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16년 동안 유럽연합(EU)과 함께 주도해왔던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작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 등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브리핑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정상회담 결과를 비롯해 납치 문제 등과 관련한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스가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납치 문제에 대해 일본이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으로 본인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아야 한다고 했다"며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납치자 문제를 명분으로 한 북일 간 접촉 성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북한 인권결의안이 EU의 주도로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될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관계국 간 조정 중"이라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북한을 대상으로 한 인권결의안은 지난 2003년 유엔인권이사회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이후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채택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유럽연합과 교대로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고 이사회 상정을 주도해왔다. 특히 올해는 일본이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해야 할 시점이었다.
이에 그간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 인권 문제에 열을 올리던 일본이 돌연 올해 이같은 행태를 보인 것은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지난 2월 28일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음에도 불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 이후 기자회견에서 "다음에는 내가 김 위원장과 마주봐야 한다"고 말하며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그는 지난 1월 28일 일본 의회에서 가진 시정연설을 통해 "북한과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산케이신문>이 이날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2년 연장할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해 실제 북일 간 정상회담 추진 등 관계정상화로 가는 흐름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이같은 강온 양면 전략이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나름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뜻을 강하게 표명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일본이 북한을 정상회담으로 유도하기 위해 제재라는 카드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