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필링이 '코리안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 대해 홍콩상하이증권(HSBC)도쿄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피터 모건이 FT에 반론을 보내오는 등 일본경제개혁 해법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일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식 금융개혁안'에 대해 집권 자민당 등 정치권과 일본금융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있었던 다케나카 금융상과 은행장들간 담판도 끝내 결렬로 끝났다. 일본과 한국의 상황은 전혀 다르며 일본이 한국처럼 금융위기 상황도 아니라는 게 기득권층의 주장이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30% 가까운 환율상승으로 미국 수출 붐이 일어나는 등 외부환경이 좋았고, 내부적으로도 신용대출 등 붐이 일어나면서 경제가 활기를 찾을 수 있었지만, 성숙한 경제인 일본에서는 과감한 금융개혁을 하다가는 환자를 살리기는커녕 죽이는 결과만 나올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HSBC의 피터 모건이 28일(현지시간) FT에 쓴 반론문은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를 잘 정리한 전문가의 글이라는 점에서 한번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하겠다. 피터 모건은 반론문에서 "일본의 경제가 그처럼 나쁘지 않으며 해결책이 곧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반론문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일본경제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일본과 한국을 비교한 데이비드 필링의 칼럼(25일자)은 일본의 현황을 너무 어둡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
첫번째, 일본 경제는 지난 10년간 쇠락해 왔다고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0.9% 증가했다. 독일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스위스보다는 좋은 성적이다. 고령화된 선진국으로서는 평균작은 되는 것이다.
두번째, 재정적자가 심각하며 정부부채가 GDP의 1백40%에 이를 정도로 '소름끼친다'고 언급했지만,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지난 5년간 30%나 급감했다. 이것이야말로 디플레이션 압력의 근원이다. 따라서 도리어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재정지출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공공근로투자는 1996년을 정점으로 현재에 이르러선 GDP의 3%로 감소했다. GDP 대비로 보면 '거품' 절정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것은 거의 전적으로 기업의 매출 감소에 따른 세수감소에 기인하고 있다. 즉 소위 하향 순환효과다.
정부 부채도 사실 '소름끼칠 정도'는 아니다. 거의 전부가 국내 부채이며 엔화표시 부채이다. 또한 정부가 부채의 절반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본은행(BOJ)이 부채를 상환하는 능력은 무한하다.
그러므로 비관적 전망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 유통수익률이 아직도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재정정책이 너무 느슨한 게 아니라 너무 긴축적이어서 문제다.
채무조정과 자본재분배를 위해서는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정 및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혼합함으로써 고통은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
통화정책 자체는 유동성 함정(돈을 아무리 풀어도 투자나 소비에 쓰이지 않는 현상)에 빠진 국면에서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재정지출을 도리어 늘리는 것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는 훨씬 편안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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