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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보면 왜 우리는 미소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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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보면 왜 우리는 미소짓는가

'책 읽어주는 부행장'의 주말이야기 <25>

이 글은 이메일 동호회 이용규씨로부터 받은 작가 미상의 글입니다. 요즘같이 짜증스런 일들이 많은 세상에 한번쯤 조용히 읽어봄직한 글이라 생각됩니다. 이 글의 작가를 아는 분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주

***미소**

"서로에게 미소를 보내세요.
당신의 아내에게, 당신의 남편에게, 당신의 아이들에게,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세요.
그가 누구이든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소는 당신에게 서로에 대한
더 차원 높은 사랑을 갖도록 해줄 것입니다.”
- 마더 데레사 -

<어린 왕자>라는 아름다운 책을 쓴 생떽쥐베리에 대해선 누구나 친숙할 것이다.
특별하고 멋진 그 책은 아이들을 위한 작품일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생각할 기회를 주는 동화이다.
생떽쥐베리의 다른 작품들, 산문과 중․단편 소설들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생떽쥐베리는 나치 독일에 대항해서 싸운 전투기 조종사였으며, 참전하여 목숨을 잃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그는 스페인 내란에 참여해 파시스트들과 싸웠다.
그는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미소(Le Sourire)>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단편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오늘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자서전적인 이야기인지 허구의 이야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나는 그것이 작가 자신의 진실한 체험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전투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감방에 갇혔다.
간수들의 경멸적인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그가 다음날 처형되리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여기에 옮겨보겠다.

“나는 죽게 되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으며 고통을 참을 길이 없었다.
나는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몸수색 때 발각되지 않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다행히 한 개피를 발견했다.
손이 떨려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이 모두 빼앗아버린 것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눈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자와 누가 눈을 마주치려고 할 것인가.
나는 그를 불러서 물었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주겠소?”

간수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사이에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미소를 안 지을 수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속에, 우리들 두 인간 영혼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나는 그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피어나게 했다.
그는 담배를 불을 붙여주고 나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내 눈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나 또한 그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그가 단순히 한 사람의 간수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득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말구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허둥지둥 나의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같은 것을 얘기했다.

내 눈은 눈물로 가득해졌다.
나는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두렵다고 고백했다.
내 자식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지 못하는 것이 두렵다고...
이윽고 그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거렸다.

갑자기 그가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서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나를 조용히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소리 없이 감옥을 빠져나가 뒷길로 해서 마을 밖까지 나를 안내했다.
마을 끝에 이르러 그는 나를 풀어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뒤돌아서서 마을로 걸어갔다.
그렇게 해서 한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렇다.
미소는 사람들 사이의 꾸밈없고,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나는 강연을 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우리의 권위, 우리의 직함, 우리의 지위, 우리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해 놓은 온갖 두꺼운 층들 밑바닥에는
진실되고 진정한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기를 나는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그것을 ‘영혼’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당신의 그 부분과 나의 그 부분이 서로를 알아본다면
우리는 결코 적이 될 수 없다고 정말로 믿는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거나 시기하거나 두려워할 수 없다.

슬픈 일이지만 우리가 여러 생을 걸쳐 신중하게 쌓아올린 다른 모든 두께들이
우리를 진정한 만남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고립시킨다고
나는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생떽쥐베리의 이야기는 두 영혼이
서로 알아보는 기적의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순간들을 몇 번 밖에 보지 못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한 예이다.
갓난아이를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기를 볼 때면 우리는 왜 미소짓는가?
아마도 그것은 아무런 방어적인 두께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인간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아무런 속임수 없이 순진무구함 그 자체로
우리에게 미소를 짓는 한 인간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우리 안에 있는 아기의 영혼이
그것을 알아보고 환하게 미소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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