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립대를 나온 30대 초반의 취업준비생이 취업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자취방에서 자살한 뒤 수일이 지나 발견됐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부러워할 30대 초반의 검사가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40대 중반의 회사 간부가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다른 회사와 합병되면서 이전 직장을 토대로 '파벌'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업무에서 배제됐는데, 이를 괴로워하며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20년간 금융회사를 다니던 김 부장은 지점장으로 승진한 뒤 지점별로 실적을 매기는 과정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정신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되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시간에 잠시 외출해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
지방지청의 한 검사가 새벽에 퇴근을 하다가 자택 엘리베이터에서 사망한 경우처럼 회사를 위해 밤낮 없이 일하다가 건강을 해쳐 과로사를 한 일도 적잖이 볼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위탁회사에서 한전이 원격 검침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전기 검침원으로 일하던 이들을 대거 구조조정 해야할 상황에 빠지자 이 업무를 담당하던 회사원이 자살을 통해 동료들의 해고를 막으려는 '이타적 자살'의 경우도 있다.
매일 매일 출근하며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받는 '회사'(공장)이라는 시스템이 발명된 것은 불과 200여 년 전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이를 거의 유일한 삶의 모델로 제공한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회사를 2번이나 퇴사한 전력의 소유자이지만, 이 책은 '탈회사 인간'으로서 대안적인 삶에 대한 희망적이거나 환상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사표는 절대 금지'(제2장)를 한 장으로 할애할 만큼, 회사가 사표를 종용할 때 절대 먼저 사표를 쓰지 말라는 조언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는 저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해 큰 화제를 모았던 칼럼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이다. (관련 칼럼 : 양지훈의 '밥과 법')
이 책은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회사원들에게 '노동자'로서 자신이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특히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화이트칼라 회사원이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노동법에 대해 소개한다. 회사와의 관계에서 늘 약자일 수밖에 없는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노동자에게 과도한 노동과 비인격적 대우가 그저 회사원의'숙명'처럼 받아들여야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궁극적으로 이런 앎이야말로 노동자 개인을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회사'(공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며, 진정 회사 문제로 고민하는 개인들에게 '나는 누구이며, 여기(회사)는 어디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지도일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쌓여야 이 책에서 거론된 회사와 연관된 안타까운 죽음들을 막을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젠가 회사를 안전하게 그만두는 방법, 일하는 동안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자기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방법'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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