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개월 사이에 '탑승자 전원 사망'이라는 추락사고를 연속적으로 일으킨 미국 보잉사의 최신 여객기 기종 '보잉 737 맥스 8'이 결국 전세계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미국민과 모든 사람의 안전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보잉 737 맥스8 기종의 운항을 중단하라는 비상 행정 명령을 내렸다. 737 맥스 시리즈인 '맥스 9'의 운항도 함께 중단한다는 이 행정명령은 즉각 발효됐다.
백악관은 "미국의 운항중단 결정은 연방항공청(FAA)과 보잉사 등 관계기관들과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방항공청(FAA)은 전날까지 "보잉 737 맥스 기종을 검토한 결과 어떠한 성능 문제(performance issues)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 항공업계의 기득권을 위해 전세계를 인질로 삼고 버틴 것일뿐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FAA는 " 두 사고가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결론에 아직 이르지는 못했다"면서 " 두 사고 사이에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에티오피아 항공은 추락 사고를 당한 여객기 조종사가 추락 직전 '통제가 안된다'면서 긴급 회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면서 "인공위성으로 추적한 새로운 데이터 역시 두 사고 기종 모두 추락 직전 '상하 좌우로 요동치는 유사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캐나다도 이날 운항 중단 결정을 발표했다. 마치 가노 캐나다 교통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새로운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와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예방조치로 이 같은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조치에 따라 국내외 모든 항공사가 운용하는 보잉 737 맥스8과 맥스9 기종 항공기의 이착륙과 캐나다 영공통과를 제한한다"면서 "즉각 효력을 가지며 새로운 조치가 발표될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 기체 결함 가능성에 휘청
지난 1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발한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8 항공기는 이륙 6분만에 추락했고 승객과 승무원 157명 전원이 숨졌다. 작년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소속 동일 기종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에티오피아 사고 바로 다음날 세계 최대 항공 시장인 중국은 가장 먼저 운항 중단 조치를 내린 이후 이틀만에 미국과 캐나다를 빼고 전세계에서 운항중단 조치가 이어졌다. 미국과 캐나다의 뒤늦은 운항중단 조치는, 전세계에서 해당 기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서 산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버텼지만, 북미 지역에서만 운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어쩔 수 없이 내린 '뒷북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추락 사고의 가장 큰 요인으로 맥스 8 기종에 도입된 자동항법시스템의 오작동 가능성이 지목되고 있다. 보잉사는 4월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운항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전세계 항공사와 탑승객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에 직면했다. 특히 보잉 737맥스 8 기종이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 추락 사고의 최대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보잉사는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로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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