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 측 인사가 지역신문 기자에게 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며 매수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 해당 기자가 직접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돈봉투를 줬다"고 폭로했다.
경남지역 매체 <한려투데이>의 김숙중 기자는 2일 오전 문화방송(MBC) 및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와 가까운 인사 오모 씨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며 전후 내용을 고발했다. 김 기자는 이 의혹을 경상남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김 기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선거(운동) 기간이 3월 21일 시작했는데, 22일 저녁시간에 (오 씨가 김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한 번 찾아오라. 23일 토요일 오전 중에 오라'고 해서 찾아갔다"며 "대화 막판에 배웅해 주는 듯 일어서면서 '(기사를) 호의적으로 쓰라'는 취지의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찔러넣어 줬다. 돈봉투를 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오 씨가 건넨 돈의 액수에 대해서는 "받은 다음에 제가 돈을 세 보진 않았다. 선관위에 고발하면서 선관위 직원하고 확인해 보니 50만 원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오 씨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보고 '왜 그렇게 기사를 부정적으로 쓰는 거냐. 정치 신인한테는 좀 더 호의적으로 써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선거 좀 잘 도와달라'고 하면서 돈봉투를 찔러 넣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정 후보의) 지지자들은 제 기사 3개를 꼭 집어서 '이건 완전히 편파적인 기사다'라고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기자는 자신이 오 씨의 방문 제안에 응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상시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었다"고 설명하고, 당시 돈봉투를 뿌리치지 못하고 일단 받아넣은 경위에 대해서는 "짧은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이 분이 카리스마가 참 대단한 분이어서 그 당시에는 압도됐다고나 할까"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오 씨와 만났을 때의 상황을 녹음한 녹취 파일을 방송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녹음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정 후보가) 내가 모시는 지청장이다", "특수관계다" 등 오 씨가 자신과 정 후보의 친분을 과시하는 내용과 함께, 돈을 건네며 "이거 그거 해라. 잡비로 써라", "괜찮다. 이건 개인적으로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기자는 오 씨가 한국당 정 후보의 측근이라는 정황에 대해 "정 후보가 2009년부터 1년간 (검찰) 통영지청장을 했는데 그 분(오 씨)께서 '자기가 지청장으로 데리고, 모시고 온 분'이라고 얘기한다"며 "또 지역신문에 남아있는 기사를 보면, 당시 지청장과 함께 범죄방지위원회 회장으로 다양한 행사에서 사진도 같이 찍고 했던 기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또 "(오 씨는) 범죄방지위원회 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다"며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통영지청장을 지냈는데,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범죄방지위 회장을 하면서 인연을 지속적으로 맺어온 걸로 알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후보 측이 오 씨는 캠프와 무관한 인사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김 기자는 "정치하는 분들은 돈 문제가 제일 민감하지 않느냐"며 "그래서 보통 가장 믿을 만한 사람한테 돈을 맡기고, 비공식적으로도 더 믿을 만한 사람한테 하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애가 아니면 다 알만한 일들 아니냐.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할 것이고, 캠프 공식 직함이 없다고 하는데 그 이 지역에서는 그런 내용의 소문들이 많이 돌고 있다"고 재반박하는 취지로 말했다.
김 기자는 자신이 선관위에 신고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지역이 아주 보수적이고 저도 보수주의자인데, 보수주의자라는 게 명예가 있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이번 보선은 앞의 한국당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하게 된 것인데, 그렇다면 돈봉투를 주면서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3월 23일 저한테 (금품을) 준 것인데 1주일 넘게 고민을 많이 했다. 후폭풍이 어떨지, 가족들도 걱정되고 '내가 고향에 계속 머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면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기사를 써 왔는데, 이 돈을 받는 순간 앞으로 내 영혼이 사라질 듯한 느낌을 받아서 고발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전날 경남도 선관위는 김 기자의 신고 내용에 대해 확인하며 다만 "아직 사실관계 확인 단계라 구체적 액수 등을 밝히기는 어렵다. (오 씨가) 최측근이라는 말도 일방적 주장이고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단 선관위는 사전 공모 여부 등이 확인되면 정 후보도 혐의선상에 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전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공모 여부에 따라 정 후보까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오 씨는 캠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전혀 모르고, 정 후보를 포함한 캠프 전체와 아무 관련 없는 일"이라며 "우리와 무관한 일에 흔들리지 않고 남은 선거 기간 선거법에 따라 적법한 선거운동을 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연합>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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