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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보가 경고한 '한국의 강제 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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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보가 경고한 '한국의 강제 퇴거'

"한국 주거권 실태 유엔 인권 수준에 크게 미달"

한국의 도심 재개발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강제퇴거가 "주거권을 총체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임으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최종권고안이 나왔다.

특별보고관은 아울러 재개발과 재건축 시 기준이 되는 "관련 법률 체계, 정책, 실행 시 국제인권기준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특별보고관은 공공기관과 개인 투자자들도 국내외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강제퇴거 등이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인권실사를 실시하라"고도 강조했다.

12일 경실련, 민달팽이유니온, 참여연대, 한국도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의 모임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이하 NGO 모임)'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최종권고안을 소개했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한국 주거권 실태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5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간 한국을 공식 방문한 바 있다.

특별보고관이 작성해 이번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보고서는 지난 4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4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공식 문건으로 채택됐다. 보고서에서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주거권 실태가 국제인권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우려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유엔 "한국 강제퇴거 절대 안 돼"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재개발과 재건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발견된다고 강조했다. 폭력을 동원해 세입자를 강제로 쫓아내는 절차가 동원되는 한국의 재개발, 재건축은 그간 궁중족발 사태 등에서 큰 문제로 거론된 바 있다.

특별보고관은 재개발, 재건축 시 발생하는 강제퇴거를 '주거권을 총체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원칙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인권을 보호하는 국가에서 강제퇴거는 아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특별보고관은 아울러 한국의 재개발, 재건축 과정이 국제인권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국제인권기준을 철저히 준수토록 권고했다.

특별보고관이 언급한 국제인권기준은 △세입자를 비롯한 모든 주민에게 협의와 참여 보장 △부담 가능하고 적정한 대체 주거지 제공 보장 △법적 구제의 제공 보장 등이다. 특별보고관은 특히 강제퇴거에 관해 "모든 대안을 모색"할 것을 권고하고 그 주체는 "국가(정부)"임을 강조했다.

특별보고관은 아울러 강제퇴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개발 사업 계획 수립 이전 단계에서 해당 사업이 거주민 인권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는가 판단하기 위해 인권실사를 실시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 유엔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주거권이 유엔 인권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특히 강제퇴거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중위소득 50% 이하 계층에 주거급여 보장해야

특별보고관은 아울러 한국의 상대빈곤선 이하 계층 중 상당수가 주거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하고, 수급 대상자를 중위소득 50% 이하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 주거급여 추가 수급자가 54만7000여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신규 진입자 수는 약 13만5000여 가구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NGO 모임은 "현실에 맞지 않는 주거급여의 기준임대료 책정 방식으로 인해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거급여 수급가구의 59%가 주거급여를 초과하는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다"며 "특별보고관 권고에 따라 빈곤층이 접근 가능하도록 저렴하고 적절한 주거 환경을 갖춘 공공임대주택을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보고관은 한국 청년층의 주거권 역시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별보고관은 청년 주거 문제 발생 주요 원인으로 적정 규제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특별보고관은 "대부분 학생과 청년이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임대료와 주거 질을 (정부가) 규제하지 않아 현 임대차 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고, 세입자가 거주 기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 강력한 규제가 가해져야 한다는 지적은 그간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반시장적이라는 정서 등으로 인해 관련 법제화 논의는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NGO 모임은 "정부가 특별보고관 권고에 따라 불법건축물, 투기와 탈세 등으로 인해 생겨나는 높은 임대료와 열악한 환경, 권리 침해 등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며 "청년층 주거 문제 해결은 민간임대시장 정상화(적정 규제)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NGO 모임은 구체적으로 국회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안을 즉시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이주민 주거권도 보장해야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장애인 주거권 역시 열악해, 장애인의 자립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탈시설지원센터 설치와 자립정착금 지원 등 장애인의 자립 지원 방안을 제시했으나, 임기 3년차인 현재까지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장애인의 주거권에 관한 보고서(A/72/129)'를 검토해 장애인의 개인적 특성과 상황, 환경과 욕구에 따른 생활지원서비스 요건을 설계"할 것을 권고했다.

A/72/128 보고서는 '인권에 기반한 존엄, 실질적 평등, 접근성, 참여,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권리, 권리에 대한 청구권, 적정 주거에 관한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다.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성소수자 주거권 역시 취약한 실정임을 지적했다.

특별보고관은 구체적으로 한국 성소수자의 경우 △파트너 사망 시 생존 파트너가 그들이 살던 주택의 소유권, 임차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성별 정체성이 주민등록증 성별 표기와 일치하지 않는 트렌스젠더는 임대 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며 △집에서 쫓겨난 성소수자 청소년이 성별분리공간인 쉼터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NGO모임에 따르면 특별보고관의 이 같은 지적에 관해 한국 정부는 2018년 특별보고관 방문 당시 '성소수자 주거권 문제는 한국 정부 주택 정책에서 중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주민의 경우 비닐하우스와 같이 최소한의 적정 주거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곳에서 주거하는 사례가 있어 외국인 거주자에게 사회보장급여와 주거급여를 차별 없이 적용하라고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특별보고관은 아울러 한국 정부에 유엔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을 권고하기도 했다.

NGO모임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를 자랑하는 만큼 한국은 모든 사람의 주거권 실현을 위해 특별보고관이 권고한 사항을 해결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문제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NGO모임은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지낸 한국 정부가 시급히 유엔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 역시 국제인권법에 따라 헌법을 해석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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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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