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이륙한 국영 에티오피아항공의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해 승객 157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글로벌 항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불과 5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29일 인도네시아의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에어 여객기가 수도 자카르타에서 이륙 13분 만에 추락해 189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와 같은 기종에, 사고 양상 역시 판박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두 사고 모두 이륙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사고가 일어났고, 두 항공기 모두 이륙 직후 급상승과 급강하를 반복하며 고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조종사가 이륙 후 얼마 안돼 회항을 요청한 것도 공통점이다.
"사고 기종에 대한 승객 신뢰 무너졌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조사중이지만, 이 최신기종에 속력이 늦어질 경우 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체 앞부분을 자동으로 기울이는 시스템이 또다시 오작동을 일으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라이언에어 사고 이후 이 기종을 운항할 경우 자동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면 즉시 수동 모드로 전환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수동 조작하라는 것을 '아프리카 최우수 안전항공사'라는 에티오피아 항공 조종사들이 몰랐다면 오히려 놀랄 일이라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최신 기종이 1년 안에 연달아 사고를 냈다면 기체 결함 가능성이 매우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몇 개월만에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치명적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이 기종에 대한 승객의 신뢰가 무너졌다"면서 "전 세계 여행객들이 이 기종의 안전에 대해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항공당국은 자국민 8명이 사망한 이번 사고 즉시 자국 항공사들에 11일 오후 6시(현지시간)부터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보잉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보잉 737 맥스는 350대로 중국은 전체의 약 20%가량을 구매한 최대 고객이다. 라이언에어 참사를 겪은 인도네시아도 이번 사고까지 터지자 곧바로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지시켰고, 에티오피아항공도 사고 기종과 동일한 10여대의 운항을 당분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사고 기종의 규제당국인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운항중단 조치를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FAA는 12일 "안전에 영향을 주는 문제가 확인되면 즉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운항 중단 명령을 내릴 변경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422.54달러를 기록했던 보잉 주가는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개장전 거래에서 9.11 테러 사태 이후 최대폭인 12% 넘는 하락세를 보이다가 FAA의 입장이 발표된 이후 소폭 반등하며 5.33% 하락한 400.01 달러에 장을 마쳤다
보잉의 주가 하락이 일시적인 것에 그칠 것인지에 대해 항공업계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100년의 역사를 넘긴 미국의 항공업체 보잉사가 기업 존립마저 위태로운 초대형 악재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보잉 역사상 최고의 히트작이라는 보잉 737 시리즈 최신 기종이 불과 4개월여 사이에 '탑승자 전원 사망'이라는 추락 사고를 일으켰고, 사고 원인이 이 여객기의 설계 결함일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공포 속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보잉사의 주가를 30% 넘게 급등시킨 '대박 새 기종'이 돌연 회사의 문을 닫게 만들 최악의 실패작으로 급변한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보잉 737 맥스는 보잉의 베스트셀러인 737기종의 4세대 모델로, 연료 효율이 높아 주로 저비용 항공사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문계약 물량만 4661대로 2023년까지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완판'의 기록을 세워왔다.
국내에도 이미 사고 항공기가 도입돼 운행되고 있어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국내에는 이스타항공만이 두 대를 구입해 국내선과 일본과 태국 등 국제노선에 투입해 운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이스타항공에 감독관을 보내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이미 상당한 규모로 도입 계약을 맺은 국내 항공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대형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30대를 들여올 계획이며 우선 올해 6대가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은 2021년까지 10대 이상, 제주항공은 2022년부터 최대 5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행자들뿐 아니라 조종사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이스타항공 사내 게시판에는 기장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이 기종의 안전운항을 조종사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운항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다수의 직원들이 '동의합니다'라는 댓글로 호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과 에티오피아 당국처럼 보잉 737 맥스 기종에 대한 운항 중단 조치가 전세계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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