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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에게 웬 포상금 차등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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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에게 웬 포상금 차등지급?"

네티즌, 정부방침에 반발하며 '평등지급' 요구

2002한일 월드컵대회에서 국민염원이던 16강 진출은 물론, 세계축구계의 역사를 다시 쓰는 기적을 이룩한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포상금이 '차등지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축구팬과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섰다.

"필드에서 뛰었거나 벤치에서 대기했거나 다같이 고생한 23인의 태극전사 모두에게 공평하게 보상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일찌감치 '차등 지급' 안을 만들어두었던 대한축구협회 등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의 '규정' 때문이다. 또한 '인센티브' 차원에서도 차등지급이 맞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러나 옆나라 일본의 경우 기존의 규정을 바꿔 이번에 16강 진출을 달성한 선수들에게 '공평지급'을 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유관부처의 탄력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축구협, "어떻게 공헌도가 다른데 똑같이 줄 수 있겠나"**

그동안 대다수 국민은 23인의 자랑스런 태극전사들에게 포상금이 동일하게 지급되는 줄 알아왔다. 정부 잘못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오래 전에 '차등 지급'안을 밝혔고 오래 전에 일부 스포츠전문지 등에는 이 사실이 보도됐다. 그러나 상당수 언론이 당연히 평등하게 지급할 것으로 미뤄 짐작해 평등지급으로 보도해왔고, 그 결과 대다수 국민은 포상금이 똑같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아왔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5월19일 발표한 '포상금 지급안'에 따르면, 우리팀이 16강에 진출하면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액수는 1인당 평균 1억원으로 명기돼 있다. 이는 협회에서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와 월드컵조직위원회, 협회관계자들로 구성된 '필승대책위원회'의 결의로 정부가 따로 1억원씩을 포상한다.

또한 8강 진출 2억원, 4강 진출 3억원, 결승 진출 4억원, 우승 5억원 식으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1억원씩이 추가로 지급된다.

문제는 지급방식이다. 포상급 지급안에는 분명하게 '차등지급'이라고 적시돼 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전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미 포상금 지급안의 규정에 나와있듯 23명의 선수가 똑같은 금액을 포상금으로 받게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사회에서 선수별로 공헌도에 따라 차등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조전무는 "어떻게 공헌도가 다른데 같은 금액을 지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월드컵 대회 경기에 출장 횟수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지만 그밖에 여러가지 요소를 참고해 선수별로 평가를 거쳐 지급액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를 지킨 대기선수야말로 정부가 더욱 신경써야 할 존재**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한 네티즌은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도 출전을 대비해 혹독한 훈련을 받아왔고 상황에 따라 필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있기에 필드에 나간 선수들도 안심하고 경기에 임할 수 있고 또한 남아있는 선수들도 뛰는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한 팀으로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히딩크 감독은 한국팀을 이끌면서 '특정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다가는 유럽선수들을 결코 이길 수 없다'며 팀워크를 강조했고 11명의 베스트 멤버를 빨리 확정지으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수를 최대한 경쟁시켜 언제든지 교체투입할 수 있도록 평균화된 실력을 갖추도로 선수들을 지도해 왔다"면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 때 협회에서 격려금을 지급할 때면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따라서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믿고 따른 선수들이 자칫 협회측의 차등지급 처사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 익명의 축구인도 "이번에는 평등지급을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헌도가 높은 선수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도 타당성은 있으나 이번 대표팀의 경우는 다르다"며 "23명 모두가 똘똘 뭉쳐 히딩크의 '지옥 훈련'을 견뎌내 오늘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만큼 23명 모두에게 고르게 포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드에서 뛸 기회를 얻어 열심히 뛴 결과 세계축구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앞으로 많은 돈을 받고 해외로 진출하고 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정부가 주는 포상금 말고도 보상을 받을 기회는 무궁무진하게 많다"며 "따라서 출중한 기량을 갖추고도 벤치를 지켜야 했던 선수야말로 정부가 더욱 신경을 쓰고 아껴줘야 할 선수들"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에 차등지급했던 일본도 이번에는 공평하게 지급**

정부는 이번 월드컵대회 공동개최국인 일본의 대응도 참조할 만하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16강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과감한 당근책을 내놓았다.

일본축구협회는 올해 4월9일 상무이사회를 열고 일본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23명 엔트리 전원에게 1인당 1천만엔(약 1억원)의 포상금을 공평하게 지급키로 결정했다. 이는 종전 1인당 1백만엔에서 10배나 인상된 금액이다. 또 16강부터는 이길 때마다 5백만엔씩 가산돼, 우승하면 3천만엔이 넘는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했다.

당시 일본축구협회 기노모토 코조 상무위원은 "일본에서는 두 번 다시 월드컵을 개최할지 모르는 만큼 꼭 이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본축구협회도 대한축구협회처럼 지난번 프랑스월드컵 대회 때는 '차등지급'을 했었다.

그러나 개최국으로서 16강 진출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달성할 절호의 기회를 맞아 후보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보너스를 차등지급했던 프랑스월드컵 때와 달리 선수 모두에게 똑같이 보너스를 지급할 방침을 세운 것이다.

정책이나 규정은 만고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행정의 탄력적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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