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의회에서 시정연설을 가진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 "북한과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겠다"며 이를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긴밀이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 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를 안정과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발상에 사로잡히지 않는 새 시대의 근린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관계 개선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특히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서훈 국정원장과 만난 아베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해 신년 연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지난해 연설에서 그는 북한과 관련 "핵과 미사일 도발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의 이같은 의지 표명에도 불구, 북한이 일본의 대화 요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납치 문제와 관련, 양측이 일정한 접점을 이루지 못하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신년 연설에서 북한과 수교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지난해부터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내 외교전에서 일본이 더 이상 소외되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협조도 필요하다. 특히 남한의 협조는 북일 간 수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그는 지난해 4월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과 관계개선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한일 관계는 일본이 이같은 요청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초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화해 치유재단의 해산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로 인해 양국 간 갈등은 심화됐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일본 초계기 근접 비행 및 레이더 사안으로 인해 양국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아베 총리는 올해 신년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설에서 그는 한일 관계와 관련 "지금까지의 양국 간의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이러한 발언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한일 간 현안과 관련,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언급도 전혀 하지 않으면서 한일 관계를 일정 부분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아베 총리는 중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외 정책과 관련해 중국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일-중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며 "앞으로 정상 간 왕래를 반복해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청소년 교류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 국민 레벨에서의 교류를 심화하면서 일중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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