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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의 '괴이한 S-oil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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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경제신문의 '괴이한 S-oil 보도'

< S-oil 속보 > 기사는 자그맣게, 해명광고는 크게

한국 유수의 경제전문신문임을 자처하는 한국경제신문의 '에쓰오일(S-oil) 사태' 보도 태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경찰이 에쓰오일 주가조작 및 분식회계 사실을 발표한 다음날인 19일 아침, 한국경제신문을 펼쳐본 독자들은 한마디로 '괴이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의 괴이한 에쓰오일 기사와 광고 배치**

전날밤 TV 뉴스들이 주요 뉴스를 취급했었고, 경제지도 아닌 일반 종합신문들까지도 대부분 1면 톱기사로 처리하거나 사회면 톱 등으로 비중있게 처리하면서 그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매일경제신문 등 여타 경제지들도 당연히 이 기사를 1면의 주요기사로 다뤘다.

지난 2년여간 국내 상장기업을 대표하는 가장 모범적 기업으로 여겨온 에쓰오일의 주가조작 및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난 만큼 당연한 지면배치였다.

그러나 단 한곳, 한국경제신문만은 그렇지 않았다.

도대체 이 기사가 어디 실렸나 하고, 한국경제신문을 한창 훑다가 간신히 기사를 발견한 곳은 39면의 사회면 하단이었다. 그것도 경찰 발표 내용만 압축해 짤막하게 싣는 데 그쳤다. 마치 그다지 주목할 가치가 없는 교통사고 기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더욱 괴이한 것은 이 짤막한 기사가 실린 바로 아랫 쪽이었다. 짤막한 기사와 맞붙은 광고면에 에쓰오일의 해명광고가 5단통으로 대문짝만하게 실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막힌 지면 배치가 독자에게 주는 뉴앙스는 한마디로 "경찰 발표는 믿을 게 못되니, 에쓰오일 해명 광고를 자세히 보라"는 식이었다.

***한경이 괴이한 편집을 한 배경은?**

한국경제신문의 이같은 기사 및 광고 처리는 분명 '의도적'이다. 신문사 밥을 하루라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기사의 크기와 배치가 편집 간부회의 등을 통해 얼마나 의도적으로 이뤄지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한국경제신문은 왜 의도적으로 에쓰오일 기사를 '죽었을까'. 또한 왜 기사 밑에다가 에쓰오일의 해명광고를 대문짝만하게 실었을까.

이같은 의문에 대한 추정은 다음 몇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첫번째 추정은, 한국경제신문측이 경찰의 발표를 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한경의 기사 및 광고 배치는 적절치 못하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경찰 발표에 의문이 생긴다면 '기사'로 의문점을 제기해야 언론이다. 경찰 발표는 최대한 짧게 쓰고, 그 밑에 해당사의 해명광고를 대문짝만하게 싣는 행태는 언론다운 접근방식이 절대로 못된다.

두번째 추정은, 에쓰오일의 로비 가능성이다. 그러나 한경의 위상을 생각하면 로비만 갖고서 이런 지면배치는 불가능했을 듯 싶다.

세번째 추정은, 그동안 한경이 해온 '에쓰오일 예찬'에 대한 자기방어 논리가 작동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언론계에서는 세번째 추정쪽에 보다 강한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한경의 '에쓰오일 예찬'은 남달랐었기 때문이다.

***한경의 남달랐던 '에쓰오일 예찬론'**

한경은 지난해 7월 에쓰오일을 '주주중시경영 우수기관'으로 선정, 상을 주고 에쓰오일의 모범성을 대서특필했었다. 이같은 에쓰오일 예찬은 최근까지도 계속돼왔다.

다음은 지난 8일자 한경의 에쓰오일 관련기사다. 이날 한경은 에쓰오일 관련기사를 두 개나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타당한 이유는 있었다. 에쓰오일이 이날 증권거래소와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로부터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선정됐었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가 주가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경영투명성이 성장성 수익성 못지않게 중요한 투자지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은 기업도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거나 대주주와 관련된 미심쩍은 내부거래 등으로 투자자 신뢰를 잃으면 한 순간에 주가폭락사태를 맞게 된다.

엔론, 월드컴 등의 회계 비리 등 기업경영의 불투명성으로 연일 하락했던 미국 증시의 최근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증권거래소와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는 최근 S-Oi 등을 각각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과 우수기업으로 선정.시상했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 국내증시를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한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에쓰오일이 얼마나 모범적 기업인가를 상세히 실었다.

"배당율 75%,주 2회 IR(기업설명회),국제 화상 이사회.
S-Oil의 주주중시 경영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S-Oil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은 고배당 경영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98년 액면가(2천5백원) 대비 50%의 배당을 실시하기 시작한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는 배당율을 75%로 높였다. 특히 지난해엔 중간배당제를 실시,주주에게 적정 이익금을 회계연도 중간에 분배했다. 올해에는 중간배당을 못했지만 대신 연말에 75%의 배당을 한꺼번에 지급한다는게 회사측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주가는 배당기준일인 연말을 앞두고 항상 주가가 강세를 나타낸다. 주식투자금 대비 배당금 비율(배당수익율)이 은행금리의 2배인 9~10%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IR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열린 IR회수는 81회에 이른다. 국내외 대형 IR 뿐만 아니라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규모가 크고 업종 특성상 매달 실적을 공개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가능하면 매달 실적 흐름을 공개한다는 원칙을 갖고있다"고 전했다.

이사회도 크게 활성화돼 있다. 이사진은 모두 16명.이중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은 외국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물리적으로 불참 등으로 인해 이사회가 원활히 가동되기 쉽지 않은 구조일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장치가 바로 화상 이사회다. 실제 지난해 7번의 이사회 가운데 5번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따라 이사회 구성원이 16명으로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사회 평균 참석율이 96%에 달했다.

사외이사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사외이사가 특정사안에 대해 한차례 수정 의견을 냈으며 회사경영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5건이나 제시했다. 또 사외이사들만의 회의도 두번이나 개최됐다.

S-Oil의 이같은 주주중시 및 투명경영 배경에는 "외국인 최대주주"라는 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주주가 사우리아라비아의 아람코로 넘어가면서 각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기업방침이 정부정책보다도 한발 앞서 실천되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예컨대 정부가 이제 추진중인 CEO(최고경영자)나 중역의 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사내 별도위원회 설치방안을 S-Oil은 이미 2년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회사 임원의 내부거래 및 자기거래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해 부당한 내부거래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한경은 이같은 장황한 칭찬에 이어 기사 말미에 자사가 이미 지난해에 에쓰오일을 모범기업으로 선정한 대목을 빼먹지 않고 강조했다.

"이런 점이 높이 평가받아 S-Oil은 지난해 7월 한국경제신문으로부터 "주주중시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작년 12월엔 아시아머니지가 선정하는 국내 경영우수기업 3위,소액주주 관리부문 최우수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WP의 양심선언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한국 언론의 전문성 부족은 새삼스런 얘기가 못된다.

에쓰오일을 국내최대 모범기업으로 뽑은 곳은 한경뿐이 아니다. 조선일보와 월간조선도 올 1월 에쓰오일의 김선동 대표이사 회장을 한국을 대표하는 CEO로 꼽았었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 그 분야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기사를 쓰다보면, 자주 범하는 실수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언론의 전문성 부족이 아니다. 신뢰성 부족이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판단되면 즉각 잘못을 시인하고 시정해야 한다. 반대로 에쓰오일의 경우 정부 발표가 잘못한 것이라면, 즉각 기사로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애매하게 편법적인 기사 및 광고 배치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넘어가려 해선 안된다.

18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그동안 자사가 기업들에 대해선 분식회계를 비난하는 글을 쓰면서도, WP 역시 암암리에 분식회계를 해왔음을 공개리에 밝히는 양심선언을 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국에서 WP와 같은 자세를 기대하기란 아직 난망한 일일까. 2002년 7월19일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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