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팀이 월드컵 대회에서 연승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반면, 조국 브라질은 지금 또다시 파국의 위기를 맞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번 브라질의 금융위기는 올 10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진보적인 노동당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데 대한 외국자본의 이탈 움직임에 기인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페드로 말란 브라질 재무장관은 "IMF와 지난해 9월 합의한 1백50억달러의 신용 사용한도에 따라 1백억달러의 특별인출권(SDR)을 차입할 방침"이라면서 "이를 재원으로 앞으로 2년동안 갚아야 할 30억달러의 채권을 조기 상환할 계획"이라고 13일 발표했다.
그는 또 "IMF로부터 외환보유고 가운데 최고 2백80억달러를 사용할 수 있는 승인을 받도록 할 것"이라면서 "외환보유 하한선도 기존의 2백억달러에서 1백50억달러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브라질 당국이 통화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5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직접 개입할 방침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브라질 금융시장은 최근 몇주 사이 채권과 통화 가치가 8개월래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크게 동요하고 있다.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태의 여파다.
특히 오는 10월 치러지는 대선를 앞두고 노동당 후보인 룰라 다 실바가 여론 조사결과 경쟁자보다 2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는 소식에 외국 투자자들이 우려를 하고 있다는 대목도 금융 불안의 큰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 실바 후보는 평소 "집권하게 되면 브라질의 대외부채를 재협상하겠다"면서 대외부채에 대한 지불유예 가능성을 공언해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년 사이에 브라질의 부채는 3천4백40억 달러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80%에 해당한다. 브라질의 헤알화는 12일 달러당 2.795헤알까지 폭락했다가 13일 말란 재무장관의 성명이 발표되자 2.709헤알로 가치가 회복됐다. 채권도 2014년 만기 채권수익률이 13일 오후 16.6%로 낮아졌다. 일단 발등의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미국의 테일러 재무차관은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전제, "브라질의 인플레와 재정정책, 펀더멘털(경제기초여건)이 좋다"면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브라질로 확산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고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테일러 차관은 "대선과 관련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브라질에서의 노동당 정부 출현 가능성에 대해 내정간섭적 우려 발언을 했다. 브라질의 금융권에서도 "정치적 불안이 금융시장 동요의 주요 원인중 하나"라며 말란 재무장관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오랫 동안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브라질 사태는 외국계자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정치적 독립성'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중 하나라는 점에서 우리 또한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이라 하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