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기로 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오전 8시 30분께 자택을 나와 광주로 출발했다.
전 씨는 오전 8시 32분 찌푸린 표정으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와 곧장 차량에 탑승해 광주로 향했다.
23년 전 내란죄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골목 성명'을 발표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별도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 지난 1995년 소환 통보를 받은 전 전 대통령은 소환 예정일인 12월 2일 자택 앞에서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골목 성명'을 발표한 뒤 경남 합천 고향마을로 내려간 바 있다.
당시 그는 "이 나라가 지금 과연 어디로 가고 있고 또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심히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12·12, 5·17, 5·18 등의 사건과 관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답변을 한 바 있고 검찰도 이에 따라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길엔 이순자 여사가 동행했다.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탑승한 차가 앞장섰고, 경찰 경호 차량, 구인장 집행을 위한 형사팀 차량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전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6개 중대 35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연희동에 5.18 관련 단체는 모이지 않았다. 자유연대·자유대한호국단 등 전 씨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 단체 회원 50여 명만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자택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5.18은 폭동·내란'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40년 전 일을 가지고 광주에서 재판하는 것은 인권 유린"이라며 확성기로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를 공개하라"고 외쳤다.
전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골목을 빠져나갈 즈음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차를 가로막기도 했다. '5.18은 성역이 아니'라는 취지의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경찰이 바로 제지에 나섰고, 이에 따라 큰 충돌이나 소란 없이 '자택 앞 상황'은 마무리됐다.
전 전 대통령 차량은 연희로를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로 향할 예정이다. 경찰은 전 전 대통령이 광주에 도착할 때까지 별도의 교통통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은 오후 2시 30분 광주지방법원 201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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