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가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문제의 칼럼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재직시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위원장으로 선택했던 아더 레빗은 종종 로비스트들로부터 방해를 받기는 했지만 기업회계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개혁에 나섰었다.
반면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하비 피트를 차기 위원장으로 선택했는데, 피트는 '보다 친절하고 신사적인' 위원회를 약속했다. 엔론 사태 이후에도 부시 행정부는 어떠한 회계제도 개혁에도 고집스럽게 반대했다. 예를 들면 워렌 버핏같은 이들이 "수익에 연동된 경영진들의 스톡옵션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도 이를 물리쳤다.
그러면서도 지금 부시와 피트는 "월드콤에 대해서 분노한다"고 말한다.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클 옥슬리 공화당 의원은 지난 1995년에 투자자들의 소송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당시 클린턴의 거부권 행사가 아니었다면 '기업 범죄'의 물꼬를 터줄 뻔했었다.
최근 메릴린치는 애널리스트들이 개인적으로 무가치하다고 판단한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사라고 권유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옥슬리는 분노했다. 투자자를 오도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것이 잘못된 선례로 남게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 그도 월드콤에 대해서는 화를 냈다.
갑자기 이들이 '도덕적 순수성'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정행위를 한 기업들에 대한 대중의 환멸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여론조사 때문에 사태를 직시하게 됐다고 해도 환영한다. 그러나 진심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엔론닷컴이라는 웹사이트가 표현했듯 "여우들이 잃어버린 닭들을 열심히 찾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분노를 표시하는 것은 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파성이 없는 공공정책연구소(CPI)의 척 루이스의 절묘한 표현처럼 "부시는 역대 어느 최고경영자보다도 형편이 어려운 에너지 기업과 부정회계에 익숙하다."
루이스는 하켄 에너지에 얽힌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완전히 '청문회감'이다.
일전에 기업들의 사기술을 언급하면서 한 가지를 빼먹었다. 물론 엔론도 즐겨 썼던 방법으로 '자산 허위매각'이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비유해보자. 아이스크림 가게가 X회사에 낡은 배달차를 엄청난 가격으로 판다. 그리고 판매대금을 수익으로 잡는다. 그러나 X기업은 이름만 달랐지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기 전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다.
하켄 에너지 이야기로 돌아가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3월4일자 기사를 보자. 1989년 부시는 하켄의 이사회 멤버 겸 회계감사위원이었다. 부시가 이 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는 한편 이러한 지위를 얻게 된 것은 그가 최고경영자로 있으면서 막대한 부채와 적자에 허덕이는 스펙트럼 7이라는 조그만 에너지 회사를 하켄이 2백만 달러에 사들이면서부터다.
하켄이 도대체 왜 이런 손해보는 거래를 했는가에 대해 하켄의 설립자는 "그의 이름이 조지 부시쟎아"(당시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뜻. 편집자)라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하켄 자체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다. 그러나 1989년 하켄은 자회사 알로하 석유를 높은 가격에 매각한 대금으로 적자를 대부분 메울 수 있었다. 알로하를 누가 사들였나. 하켄으로부터 구매자금 대부분을 빌린 하켄 내부자들이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매매를 허위 거래로 판정하고 1989년 수익을 다시 작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정이 있기 훨씬 전에 부시는 보유 주식 3분의 2를 84만8천달러에 팔아치웠다. 기록을 위해서 덧붙이자면 최근 내부자 거래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마사 스튜어트의 주식 매각의 4배 가량이 된다.
이상하게도 부시는 즉각 신고하게 되어 있는 내부자 거래에 대해 34주가 지나도록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알리지 않았다. SEC 내부메모는 부시가 법을 어겼지만 제소하지는 않기로 결론지었다. "부시의 아버지가 당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과는 관계없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함께 딕 체니 부통령이 석유시추회사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였다는 사실을 포함하면 기업부정행위를 밝혀내는 데 현재의 행정부가 유난히 자질이 풍부하다고 말할 만하다. 부시와 체니야말로 이 문제에 대해 직접 경험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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