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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가장 교묘하고 무자비한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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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가장 교묘하고 무자비한 특성!

[최재천의 책갈피] <영어의 힘>

세계어를 향한 아슬아슬한 전쟁에서 영어는 어떻게 패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영어라는 언어의, '내면적인 미학이나 구조적인 자질'에서 찾는 이도 있다. 물론 반대 견해가 강력하지만.

"한 언어는 단 한 가지 주된 이유로 국제적 언어가 된다. 그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힘, 특히 군사적인 힘 때문이다(데이비드 크리스털)." 로마인에게는 육군이, 영국인에게는 해군이 있었다. 라틴어는 로마가톨릭교회를 통해 1,500년 동안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영국영어(로마제국)와 미국영어(로마가톨릭교회) 사이에는 이와 유사한 관계가 성립된다는 논리다.

영어는 영국에서 처음 사용된 것이 아니다. 게르만족이 유럽 대륙에 거주할 때부터 사용했던 게르만족의 언어다. 5세기경 게르만족 전사들은 로마제국이 떠난 후 남겨진 폐허를 지키기 위한 용병으로 당시 브리타니아로 불리던 곳에 도착했다. 당연히 그들의 언어와 함께였다. 그곳은 훗날 잉글랜드라고 불리게 된다.

지옥의 맹렬한 기세로 현장에 도착한 영어. 그것은 강렬한 이미지였다. 파도의 말(배)을 타고 고래의 길(바다)을 달려온 두려움 없는 이교도 전사들이 로마제국의 버려진 변방 식민지인 잉글랜드의 완만한 해안으로 영어를 가져온 것이다. 이것은 1,500년 동안, 자주 야만스럽게, 수차례 현실과 대적해 왔던 영어의 전파 이미지다. 이 극적인 '식민지화'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영어의 주요 특성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부족의 독립과 지역적 지배권이 철저하게 지켜지던 잉글랜드에서는 영어가 공용어로 부상하는 데는 이삼백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운이 좋았지만 교활함도 있었는데 이때부터 영어의 가장 교묘하고 무자비한 특성, 즉 '다른 언어들을 흡수하는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에 기독교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직자들은 로마에 가서 그림과 책, 성인들의 유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자writing'를 가져왔다. 문자는 영어의 틀을 만들고 개선시키기 시작했다.

알파벳은 라틴어에서 자라왔는데, 7세기 초 고대영어는 자신만의 고유한 알파벳을 수립하게 되었다. 이는 '지성의 불'을 발견한 것과 같았다.

저자 멜빈 브래그는 BBC 라디오에서 영어의 역사에 대한 교양 프로그램을 여럿 만들었다. 게르만의 한 방언에 불과했던 언어가 어떻게 해서 세계어가 되었을까. 영어 사용자들의 정치적·군사적 파워만큼이나 단어에 대한 그들의 개방성, 유연성, 잡식성에 주목한다. <영어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 <영어의 힘>(멜빈 브래그 지음, 김명숙·문안나 옮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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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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