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 두 번째로 빨랐다. 전체 가계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수준에 달할 정도로 컸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분기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상승 폭은 BIS 통계 집계 대상인 43개국 중 중국(1.2%포인트) 다음으로 컸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2.7% 올랐다. 1년 전 기준으로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중국(3.5%포인트)에 이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시행 등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가계부채 절대 규모도 위험 수준이라는 평가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9%에 달했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전체 경제 규모와 거의 같다는 뜻이다.
이 같은 규모는 BIS 집계 대상국 기준 세계 7위였다. 스위스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28.6%로 대상국 중 가장 컸다. 이어 호주(120.5%), 덴마크(116.7%), 네덜란드(102.7%), 노르웨이(100.5%), 캐나다(100.2%)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보다 컸다.
10여 년 전 부실 채권 파생상품 부도와 가계 연쇄 부도 등으로 큰 곤욕을 치른 미국의 작년 3분기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6.4%였다. 일본은 57.7%였고 중국은 51.1%였다.
중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BIS 집계 대상국 중 1위라고는 하나,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 자체는 아직 안전권인데 반해 한국은 증가 속도와 규모 모두 위험한 수준이다.
43개 조사대상국 중 가계부채 비율이 커진 국가(작년 3분기 말 기준)는 한국을 포함해 18개국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컸던 6개국도 조사 기간 가계부채 비율은 떨어졌다. 가계부채 비율이 큰 주요 국가 중 가계부채 통제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국가가 한국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시행된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가속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4년 당시 정부는 부동산 투자를 활성화해 내수 경제 상승세를 키운다는 명목하에 LTV와 DTI를 대대적으로 풀었다.
당시 야당과 진보적 경제·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일부 증권가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으나, 정부가 밀어붙인 규제 완화 정책은 시행 1년 5개월 만에 가계부채 규모를 1030조 원대에서 1200조 원대로 크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시행 결과 부동산 가격은 급등해 빈부 격차만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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