재계의 시각은 이번 편법증여 의혹이 '페놀사태 악몽'의 재판이 될까 우려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과연 두산그룹이 오너문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지금 국내외의 시선이 두산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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