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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의 어지러운 '줄서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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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의 어지러운 '줄서기' 경쟁

李측 싱크탱크와 접촉, 금융계엔 살생부 나돌기도

"너무 많은 정보가 몰려들고 있다. 아마도 청와대 등에 모이는 정보보다도 많을 듯 싶다. 어느 것이 맞는 정보인지 아니면 단순한 첩보수준의 정보인지 취사선택이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과거 5년간 드러나지 않았던 많은 의혹들에 대한 첩보가 몰려들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가 전하는 최근의 어지러운 권력기상도이다.

***"파고 들어갈 틈조차 없다"**

요즘 들어 정몽준 바람이 사그라들면서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크게 앞서나가자 각계에선 정권말기에 흔히 목격되는 이른바 '줄서기'가 노골적으로 진행중이다. 이미 여러 차례 내부문서 유출로 줄서기를 노골화한 국정원 등 공안세력이나 관료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들어서는 그 파장이 재계, 금융계, 경제학계 등 경제계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하기도 했다.

"이 후보 주변에는 이미 워낙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뒤늦게 뛰어든 이들은 파고 들어갈 틈조차 없을 지경이라는 얘기가 나돌 지경이다."

재계는 그동안 연말 대선과 관련,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입장을 표방해왔다. 실제로 적잖은 민간 기업의 CEO들은 대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들도 외유 등을 떠나 직접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때 예상을 크게 웃도는 1백18여억원의 후원금이 걷혀 한나라당 당직자들조차 깜짝 놀라게 한 데에서도 엿볼 수 있듯, 내심으론 이회창 후보측과 연을 맺으려는 물밑 움직임이 적잖이 활발하다.

***"후보의 싱크탱크와 연을 맺어라"**

이같이 연을 맺으려는 움직임은 나오연, 이한구, 김만제, 임태희 등 당의 공식 경제인외에 비선 조직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 예로 모 대기업의 임원은 예전부터의 친분을 앞세워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유승민 여의도 연구소장(45)과 접촉기회를 늘리고 있다. 여의도연구소는 한나라당의 부설 연구소로 각종 대선정책을 생산해내고 있다.

특히 유승민 소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후보의 신임이 대단히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주요 접촉 타깃이 되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대선 전략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유 소장은 일주일에 2~3차례씩 이 후보와 독대하며 '정책 과외교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의 대기업 임원은 "유 소장과 만나 조언을 해준 내용들이 며칠 뒤 이회창 후보 연설 등에서 인용되곤 한다"며 은연중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유 소장외에 남상우 정책특보(56) 등 이회창 후보의 신뢰가 두터운 경제정책 참모들과 접촉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고 있다. 지난 9월 18일 한나라당은 이 후보 특보단을 확대정비했다. 이때 경제부문에 영입된 특보는 남상우 KDI교수, 윤건영 연세대교수,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편집부국장 등이다.

이 가운데 남 교수와 윤 교수는 이미 97년 대선때부터 이회창 후보를 도운 경제브레인들로, 남 교수는 경제정책 일반에 걸쳐, 윤 교수는 특히 재정문제에 대한 자문을 집중적으로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 후보는 남상우 교수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 집권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중용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KDI 부원장 출신의 남 교수는 97년때 이후보의 경제특보를 맡은 뒤 대선이 끝나자 그동안 일본 등에서 연구활동을 하다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자 이후보 캠프에 다시 합류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를 비롯해 경제학계 등에서 이들과 접촉을 가지려는 시도가 눈에 띄는 것도 이해가는 일이다.

이밖에 재계에서는 IMF사태후 단행된 빅딜, 부실생보사 인수합병 등 일련의 기업·금융 구조조정 내용과 관련, 정권교체시 이들 기업 처리방식의 문제점과 특혜성 등을 재론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읽히고 있다. 한차례 폭풍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금융계에도 물갈이설과 인사로비설 나돌아*

금융계에도 정권교체후 국책은행을 비롯한 공적자금 투입은행, 각 협회 수장들의 대대적 물갈이설이 나돌고 있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와 함께 1999~2000년 벤처붐 당시의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제2 금융권과 코스닥시장을 불안케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권교체시 어떤 형태로든 금융계에도 물갈이가 뒤따르지 않겠느냐"며 "외국계 지분이 많은 일반 시중은행들의 경우와 별다른 변화가 없겠으나 국책 금융기관을 비롯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 금융기관장의 공통된 특징은 직간접적인 어떤 라인을 통해서라도 현 집권세력과 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금융계에는 시중은행장중 3~4명의 교체설과 각 금융협회장들의 물갈이 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모 은행의 경우 벌써부터 후임 행장 자리를 놓고 누구와 누가 뛰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라며 어수선한 금융계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최근 검찰의 사채시장-벤처-은행권 유착비리 조사와 관련, 현집권층의 실세였던 K씨의 측근이 문제 은행의 명동지점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권교체후를 대비한 사전 내사 성격을 띄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도는 등 명동 및 여의도 금융시장에도 여러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 연구기관 책임자는 "정권교체기마다 목격되던 현상이 이번에도 변함없이 목격되고 있다"며 "설령 이회창 후보측에서 조언을 구해오더라도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른 접촉보다는 현정부가 하다간 매듭짓지 못한 하이닉스 문제등을 차기정권의 정책우선 순위에 올려놓도록 조언하는 전문가적 접근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작금의 풍토에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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