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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구촌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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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구촌 '공공의 적'

제프리 삭스, 환경위기 무시하는 미국 우파 비판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달말 요하네스버그에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열리는'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세계정상회담'을 앞두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 13일자에 '미국의 오만방자함'을 꾸짖는 칼럼을 기고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환경문제에 관해 전세계의 '공공의 적'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6%를 차지하면서도 자국의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는 등 극단적인 '자국이기주의'를 자행하고 있는 미국은 이달말 개최되는 세계정상회담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도국의 금융위기를 더욱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IMF 비판론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학자다. 그러나 지난해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내며 IMF 처방을 지지한 로런스 서머스가 하버드대 총장으로 부임해 오면서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 7월 30년간 재직해온 하버드대를 떠나 컬럼비아대로 자리를 옮겨 이 대학의 지구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지구연구소는 기후변화와 질병 확산 등 환경문제를 연구하는 8개 그룹 연합체로 8백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삭스 교수는 지난해 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고문으로 임명된 이후 개도국의 빈곤과 에이즈 감염 확산 등 가난한 나라의 편에 서서 세계화 문제에 대한 처방책을 연구해 왔다.

다음은 삭스 교수가 기고한 FT 칼럼 주요내용이다.

***환경위기를 엉터리 예측이라 일축하는 미국 우파 정치인들의 한심함**

이달말 개최되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세계정상회담(WSSD)'을 비웃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돈만 쳐들이는 말뿐인 회담'이 또 시작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비난이 주로 미국의 우파 정치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들은 지난 10년 넘게 유엔이 하는 일이라면 대부분 훼방을 놓았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제는 사뭇 심각한 것이다. 미래의 환경에 대한 전세계적인 진지한 성찰에 미국만 반감을 갖고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우파 진영에서는 기후변화와 멸종, 생태계 파괴 등으로 초래된다는 위험에 대해 '과거 엉터리 예측'의 재탕이라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맬서스가 18세기말에 기근, 질병, 환경재앙에 대한 예측을 내놓은 이래 그 위험에 대해 경고는 늘 있어왔지 않는가. 그리고 언제나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를 극복해 내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간단히 반박하기 쉽지 않은 지적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재앙을 피해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선진국의 과학발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가난한 나라에 사는 수십억 인구는 맬서스가 경고한 재앙을 수시로 겪어 왔다.

매년 수백만명이 빈곤으로 죽어가고 있다. 올해도 남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지의 가뭄, 엘니뇨 등 기상이변으로 수억명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다.

게다가 기술의 진보라는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상당한 투자의 결실이다. 미국 정부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NIH), 질병통제센터(CDC), 농무부, 그리고 대학 등 미국의 식량 생산성과 의료기술과 공중보건 발전에 없어서는 안될 기관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지의 가난한 나라들은 미국과는 질병이나 농업에 관한 환경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과학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과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통합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반박은 맞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60억톤의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석탄자원만 10조톤 가량이 있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석탄에 의존하게 되면 기후변화에 따르는 위험이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석탄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마그네슘 광석으로 처리해 땅에 묻는다는 기술이 개발되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클라우스 라크너 컬럼비아대 교수가 제안한 이 방법은 독창적이긴 하지만 엄청난 연구개발비가 요구된다.

생태학적인 재앙을 피하기 위한 또하나의 방법은 급속한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것이다. 1830년까지 수천 세대가 흘러서야 10억명에 도달했던 인구가 50억명을 보태는 데는 불과 1백70년밖에 안걸렸다. 현재 추세로 보면 여자 1명당 2명씩만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2050년경이면 20억명이 또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증가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에 사는 수억명의 여자들의 출산률은 사망률을 앞지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우파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정책들을 손상시키고 있다. 가족계획에 대한 이들의 공격으로 30년에 걸친 미국의 노력이 위협받고 있으며 유엔인구기금(UNPF)을 삭감시켜 유엔의 귀중한 활동이 위축받고 있다.

가족계획이 빈곤국의 인구성장을 억제하는 유일한 정책은 물론 아니다. 광범위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가난한 여성들도 교육을 받고 취업기회가 있으며 아이들에 의료가 제공되는 환경이라면 아이를 적게 낳는다. 어린이 생존율이 높으면 부모들이 자식을 적게 낳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요하네스버그 세계정상회담에서 여성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 빈곤층에 대한 의료보장 등이 가족계획과 함께 중심의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요하네스버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면 이 회담에 참여하는 각 국 정부들은 잘 사는 나라에 사는 전세계 인구의 6분의 1뿐 아니라 나머지 개도국 사람들, 특히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전체인구의 6분의 5를 위해 '지속가능한 개발'에 따른 과제 실천을 진지하게 약속할 것이다.

또한 인구증가와 경제활동으로 초래되는 위험을 실감하고 이에 대한 과학적인 보고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을 약속할 것이다.

세계 극빈층들을 위해 식량, 의료, 가족계획, 깨끗한 식수와 위생을 제공하고 열대지방의 질병과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할 것이다.

각국 정부들은 에너지 사용량과 기후변화에 관한 합의를 좀더 쉽게 도출하게 해주는 과학기술 전파에 국경을 초월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선언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직도 풍부한 화석연료를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게 될 것이며 금세기중 청정기술들이 실용화될 것이다.

미국이 회담에 참여하건 말건 전세계는 이러한 일들을 추구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거만하게 무시했어도 각국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교토의정서를 실천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말이다.

머지 않아 미국도 자신들이 처한 국제적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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