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등 증가하는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막을 획기적인 환경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10년 내에 기후재해로 인한 손실규모가 연간 1천5백억달러(약 1백87조원)로 급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올해 태풍 피해로 무려 7조원대의 엄청난 재난을 당한 우리나라로서 결코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는 경고다.
환경ㆍ사회문제 전문조사기업인 미국의 '이노베스트 전략가치 자문사(Innovest Strategic Value Advisors)'가 유엔환경계획(UNEP)의 의뢰를 받아 7일(현지시간) 발표한 '기후변화와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는 "자연재해로 입는 세계적인 경제손실이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15년간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1조달러에 달했고 앞으로 10년내에 연간 피해액이 1천5백억달러으로 급증할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의 작성에는 UNEP와 전세계 2백95개 금융기관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는 환경재해가 은행, 보험, 투자회사 등 금융기관의 수익에도 중대한 역할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고서는 급증하는 환경피해의 1차적 피해자는 금융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점점 빈발하는 심각한 기상재해는 사회안정을 위협하거나 보험사와 재보험사,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생존을 위협해 지급불능 및 파산상태에 처하게 하는 중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위험 요인을 보험료에 거의 반영치 않고 있다. 또 은행 임원진은 '기다려 보자'식의 정책(wait and see policy)을 고집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대다수 펀드 매니저들 또한 기후변화를 투자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최근 유럽을 강타한 2백년만의 대홍수로 알리안츠 등 독일의 주요 보험사를 비롯해 영국의 로이드 등 재보험사는 치명적 손실을 입어야 했다.
스위스 재보험협회의 존 피츠패트릭 재무최고관리자(CFO)는 그 심각성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배출량 감소 문제는 결국 다른 사업전략들과 마찬가지로 금융계의 이슈가 됐다. 환경재해와 관련된 문제들은 시급히 달러와 센트로 환산돼야 한다. 금융산업계는 우리의 고객들을 위해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위험감소 기술을 개발해 지구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감소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피츠패트릭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에는 탄산가스 배출량을 미래의 위험요소로 산출해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며 "금융산업의 일부인 재보험업계 또한 스스로의 투자와 사업상의 전문적 지식을 통해 기후재해 문제를 해결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7년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위한 교토협약 초안에 서명한 국가는 모두 39개국에 달했으나 지난해 부시 행정부는 미국은 교토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호주 또한 지난 여름 협약비준을 거부해 교토협약은 아직도 법적 효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클라우스 퇴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는 세계 금융계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보고서는 우리가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기후변화의 결과인 진정한 위협과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고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행동을 위한 청사진'이란 제안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환경친화적 기업들에 보험료를 낮추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업간에 거래토록 함으로써 시장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각국 정부 또한 현행 교토의정서만으로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산화탄소 가격을 인상하고 배출량 거래수요를 촉진하는 등 정책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보고서가 제안한 '행동을 위한 청사진'의 주요 내용이다.
***기후재해 방지를 위한 유엔환경계획 '행동을 위한 청사진'**
-모든 금융회사는 기후재해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문제를 중요한 재정 요소로 인식하고 배출감소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 지원, 위험관리방법 등을 통해 탄산가스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전략을 세운다.
-보험ㆍ재보험회사들은 기후변화 조건에 대한 과학적 연구 등을 토대로 잠재적 위협과 기회에 대해 보다 분명한 비용을 산출, 적용한다.
-자산관리인과 연금회사, 금융분석가들은 주식가격, 회사수입, 관련위협 등에 대한 분석시 잠재적인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규제 요인을 포함해 측정하는 질량분석 도구를 개발한다.
-투자은행과 투자자문가, 브로커들은 탄산가스 정화시설 설립과 환경친화적인 기술프로젝트 개발 등을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환경기술시장을 개발한다.
-전문자문가들은 온실가스의 자산과 부채를 측정할 도구와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위한 효율적인 세금부과 메카니즘 등을 개발한다.
-신용회사들은 온실가스와 관련된 자산과 부채가 어떻게 회사의 신용도와 채무 등에 적용되는지를 이해시킬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한다.
-정책결정자들은 기후변화협약에 상응하는 장기적 기후안정이 시급함을 인식하고 기후재해 방지 목표를 위한 사전예방, 형평ㆍ비용의 효율성 원칙에 입각한 장기계획을 설립해 국민적 합의에 도달한다. 또 기관투자자들의 자본투자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소비를 고무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자본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과 방법을 소개하고 격려한다.
-선진국 정부들은 적은 탄산가스 배출기술과 환경친화적 기술에 대한 연구를 확대해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해결방법과 절차를 모색하며, 교토협약에서 합의한 대로 환경친화적 기술개발을 통해 개발도상국가들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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