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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역행하는 '장대환 일병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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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역행하는 '장대환 일병구하기'

<데스크칼럼> 청와대ㆍ민주당의 착시와 오판

김대중 대통령은 오래 전 민주당과 결별을 선언했다. 민주당도 '신당'을 만들기로 했다. 외형상 관계청산이다. 그러나 장대환 총리지명자 인준청문회는 양자 사이가 아직도 끈끈한 관계임을 보여주었다.

***민주당과 청와대의 '장대환 일병구하기' 합동작전**

지난번 장상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때와는 달리 민주당은 처음부터 '장대환 일병구하기'에 적극 나섰다.

민주당은 애당초 이번 청문회 성격을 한나라당의 정권 흔들기로 규정한 느낌이다. 장대환 총리지명자를 낙선시켜 정국을 무정부상태로 몰아가고, 이 와중에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이정연 병역비리 의혹을 유야무야하려는 게 아니냐는 상황인식이다.

때문에 이번에는 장대환 총리지명자가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무정부 상태' 방어차원에서 반드시 장대환 지명자를 총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대환 총리 인준청문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의 노골적 편들기로 일관돼, TV로 청문회를 지켜본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상 지명자 부결때 분노 섞인 "통절한 심정"을 피력했던 청와대 또한 일찌감치 '경제위기론'을 제기하며 장대환 일병구하기의 전면에 나섰다.

청와대의 조순용 정무수석의 경우 "장상 전 서리에 이어 이번에도 인준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경제, 해외 국가신인도, 주식시장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박선숙 대변인도 "총리 인준은 국정의 안정적 운영과 마무리에 직결된 문제"라면서 "지금은 월드컵대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적 이미지를 높여야 할 때인 만큼 정치권과 국회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 부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에게 개인 채널을 총동원해 정치권에 협력을 요청하도록 주문했다. 한 예로 전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휴일인 25일 국회 재경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골프회동을 갖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민주당과 정부의 총력전이었다.

***민주당과 민의의 대립**

민주당과 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의 설득력 여부를 떠나 일견 절박한 속내가 이해가지 않는 바도 아니다.

장대환 지명자마저 인준 거부될 경우 실제로 심각한 정부무력화 현상이 예상되고, 그 결과 연말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그만큼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또한 "이정연 병역비리를 저지르고도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한 한나라당에게 과연 장대환 지명자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느냐"는 자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러나 이같은 대응이 또한차례 '민의'와 크게 어긋나고 있다는 데 있다.

청문회 정국때문에 잠시 관심사에서 멀어졌지만, 지금 민주당이 당면한 최대현안은 '신당 만들기'의 성공 여부이다.

'신당'은 과거의 부정이다. 민주당 간판으로는 등 돌린 민의를 되돌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최후의 대응책이 신당이다. 때문에 신당 추진세력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민의에 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장대환 인사청문회 과정에 보인 민주당의 모습은 민의와 달랐다. 장상 총리지명자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장대환 감싸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똑 부러지는 질문 하나 한 의원이 없을 지경이었다.

반면에 민의는 달랐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대표적 시민단체를 비롯해 교육단체, 여성단체, 언론단체, 노동단체 등이 잇따라 '장대환 불가(不可)' 판정을 내렸다. 평소 사사건건 대립해온 한겨레, 조선, 동아 등 대다수 언론들조차 이번에는 한 목소리로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일반 여론조사 결과도 70% 이상이 장 지명자에게는 총리자격이 없다는 쪽이다. 장상 지명자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광범위한 반대여론이다.

민주당 관계자의 표현을 빌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실제 임기 석달짜리 총리를 뽑는 일"이건만, 이처럼 여론은 전례없이 싸늘하다. 여론을 도외시한 민주당의 청문회 자세를 지켜본 국민들 사이에는 "민주당 눈에는 국민은 안 보이고, 정적(政敵)만 보이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과 민의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네가티브 전략**

신당 창당을 통해 민의를 다시 얻고자 하는 민주당의 이같은 착시현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아마도 연말 대선전략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민주당 일각에선 연말 대선에서 민의보다는 네가티브(Negative) 전략에 크게 기대를 거는 눈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규선 스캔들 하나 때문에 민주당이 총선과 지방선거를 모두 망쳤듯, 이정연 병역비리 하나만 사실로 입증하면 한나라당의 연말대선은 끝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맞는 분석일 수도 있다. 최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가 이정연 병역비리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60% 이상이 연말투표때 이 문제를 주요 고려사항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정연 병역비리를 희석시킬 수도 있는 일체의 상황전개를 미연에 차단해야 하며, 이런 맥락에서 장대환 총리지명자 인준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과연 이런 계산법이 맞는 것일까.

***네가티브 전략의 한계와 위험성**

한 정치권 인사는 이와 관련, 다음과 같은 분석을 했다.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나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나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20~30%대의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지지층 갖고는 연말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부동층을 누가 자신의 편으로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다.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크게 네가티브 전략과 포지티브(Positive) 전략 두가지다.
네가티브 전략은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시켜 유권자들이 '차선의 선택'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포지티브 전략은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현재 기존 정치권이 구사하는 전략은 주로 네가티브 전략이다. 한나라당이 지난번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도 한나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3홍 비리로 상징되는 집권세력의 부패였고, 이를 집중공략한 한나라당의 네가티브 전략때문이었다. 민주당이 이정연 병역비리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네가티브 전략 구상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포지티브 전략을 무시한 네가티브 전략만으로 과연 부동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성공 가능성도 있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체념적 투표행위를 이끌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부동층을 형성하고 있는 유권자중 대다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비판적 정치의식을 갖고 있다는 대목을 간과해선 안된다. 요컨대 포지티브 전략을 병행하지 않는 한 제3의 세력을 선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청문회 과정에 민주당이 보인 모습은 민의와 대립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청문회에 임하면서 민의를 고려한 포지티브 전략을 병행할 생각을 못한 것이다. 3홍 비리때 비리를 방어하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민심을 잃은 과정의 리바이벌이다.

민주당 지도부에게 과연 등돌린 민의를 다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자체가 궁금할 정도다. 리더십의 부재, 전략의 부재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 한나라당 역시 상대방이 만만한(?) 여성교수 출신이 아닌 언론계 사장 출신인 점을 고려한 탓인지, 장상 지명자때와 비교하면 자뭇 솜방망이 청문회로 일관한 게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청문회 석상에서만 큰소리를 쳤을 뿐, 결국은 장대환 지명자를 인준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민의 획득이 보다 절실한 쪽은 신당을 통해 변신을 모색중인 민주당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 민주당이 선택한 민의와의 대립전선이란 결과물은 더없이 안쓰러운 패착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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