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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행장부터··· 서울은행 정리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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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정원 행장부터··· 서울은행 정리시작

'투서'가 발단, '부실예방' 업적 남긴 유능 금융인

서울은행 강정원 행장(52)에 대한 감사원의 문책 지시를 놓고 서울은행을 하나은행으로 넘기기 위한 정부 차원의 사전 정지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에 강정원 행장의 불명예 조기 퇴진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얼마전 예금보험공사에서 서울은행에 요구했던 5백여명 규모의 인적 정리 작업도 금명간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평소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해 세븐일레븐(SevenEleven)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강 행장이 감사원 문책 지시로 중도하차 위기에 처하게 된 데에는 금융계의 악명높은 구습인 '투서'가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강정원 행장, 투서로 중도하차 위기**

감사원은 서울은행 매각을 둘러싼 물밑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5월 느닷없이 감사반을 서울은행에 파견, 한달간 강도높은 감사를 벌임으로써 금융계에 여러 억측을 낳았다.

감사원이 감사반을 파견하게 된 데에는 강정원 행장에 대한 내부 투서가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감사반으로부터 행장에 대한 투서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투서는 강 행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등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한달간 감사를 통해 여러 문제점을 찾아내 공적자금 관리기관인 예금보험공사에 강 행장에 대한 문책을 지시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그 무렵이 서울은행 매각협상이 한창이던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 지난 19일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가 확정된 직후 예보에 문책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 문책 사유는 공적자금 투입 당시 체결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 불이행. 감사원이 MOU 불이행과 관련해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장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의 지적사항**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은행은 2000년 12월 공적자금 투입시 당시 6개항의 MOU에서 2001년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10.05%에서 10.5%로 올리기로 약속했으나 2001년말 현재 9.22%으로 도리어 악화됐고, 1인당 영업이익도 2억원을 목표로 정했으나 1억5천만원에 그치는 등 MOU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강정원 행장은 또 2000년 6월 은행장에 선임되면서 1년내에 GDR(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을 통해 미화 3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8명이었던 임원을 10명으로 증원하고 직원 급여를 인상해 30억원이상 지출을 늘리고,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이미지통합(CI) 명목 등 불요불급한 사업으로 92억여원을 사용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은 또 서울은행이 MOU 체결시 MOU 내용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인건비 인상을 포함해 일체의 복리후생제도를 개선하지 않기로 정부측과 약속했으나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투서의 내용대로 강행장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법인회원권을 이용해 골프를 치고 유흥주점에 출입하면서 업무추진비 2천여만원을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으나, '영업활동의 연장'이었다는 강행장의 해명을 받아들여 이는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서울은행의 항변**

이같은 감사원 지적에 대해 서울은행은 자뭇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내부 투서가 감사원 감사의 발단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으나, 강정원 행장이나 서울은행이 공적자금 투입금융기관중 대표적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집단으로 매도되는듯한 분위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가장 억울해 하는 대목은 MOU를 못 맞추었다는 대목이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MOU를 못맞춘 것은 사실이나 은행 매각을 앞두고 잠재부실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말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기존여신 1천6백73억원을 모두 부실로 털어내고 신규여신을 하지 않은 결과"라며 "예보도 불가피성을 인정하며 문제삼지 않은 대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정부정책에 따라 하이닉스에 신규지원을 해주기로 한 우리은행등 다른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지금 신규자금 지원을 놓고 큰 진통을 겪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하이닉스에 대한 신규여신을 하지 않기로 한 강정원 행장의 결단은 지금 보아도 잘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이미지통합(CI)을 명목으로 간판을 바꾸는 등 92억원을 남용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이는 당시 은행 구조개선자문을 맡고 있던 도이체방크가 1조원으로 추정되는 네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CI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함에 따라 한 것"이라고 방만경영 지적에 불만을 토로했다.

MOU 불이행 상태에서 약속을 깨고 직원 급여를 인상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난해까지 호봉 등 정기승급분을 제외하곤 임금인상을 하지 않고 올해 겨우 2.9%를 인상했을뿐"이라고 반박했다.

***재경부, "강 행장은 국내 4대 은행장중 한 명"**

감사원 문책지시에 대해 당사자인 강정원 행장은 침묵하고 있다.

어차피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으로 넘어가면 강 행장은 옷을 벗게 되리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감사원 지시로 불명예 퇴진 위기에 몰리게 된 데에는 하고픈 말도 적잖을 것이라는 게 강 행장 측근의 전언이다.

강행장은 지난 2000년 6월 정부와 연봉 5억6천만원에 3년 임기를 보장받고 50세의 나이로 국내 최연소로 서울은행장이 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씨티은행, 뱅커스 트러스트, 도이체방크 한국대표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강 행장은 취임후 지난 2년여간 6백50여명의 인원을 감축하고 은행 매각을 위해 도이체방크캐피탈파트너스(DBCP)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작업을 추진하는 등 나름대로 정력적으로 일해왔다. 그는 평소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해 세븐일레븐(SevenEleven)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강 행장 재직기간중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 대목은 재생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부실기업과의 거래를 과감히 청산함으로써 잠재부실 소지를 원천봉쇄한 대목이다. 이런 방식으로 주거래기업이던 우방건설을 부도냈고, 정부 주문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신규여신도 중단했다.

그결과 현재 서울은행에는 잠재부실이 거의 없다는 게 금융계의 평가다. 재정경제부의 변양호 금융정책국장도 우방건설 청산 등을 선도한 강정원행장을 "국내은행계의 4대 은행장중 하나"로 꼽을 정도였다.

다른 은행의 한 임원은 "강 행장이 어려운 은행을 맡아 이 정도까지 꾸려온 것은 높게 평가할 일"이라며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으로 넘어가면서 그의 퇴진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됐으나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기는 모양새가 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행장에 대한 문책지시에는 하나은행으로의 매각에 앞서 서울은행 인원을 정리하려는 정부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얼마전 예보가 말했던 5백19명의 추가감원이 단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서울은행장 문책요구에 대한 해명자료**

□동 자료는 서울은행이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의 미이행에 따른 서울은행장 문책요구에 대한 해명임.

- MOU상 자기자본비율(BIS) 목표치가 2001년말 10.5%였으나 실제 9.22%밖에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하이닉스 여신에 대한 충당금 때문임. 동행이 하이닉스 여신에 대해 전액 부채탕감(1,675억원)을 실시하면서 동 여신의 대손충당금을 100% 적립하였음. 동행도 타행들처럼 일부(10-20%)만 충당금을 적립했다면 MOU 목표치인 10.5% 이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으며, 2002년 6월말 현재 동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0.14%로 시중은행 중 상위 수준임.

- 2001년말 1인당 조정영업이익도 MOU 목표치에 미달한 것은 사실이나 2000년말 124백만원, 2001년말 152백만원, 2002년 6월 176백만원 등으로 점진적 개선이 진행되고 있음.

- 또한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은 당시 동행이 2001년 1/4분기부터 이미 매각작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GDR을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

- 이런 상황에서 당초 8명이던 임원을 10명으로 늘린 것은 도이치뱅크 경영자문단의 임원구성 추천에 따른 것임. 동행은 2001년도에는 직원의 급여인상이 없었고, 수치상의 직원급여 인상부분은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정기호봉 승급과 승진, 시간외수당 등의 지출임. 참고로 서울은행 직원들의 현재 급여는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임.

- 이와 함께 서울은행이 기업이미지통합(CI) 명목으로 92억원을 지급하게 된 것은 도이치뱅크의 경영자문에 따라 외환위기를 통해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영업력을 회복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음.

- 한편 강정원 은행장이 2000년 5월부터 금년 5월까지 2년 동안에 걸쳐 2천여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한 부분은 월 1백만원 수준의 미미한 금액이고, 또 업무활동의 연장으로 보고 감사원도 문제삼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짐.

□ 서울은행은 강정원 은행장 취임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 한편으론 선진금융시스템을 도입, 이를 전조직에 조기 정착시킴으로써 과거 5년 동안 지속된 적자구조를 흑자로 전환시켰을 뿐 아니라, 2002년 6월말 현재 ROA 0.94%, ROE 23.28%, 고정이하여신비율 1.97%, BIS비율 10.14% 등 전반적인 재무구조를 우량은행 수준으로 개선시켰음. 더욱이 이번 매각입찰 과정에서 서울은행의 주당 가치를 9,000원대 수준으로 평가받아, 공적자금이 투입된 타행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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