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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잃어버린 일본, '한국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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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잃어버린 일본, '한국 배우자'

삼성전자ㆍ국민은행이 집중 벤치마킹 대상

일본 주가가 19년전 수준으로 폭락했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가 말한 '잃어버린 20년'의 악몽이 눈앞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일본인들은 불행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잃어버린 10년'이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년을 허송세월했음에도 불구하고 뼈를 깎는 처절한 자기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주가 19년전 수준으로 폭락**

일본의 닛케이 평균 225 주가는 3일 국내 경제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정부의 재발표에도 불구하고 19년래 최저치로 마감했다. 닛케이 평균 주가는 이날 304.59P(3.12%)나 폭락한 9217.04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1983년 9월 19일 이래 최저치다.

종목 구분없이 폭락했다. 부실채권 처리가 늦은 금융주를 필두로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전자주와 기술주도 예외없이 폭락했다.

일본의 주가 급락은 일본 국내에서조차 이제 별다른 뉴스로도 취급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무라 증권의 사토 마사히코 주식 마케팅 부장은 "현재 주식을 매수할 이유가 없다"면서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떨어질만하니까 떨어지는 것이라는 냉담한 분석이다.

***일본의 양대 벤치마킹 대상,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얼마 전 방한한 한 일본 저널리스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요즘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두 곳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분명했다.

우선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서방언론들로부터 "소니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인들에게 대단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른 부문은 몰라도 전자부문에서만은 "아직 일본이 최고다"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소니보다 높게 평가하는 외국의 시선은 일본인들에게 "다른 산업부문에서의 신화 붕괴에 이어 마지막 보루였던 전자신화마저 붕괴하는가"라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게 이 저널리스트의 전언이다.

이같은 일본의 지대한 관심에 대해 이건희 삼성회장은 "아직 일본에게 배울 것이 많다"며 임직원들에게 겸손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저널리스트는 "지금 일본에서는 삼성전자와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며 이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 관련 서적 등을 출간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일본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금융구조조정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국민은행의 경우는 현재 일본 금융개혁이 기득권층의 저항에 부딪혀 워낙 지지부진한 까닭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에 올 상반기부터 국민은행과 김정태 행장에 대한 분석 및 인터뷰 기사를 잇따라 싣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일본 최대 민간연구기관인 노무라 증권이 방한해 국민은행을 찾아 심층적인 벤치마킹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저널리스트는 "일본인들은 지금 변화를 주도할 리더의 부재에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국민은행의 성공사례에 대한 깊은 관심은 일본인들이 갈망하고 있는 변화 욕구의 또다른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한국 벤치마킹 움직임은 일본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선이 아닌 개혁을 하라"**

일본의 최대 경영전문지인 <다이아몬드> 최근호는 김정태 국민은행장과의 인터뷰를 대서특필했다. 한국 벤치마킹 작업의 일환에서였다.

일본에 대한 경제조언이 문답의 주류를 이룬 이날 인터뷰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문: 한국은행계의 불량채권이 급감했는데, 그 최대 요인은?
답: 금융위기 직후에 거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불량채권 처리를 한번에 진행시켰다. 이 정도의 자금을 신속히, 그리고 집중적으로 투입하였으므로 불량채권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빨리 공적자금을 투입한 한국에 반해, 일본은 모럴 해저드 등의 부작용에 너무나 신경을 써서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인상이 든다.

문: 일본의 은행경영자들 중에선 경기가 회복하지 않으면 불량채권은 감소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답: 경기를 구실로 해서는 현상태에서부터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은행이 수익력을 강화하고 건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은행은 (불량채권 처리를 위한) 공적자금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받아서라도 건전화를 우선적으로 했을 것이다. 그런 수속을 밟지 않고 경기회복을 바란다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문: 증권사 사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데...
답: 요즘과 같이 변화가 격렬한 시대에는 은행의 장은 이(異)업종 출신자쪽이 적합하다. 하나의 업계밖에 모르는 사람보다는 이업종의 인간쪽이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를 포함한 18명의 국민은행 임원 중에 은행 출신은 12명뿐이고, 나머지 6명은 이업종 출신자다. 한국에서 이런 예는 드물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내년까지 이업종 출신자의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려고 생각하고 있다.

문: 국민은행의 외국인투자가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비율은 약 70%로 극히 높은데, 결점은 없는지...
답: 외국투자가 대부분이 투자 목적의 소액주주로서, 압도적인 대주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업적이 성장하는 한 경영에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 한국에 투자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문: 한국의 은행들이 일본에서 배울 점이 있는지...
답: 작년에 CRM(고객정보관리)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일본에 갔었는데, 그 정도인 것 같다. 다른 업무에서는 한.일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 최근 일본의 은행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답: 일본도 변화하고 있지만 그 스피드가 느리다. 얼마 전에 어떤 일본 국책은행 관계자와 얘기하면서 "합병후의 리스트라(인적 구조조정)는 자연스레 줄어들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한국이 근본적인 개혁을 진행시킨 데 반해, 일본은 개선에 그치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해 일본이 작금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개선이 아닌 개혁을 하라"는 게 김행장이 던진 조언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조언에 대해 대다수 일본인들도 이미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지도층의 실천력'이 부족하다는 데 지금 일본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의 고민을 보면서 단순히 기뻐할 일도 아니다. 작금의 성취에 만족해 안이해졌다가는 우리도 곧 일본의 위기에 함몰될 가능성이 농후한 때문이다. 이 정도나마 이룬 구조개혁 성과가 계속 가속도를 타도록 각계의 지원과 배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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