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은 오는 11일 오후 2시 30분 법정동 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은 수차례 재판 연기 요청을 하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공판준비기일은 지난해 7월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이후 두 차례 공판기일은 전 전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공전됐다.
지난해 8월 27일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고, 지난 1월 7일 재판에서도 독감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담당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구인장을 발부했고, 결국 전 전 대통령은 11일 법정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이번에 법정에 서는 것은 23년 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995년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1996년 재판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부인인 이순자 씨의 법정 동석도 신청했다. 재판부는 전 씨의 연령 등을 고려해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자진 출석과 고령을 이유로 수갑은 채우지 않기로 했다.
전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광주로 향할 예정이다. 검찰과 경찰은 재판 당일 오전 서울 자택에서 구인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전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광주지법에 도착하면 구인장을 집행하기로 했다.
11일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과 광주지법 앞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력이 투입된다. 당일 오전 7시 30분쯤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연대' 등은 연희동 자택 앞에서 '전두환 대통령 광주재판 결사반대' 집회를 연다. 200~300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평소 자택 경비 인원 외 별도의 경비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평소 전 전 대통령 자택 경비에는 의경 1개 중대(60명)가 배치됐다. 경찰은 당일 상황에 따라 경비 인력을 늘릴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은 '공개 재판'으로 진행된다. 다만 법정 내 질서 유지를 위해 참관 인원은 총 103석으로 제한됐다. 이번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방청권은 모두 동이 났다. 경찰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청사 주변도 경호할 예정이다.
'헬기 사격' 알고도 회고록에 '거짓'이라고 썼나
우선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와 검찰 조사 등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실제 있었던 것으로 입증됐다.
광주 전일빌딩 리모델링을 앞두고 건물 10층 외벽 등에서 외부에서 날아든 탄흔이 다수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호버링(hovering·항공기 등이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하던 헬기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했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5개월간 진상 조사를 통해 육군이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광주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을 했고, 공군이 무장 전투기를 대기시켰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전투 상보 등 일부 군 기록이 왜곡돼 있고 당시 조종사들이 무장 상태로 비행했을 뿐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조사에 불응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군의 다수 지시문서와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출동 헬기 40여 대 중 일부 500MD 공격헬기와 UH-1H 기동헬기에서 광주시민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도 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 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고 실제로 헬기에서 총격이 이뤄졌다고 기록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당시 광주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전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판단, 기소에 이르렀다.
전 씨 측은 그러나 '5.18은 자신과 무관하게 벌어졌으며, 알고 있는 내용도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망한 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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