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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무게추

김관영 "과감히 추진하겠다"…당내 반대론 남아 불씨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연대의 열쇠를 쥔 바른미래당이 밤샘 의원총회를 거쳐 패스트트랙 추진 쪽으로 다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여야 4당 간 협상은 추가 동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 바른미래당 내 반대 의견도 상당히 강경한 편이어서, 향후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될 우려가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어제 의원총회에서) 선거제도는 합의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자체에 반대한다는 의견, 설사 패스트트랙을 하더라도 다른 법과 연계하면 안 되고 선거제도만 별도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정치개혁의 핵심인 선거제도 개혁이 너무나 중요하고 자유한국당이 그 동안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부득이하게 패스트트랙 협상에 응하라는 의견을 더 많은 의원들이 줘서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정리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공수처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대통령으로부터의 인사 독립성 확보 방안에 대한 야당의 요구가 관철되는 것을 전제로 협상에 임하라는 의원들의 위임이 있었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 원내대표의 말은 선거법 협상은 사실상 다수 의견이 형성됐고, 여당과의 협상에서 남은 쟁점은 오히려 선거법이 아니라 공수처·수사권 등 다른 개혁법안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패스트트랙이 불발될 경우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김 원내대표의 의지가 일정 부분 관철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 개정안 관련 입장에 대해 "저희가 그 동안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왔는데, 어제 의원총회를 통해 인식한 것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고정시킨 하에서는 100%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를) 다들 이해했다. 그래서 정수 300명을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75명밖에 운영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래도 비례성을 제대로 보장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거기에 역점을 두고 협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 반대 의견이 있는 데 대해 "반대하는 분들의 생각이 바뀌면 좋겠지만,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훨씬 더 많은 의원들의 의견이 '패스트트랙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안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책임 방기"라며 "지도부가 해온 방향 그대로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단 김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등으로 인한 이견 조정 문제로 인해 당초 패스트트랙 마감 시한으로 설정했던 이날(15일) 중에는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도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고비를 하나 넘긴 셈"이라며 "선거법에 대해서는 (원내대표에게) 상당히 탄력성을 부여한 의총이었다. 과거의 조건대로라면 '100% 연동형'을 관철해야 했는데, 패스트트랙으로 올리면서 의석이 300석으로 고정됐으니 그로 인해 '100%'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 범위 내에서 연동성을 최대한 반영·확대해보자고 원내대표에게 재량을 줬다"고 의총의 의미를 규정했다.

그러나 전날 의총에서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협상 추진은 당내 '다수 의견'일 뿐 당론으로 합의된 것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표에게 협상 권한을 일임한 게 아니다"라며 "어제(의원총회)는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숫자적으로는 찬성이 다소 더 많다고 해도 당론으로 의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하고 결과를 통보하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대표와 가까운 지 의원은 "'패스트트랙은 꼼수'라는 의견, '선거제도 패스트랙까지는 좋으나 다른 두 가지 법안을 연계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도 상당히 있었다"며 "숫자로 따지면 찬반이 10대 7 정도였다. 그런데 김 원내대표가 마치 공수처법·수사권 법안의 내용만 합의되면 패스트트랙에 다 합의한 것처럼 브리핑을 했는데 굉장히 유감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에 속한 다른 바른정당계 의원도 "협상 권한은 원래 원내대표가 갖고 있는 것이고, 협상 결과까지 전권 위임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선거법은 합의처리가 맞다고 보고, 패스트트랙을 한다는 것에 회의가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만약 김 원내대표가 당대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여당 및 평화·정의당과 합의를 밀어붙일 경우 "당이 급격하게 내횽에 휩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특정 안건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 위원 또는 전체 국회의원 3/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을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데에는 특정 가중다수결 요건이 없다. 패스트트랙 1호 법안이었던 사회적참사법은 재석 216인에 찬성 162인으로 본회의릍 통과했다. 때문에 최종단계에서 바른미래당 반대파 의원들이 이탈하더라도, 패스트트랙 지정 시점에서 정개특위 위원(바른미래당의 경우 김성식·김동철 의원)들만 동의한다면 처리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지도부로서는 당내 반대 의견에도 여야 4당 협상을 강행할 경우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공개 반발에 나서거나 최악의 경우 탈당 등으로 당이 쪼개지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는 만큼 고심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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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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