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겨울과 초봄에 (초)미세먼지로 고역을 치렀지만 이번엔 유난했다. 친(親)원전 보수언론의 탈(脫)원전을 비난하는 소리도 더불어 높았는데, 그들의 대표 슬로건은 '방사능보다 무서운 미세먼지'이다. 미세먼지 심각성을 체감하고, 그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미세먼지는 분명 방사능만큼이나 두려운 존재다. 보수언론은 이러한 민의를 왜곡하여 실제로 미세먼지가 방사능보다 더 위험한 것인 양 너스레를 떤다. 원전 확대만이 미세먼지 저감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의도인데,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불분명한 탈석탄 정책도 빌미로 작용했다.
보수언론은 마치 모든 원전이 가동을 중지한 듯 얼버무리면서 작금의 극심한 미세먼지가 원전을 대체한 석탄발전 때문이라고 호도했다. 총 미세먼지의 14%나 배출하는 석탄발전이 위험한 건 자명하다. 미세먼지는 기압배치에 따라 국내에 정체하기도 하고 국외에서 몰려오기도 하는데, 특히 서풍이 불 때 석탄화력발전이 우리보다 60배 이상인 중국의 영향은 위협적이다.
그런데 보수언론 주장처럼 국내 석탄발전의 미세먼지는 증가했을까?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2017년에 2만6700톤이었고 2018년(예측치)은 2만1900톤이다. 국가전력 중 석탄발전량은 2017년 43.0%이고 2018년 41.8%이다. 석탄 사용도 줄었고 미세먼지도 줄었으니, 석탄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과거보다 증가했다는 보수언론 보도는 거짓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더라도 2018년 말 국가전력발전량은 석탄 41.8%, LNG 26.8%, 원전 23.4%, 신재생 6.2%다. 원자력은 전년 대비 3.4% 줄고 LNG는 4.6% 늘었다. 전년과 비교해 석탄은 줄었다. 또한 원전을 대체한 것도 석탄이 아니라 LNG발전이다. 사실이 이러하자, 보수언론은 "탈원전으로 LNG 발전 2배 늘리면 2029년 초미세먼지 2배 짙어진다"(2월 25일 자 <조선일보>)며 LNG발전을 줄이자는 궁색한 주장을 한다. 이 역시 의도된 거짓말이다. LNG는 석탄에 비해 8분의 1정도의 초미세먼지와 2분의 1의 탄소를 배출한다. '석탄과 LNG 대신 원전'이라는 원전이익공동체, 그들만의 등식이 이러한 주장을 가능하게 한다.
보수언론은 안전점검을 위해 줄어든 원전 가동일도 못마땅하다. 세계 모든 원전은 연료와 설비교체, 사고예방을 목적으로 안전점검 한다. 우리나라는 안전점검은 '원자력안전법' 제22조 및 '원자로시설의 정기검사 대상 및 방법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매년 33일 이상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3~ 2018년 9월까지 안전점검으로 원전이 멈춘 기간은 18개월 간격으로 2달간 실시하는 '계획예방정비'를 제외하고도 무려 5568일이며 투입비용은 16조9000억 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원전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인데, 후쿠시마 사고와 불안한 양산지진단층, 그리고 원전 납품비리와 부실시공이 더 엄격한 점검을 요했다.
최근 한수원 적자는 늘어난 점검기간과 점검비용 외에 점검기간 동안 대체한 LNG와 석탄발전의 국제연료비 상승이 결합되어 나타났다. 적자는 원전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법규에 따른 점검 과정에서 발행한 것으로 탈원전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원전의 절대 안전을 맹신하는 보수언론에게는 점검 기간마저 탈원전이다. 그들에겐 원전사고 시 방사능으로 한반도를 오염시킬 중국 원전에 대한 우려도 기우일 뿐이다.
시민의 안전보다 우선하는 그들의 무엇인가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문재인 정부 정책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와 같이 원전 23기를 운영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지금의 원전설비용량 22.5기가와트(GW)를 2022년까지 27.5GW로 높이며, 이를 위해 원전 5기를 증설 중이다. 2023년까지 수명을 다해 폐기되는 원전 6기를 대체하는데 용량은 폐기되는 원전의 1.5배다. 게다가 해외 원전 수주에 공들이는 정부의 모순된 행동은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수주한 원전에 혹여 사고라도 생기면 이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원전의 위험을 걱정하며 탈원전을 소망하는 시민사회는 불만은 탈원전을 비난하는 보수언론보다 비등하다.
보수언론의 친원전 빌미가 된 석탄화력발전 정책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 때 허가한 석탄화력발전 11기가 추가되어 현재 총 61기가 가동 중이며 설비용량은 36.8GW이다. 1년 전 3기는 노후해서 폐쇄했고 7기는 곧 폐쇄할 것이지만, 2022년까지 그 2배 용량인 7기를 증설하여 42GW로 늘어난다. 이는 당분간 석탄을 많이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세먼지 저감차원으로 볼 때, 미세먼지 총량의 14%를 배출하는 61기 석탄화력발전소 관리가 900만 대 디젤자동차 관리보다 효율적이긴 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탄소배출량 26%가 석탄화력발전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집진(集塵)이 가능한 미세먼지나 전구물질(2차 미세먼지 증폭 생성물질)과 달리 탄소는 포집이 어렵고 저장 공간도 없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동시 저감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관리가 아니라 조기 퇴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보수언론은 밑도 끝도 없이 원전만이 미래의 대안이라고 우기지만, 일말의 위험이 너무나 큰 재앙이 되는 원전, 일체의 지각 변동 없는 지하 500m 이상 깊이에 한반도 역사의 20배인 10만 년동안 격리해야 하는 고준위방사선폐기물을 남기는 원전, 그것이 우리의 미래 에너지일 수는 없다.
우리의 에너지 선택의 공통되고 유일한 기준은 '안전', 그리고 '지속가능'이다. 인류의 지속가능을 위협하는 원전은 여기에 설 자리가 없다.
보수언론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와 13기 추가를 결정했던 '이명박근혜' 정부가 사무치게 그리울 것이지만, 이미 과거는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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