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9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열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로부터 정치 현안에 대한 답변을 들었다. 현재 초미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김학의·장자연 사건과 일명 '버닝썬 게이트'에 질문이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고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한 당국의 철저 수사를 촉구했다. 과거 정부 권력자들이 연루된 사건인 데다 현 정부의 숙원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의 필요성과 연결고리가 되는 사건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현 진상조사위의 한계를 지적하는 박재호 의원의 질문에 "그런 취약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검경에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몇몇 개인을 살리려다 조직을 죽일 것이냐, 몇몇 개인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더라도 조직의 책임을 살릴 것인가"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의혹이 불거진 201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의원이 압력을 넣었다면 밝혀낼 것이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이 총리는 "의혹이 남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은 박상기 법무장관은 철저한 수사를 거듭 다짐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사 방향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말을 아꼈다.
박 장관은 "(김학의 사건 관련) 동영상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며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과거 이 사건이 무혐의 처분된 사정과 관련해 "당시 동영상 속 남성의 식별이 누구인지 어렵다기보다는, 피해 여성들 중 일부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피해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혐의없음' 처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 판단이 잘못됐던 것 아니냐'는 이석현 의원의 추가 질문에 "(조사 결과를) 좀 기다려 봐야 한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진상조사단 조사 기한을 오늘 2달 연장했다"며 "그 기간 동안 조사단에서 밝혀야 할 의혹·사실·범죄혐의 등을 가려서 보고서를 내면, 그에 기반해 재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재수사를 하고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은 부분은 명백히 밝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소요 시간이 "2개월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조사 결과가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김학의 사건을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며 "당시 검찰이 2번이나 수사했는데도 무혐의 처분했다. 얼마 전 나온 피해 여성 증언을 보면 무혐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단순한 고위공직자의 일탈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검찰·경찰의 부실, 외압수사 의혹까지 나가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외압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은 나아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당시 법무부 장관, 검찰 간부가 어떤 식으로든지 관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폐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곽상도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박 장관에게 "만약 장관이 재임하는 중에 법무차관이 이런 사건에 연루됐다면 장관이 보고를 받느냐 안 받느냐"고 묻기도 했다. 박 장관은 "가정적 질문"이라며 답을 피하다가 결국 "차관, 실·국·본부장 등 관련 사안이라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고 예상한다"고 일반론을 빌어 답변했다.
'장자연 사건' 과 관련해 이낙연 총리는 "넓은 의미의 권력이 개입돼 있지만 어떻게 개입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로 10년이 흘렀다"며 "유일한 증언자는 외로운 싸움을 10년째 하고 있다. 더이상 외롭지 않게 하는 게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이 총리는 장자연 사건 관련 '권언 유착' 의혹에 대해선 "참으로 커다란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 병리현상"이라고 말했다.
사건에 대한 평가가 가미된 이 총리의 발언과 달리 박상기 장관은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떤) 국회의원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구체적 답을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그 부분 역시 조사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에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재수사를 할 것이고,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도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할 부분은 그렇게 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학의 사건' 등과 관련한 여권의 공세가 결국 황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이낙연 총리를 상대로 한 질문에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해 '검찰·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문하고, 오늘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 법무장관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긴급 브리핑을 했다"며 "대통령이 개별 사건에 미주알고주알 개입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 않느냐"고 방어선을 쳤다.
주 의원은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해야 할 정도라면, (김학의·장자연 사건보다) 가장 먼저 지시해야 할 사건은 '드루킹 게이트' 사건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 출신인 한국당 김재경 의원도 질의자로 나서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 재실시를 주장했다.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윤모 총경의 청와대 근무 이력을 문제 삼는 질문도 나왔다. 이태규 의원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의 엘리트 간부가 마약, 성매매,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강남 유흥업소 버닝썬의 뒷배를 봐줬다"며 "그 간부는 이 정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민심 동향을 파악하고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중책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이 정권은 누구보다 부패 척결을 강조했고, 문 대통령도 '청와대의 청렴성을 지키는 것이 반부패의 출발점'이라고 했는데 등잔 밑이 어두웠다"며 "통상 경찰관의 청와대 파견은 연고가 없으면 가기 어려운데, 윤 총경이 어떻게 청와대에 근무하게 됐나? 추천 과정과 추천 인사를 밝혀서 국회에 보고할 수 있는가"라고 이 총리에게 질의했다.
이 총리는 이에 "제가 아는 바 없으나 소정의 절차를 밟았으리라 생각한다"며 "최대한 알아보겠다. (다만) 추천자까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답하고 "분명한 것은 그(윤 총경)가 어디 있었든 과거처럼 일부러 덮거나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의원은 앞서 있었던 청와대 직원들의 '평일 골프' 의혹과 음주운전 등을 언급하며 "청와대에 전면적 직무감찰과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총리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 총리는 "그런 의견을 청와대에 전하겠다"며 "어떤 경로로 청와대에 들어왔든, 그가 누구든 단호히 대처하고 있다"고 재강조했다.
또한 이태규 의원은 특히 "민정수석에 대해, 윤 총경의 비위사실 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무능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조국 민정수석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진실을 알고 나서 판단하겠다"고만 했다.
박재호 의원의 관련 질의에도 이낙연 총리는 "사건의 은폐, 비호, 묵인,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그가 누구든 어디에 있었든 가리지 않고 철저히 파헤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앞서 이석현 의원은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케이티(KT) 특혜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박 장관에게 질의를 했으나, 박 장관은 "수사 진행 중"이라며 "검찰에서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원론적 답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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