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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와 은행이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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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와 은행이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기고] 김종철의 <금융과 회사의 본질> 서평

서강대 김종철 교수의 역작 <금융과 회사의 본질>(개마고원)이 세상에 나왔다. 김종철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말 그대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기둥이라 할 주식회사 제도와 금융 제도와 대의제의 본질과 모순과 한계를 폭로하고 직격한다.

김 교수는 지금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인 주식회사 제도와 금융제도와 대의제를 조금 개선하거나 다소 개혁하는데에 조금의 관심도 없다. 그는 오직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건설적으로 전복하고, 발전적으로 지양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다.

김 교수는 이 거대한 지적 작업을 위해 철학과 역사학과 정치학과 경제학을 동원한다. 그는 주식회사 제도와 금융제도와 대의제가 성립하고 가동할 수 있는 철학적 토대가 로크(바로 그 위대한 로크)적 'property'와 이 property를 소유하는 관념적 산물로서의 'person'의 창조라고 본다.

▲ <금융과 회사의 본질>, 김종철 지음, 개마고원 펴냄. ⓒ개마고원
김종철 교수에 따르면, 로크적 관념의 유희에 의해 '재산권과 계약권(채권)의 이종교배'와 '법인격에의 책임 부여'가 가능해졌고, 이에 기반해 주식회사 제도와 금융제도가 구동할 수 있다. 주식회사에서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면서 채권자라는 이중의 지위를 가지고 채권자로서 배당금을 수령하고, 재산권자로서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정작 회사가 청산할 때는 가진 지분만큼만 손해를 볼 뿐 회사가 지닌 부채에 대한 책임에선 완전히 면제된다. 주주 이외의 채권자들은 껍데기 뿐인 회사(바로 로크적 person에서 유래한 법인격)를 상대로 채권회수를 시도하나 대체로 헛수고에 그친다. 금융제도에서 요구불 예금은 본디 보관의 특성을(이때 예금주는 재산권자로서 무시로 보관된 예금의 출금권이 있다), 대여금은 기한의 이익이 있는 채무의 특성을(이때 대여자는 채권자로서 이자수취권이 있는 대신 기한 전에는 대여금을 회수할 수 없다) 각각 지니는데 현대 금융제도는 이둘을 섞어 이중소유권을 예금주에게 부여하고 이에 근거해 거의 무제한 신용을 확장해 양극화와 주기적 금융위기의 부화장 역할을 한다.

김종철 교수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알파와 오메가인 주식회사 제도와 금융제도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취약한 이론적, 철학적 토대 위에 서 있는 바벨탑인지를 논증(그가 보기에 현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치명적 문제점은 '권리와 책임의 극단적 불일치'와 '사회적 가치의 사유화'다)한 후 이를 지양(aufheben)할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대안들의 스케일이 또한 광대무변하다.

김 교수는 주주를 채권자로만 위치짓고, 노동자들이 이사진을 선임케하며, 국회 및 시민사회 등에서 선출된 감사들로 이사진을 견제케하고, 기본자산제를 통해 노동자들이 회사를 협동조합으로 변화시키는 정책패키지를 현 주식회사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상상력의 보루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는 것 중 단연 우뚝한 것이 '기본자산제'다. 그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채무변제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일정 규모의 기본자산을 제공하자고 주장하면서, 그 재원은 상속재산과 토지보유세 등에서 마련하자고 주창한다. 상속재산의 형성에는 사회의 기여가 압도적이며, 상속제도의 발본적 혁파 없이 세습불평등의 해소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토지 등의 천연자원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것이며, 토지 등 천연자원에서 발생하는 가치의 사회화 없이 양극화 해소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김종철 교수의 지적은 정곡을 찌른다. 또한 김 교수는 기본자산제를 주식회사의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의 물적 토대로 기능하게 만들 구상을 함과 동시에 채무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끝으로 김 교수는 대의제로 왜소화 된 현대 민주주의를 구원할 방도를 제시한다. 그가 제안하는 패키지는 비례대표제를 기본으로 하는 의원내각제와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3총사를 근간으로 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화학적 결합이다.

김종철 교수의 <금융과 회사의 본질>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본질적 모순점들을 집요하게 심문하며, 인간의 존엄성이 최대한 구현되는 세상을 너무나 간절히, 그러나 한없이 치밀하고 정교하게 그린다. 한 마디로 말해 그의 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극구 찬양하는 자들의 놀이터에 떨어진 폭탄이라는 점에서 일찍이 이런 책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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