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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보낸 지 한달...김용균 어머니 "똑같은 현실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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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보낸 지 한달...김용균 어머니 "똑같은 현실 반복"

발족도 못한 진상규명위…"대통령도 관심 갖겠다 했지만…"

김용균 씨가 사망한 뒤, 세상이 조금은 변했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 이 사건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도 발족시키기로 했다. 직접고용은 아니지만 5개 발전사의 연로환경설비운전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고 해당 업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에도 합의했다.

김용균 씨의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이 지났다. 그의 죽음으로 어렵사리 도출된 이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진척을 봤을까.
청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12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한 후속 대책이 발전소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한 달 지났으나 진상규명위 발족도 못해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어떠한 진척도 없는 상황이다. 6월 30일까지 조사 결과를 낸다던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는 아직 발족조차 하지 못했다.

진상규명위 관련, 시민대책위와 국무조정실, 각 부처(산업통장자원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국무총리 훈령을 제정하고, 그 훈령에 의거해 위원회를 구성 및 운영하기로 했으나 법제처와 시민대책위 간 훈령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민대책위로부터 진상규명위원회 간사로 추천받은 권영국 변호사는 "진상규명위 구성 및 운영은 국무조정실과 합의된 안이나 법제처에서 훈령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의견을 내면서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사 범위를 두고 시민대책위는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화력발전소 전부를 포함하자고 하나, 법제처는 석탄발전소만을 하자는 입장이다. 또한 시민대책위는 진상규명위가 국무총리에 권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법제처는 권고가 아닌 자문 역할에 국한돼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추후 진상규명위의 권고안이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시민대책위는 위원회 활동 종료 후, 2년간 위원회 참여 인사들이 참여하는 점검단 운영을 요구하고 있으나, 법제처는 총리가 이행 상황을 점검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훈령에 이견이 생기면서 합의안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규명위가 발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

정규직 전환 위한 노사전 협의체 마련도 지지부진

발전소 정규직 전환 논의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앞서 김용균 씨가 근무했던 분야인 연료환경설비운전 업무(비정규직 436명 포함 총 2266명)는 발전소 직접고용은 아니지만 5개 발전사의 연로환경설비운전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고 해당 업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전환방식이나 임금산정 등은 5개 발전사의 '노사전 통합협의체'에서 논의, 결정하기로 했다.

경상정비 업무(비정규직 199명 포함 총 2505명)의 경우, 당시 합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 업무의 정규직화 유무 역시 추후 노사전 통합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발전소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발전 5사는 당정, 그리고 시민대책위 간 합의안이 나오기 전인 1월 23일 노사전 통합협의체 노동자대표를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참여는 배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당시 공문을 통해 정부와 정규직 전환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니 그 결과에 따라 통합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노동자대표를 선임한 것이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합의안이 나온 뒤, 노사전 통합협의체 재구성을 위해 발전 5사에 공문을 보냈으나 일절 답변을 하지 않을 뿐더러 한 달이 지나도록 전체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다"며 "재구성을 위한 회의는 노동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발전소 경상정비의 경우,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즉시 구성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도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용균 어머니 "합의안 이행 위해 정부가 나서 달라"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속이 탄다. 김미숙 씨는 "사망사고를 막을 방법을 다 알고 있지만 자본가에 의해 지금의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합의대로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씨는 "진상규명위는 왜 진행이 안 되는지 궁금하다"며 "정부는 발전소가 합의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하루 빨리 합의안이 진행되도록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대책위는 "정부와 여당은 당정 발표(합의안)가 충실히 집행되기 위해 당정 태스크포스를 운영, 집행을 점검하고 지원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당정이 발표한 내용은 현장에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가지고 살피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는 상황을 점검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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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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