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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이 말 잘들으면 내년에도 지원"

미국의 '조건부' 브라질 살리기, 브라질국민 '내정간섭' 비판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9월 브라질에게 1백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 데 이어 또다시 3백억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했다. 이와 함께 브라질의 의무적 순외환보유고를 1백억달러로 낮출 수 있도록 허용해 여기서도 50억 달러를 추가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브라질의 외환보유고는 올초 2백억달러에서 1백50억달러로 하향조정됐고 이번에 또다시 낮아진 것이다.

이로써 2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공공부채로 디폴트 직전에 몰렸던 브라질은 일단 발등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IMF가 내건 전제조건을 들여다보면, 과연 브라질 위기가 근원적으로 진정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IMF구제금융 이외에는 달리 방책이 없던 브라질은 IMF 최대주주인 미국이 브라질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브라질 헤알화가 폭락하는 등 경제위기가 가속화됐다. 특히 지난주 폴 오닐 미재무장관은 오는 10월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노동당 후보의 성향과 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런 상황하에서는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닐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지난주 브라질 헤알화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남미경제의 도미노 붕괴현상이 가속화되자 미국은 황급히 '선지원 후보장' 방침으로 입장을 바뀌었다. 그대로 두다가는 남미경제가 동반붕괴, 미국까지도 흔들릴 위험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지난 4일 은행업무가 중단될 정도로 금융위기가 심각한 우루과이에 대해 미정부가 사상최초로 15억 달러를 긴급지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브라질에도 3백억달러의 IMF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을 그냥 주기로 한 것이 아니라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03년 경제성장률을 매분기 최소한 3.75%는 유지하고 2004~2005년 정부 예산도 비슷한 수준의 흑자를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또한 IMF는 내달초 이사회에서 15개월에 걸쳐 지원될 이번 구제금융 가운데 80%는 '내년'에 집행하는 조건을 붙이기로 했다.

오는 10월 치러질 차기 대선에서 노동당등 중도좌파 후보의 집권이 유력시되는 만큼 미국으로서는 차기 대통령의 채무상환 약속을 보장받아야만 추가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단 것이다. 요컨대 브라질 차기정권의 발목에 족쇄를 단 셈이다.

브라질 재무장관 등 IMF 노선에 충실한 현 브라질 정부 각료들은 이에 대해 "주요 대선 후보들과 이 문제에 관해 협의가 진행 중이며 차기 후보들도 지원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후보와 브라질 지식층은 미국의 이같은 전제조건을 'IMF를 통한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투자자들은 신규 구제금융 지원 방침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금융위기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8일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만 1백14억 헤알이며 올해말 만기채권도 1천억 헤알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말까지 1천5백억 헤알의 채권을 신규발행해야 하는데, 국가채권의 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급락한만큼 주로 국내 채권발행시장에 의존하는 브라질로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9월 설정된 1백50억 달러 구제금융중 1백40억 달러를 이미 인출해 썼다. 오는 12월 인출기한이 끝나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는 우선 1백10억 달러를 갚아야 하는 형편이다.

브라질 위기는 IMF의 추가구제금융 제공 발표로 일단 발등의 급한 불은 껐으나, 몸 주위에서 거세게 타오르고 있는 불길은 잡지 못한 상태다. 브라질 위기가 여전히 지구촌 경제의 시한폭탄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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