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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은 왜 '스쿨 미투'에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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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은 왜 '스쿨 미투'에 침묵하나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6. 가해자 처벌과 함께 논의할 것들

2019년 2월 16일, 스쿨 미투가 제기한 학내 성폭력·성희롱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가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이들은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와 교원 대상 페미니즘 교육 실시, 가해 교원에 대한 처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오히려 비난하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사건화될 확률은 매우 낮다. 한편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가해자가 부모나 교사일 경우 '교육',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되곤 한다. 이런 환경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대다수가 신고되지도 처벌되지도 않고 있다. 게다가 학생이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은 학교에서, 교사가, 또는 아이들이 어찌 그런 '성적인' 언행을 할 수 있느냐 하며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루어지곤 한다. '폭력', '차별'이 일어나고 지속될 수 있었던 환경의 문제점은 잘 이야기되지 않게 된다.

특히 스쿨 미투의 상당수가 문제 제기하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성폭력의 경우, 생활기록부나 수행평가 등을 통해 학생의 진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교사가 행한 범죄이면서, '선생님이 설마 그랬겠어'하는 통념 속에 피해자의 호소를 의심하기 때문에, 더욱 드러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이후 각계에서 미투가 터져 나오며 학교에서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는데, 성폭력이 '대대로 이어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오랫동안 뿌리 깊게 자행되어 온 경우도 많다.

▲2월 16일 스쿨미투 집회.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억울하다는 교사들과 '신체접촉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교총

2018년 11월, 스쿨 미투 가해자로 지목받은 교사가 고발한 학생 세 명을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무분별한 스쿨 미투로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교권강화연구소라는 단체는 "(스쿨 미투로 고발된) 교사의 발언이 '교육적 차원'에서 이뤄진 건지"를 살펴 교사 징계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 1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스쿨 미투가 빗발쳐 교사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면서, 교육부가 '교육활동 중 신체접촉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미투 운동으로 인해 기계적 펜스룰이 학교 현장에 확산되고 있다"며 "무조건적으로 신체접촉을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교총은 한국의 대표적인 교사 단체이지만, 연이은 학생들의 스쿨 미투 고발에도 사과나 반성의 입장 한 번 발표한 적이 없다. 체육계 미투에 대해서만 "비록 학교 운동부 지도자(의 문제이)지만 모범이 돼야 할 교육계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냈을 뿐이다.

폭력의 가해자로 교사들이 지목됐을 때,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던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아동학대를 허용하는 수준이었던 법이 그나마 학대를 제재하기 시작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난 뒤, 여러 교사들이 아동학대 가해자로 고발되었다. 교총에서 내는 한국교육신문은 "툭 하면 '학대' 몰려 퇴출 위기"라는 제목으로, 초등학생의 소매를 잡고 흔든 교사의 행위가 학대 행위가 아님에도 '아동학대로 몰렸다' 논조의 기사를 냈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교사들의 억울함 호소는 점차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교총은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아동 관련 취업을 제한하는 법을 바꿔야 한다며 헌법소원까지 나섰다.

그런데 실상은 학교에서의 아동학대 행위가 제대로 처벌을 받고 근절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17년에는 학생들에게 살해 협박과 폭행을 가했지만 '사회상규상 위배되지 않는다'는 검찰의 판단에 따라 가해교사가 불기소 처분된 사건이 발생했다. 김포외고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각목을 부러뜨린 후 뾰족한 부분을 학생의 목에 겨누며 "찔러죽이기 딱 좋다"고 발언하였으며, 공포에 질린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대걸레로 이들을 폭행하였다. 가해 교사는 경찰 수사에 따라 특수폭행 및 특수협박 혐의로 송치되었으나, 검찰은 이를 '학생 지도 과정'이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아동학대 적용을 받는 연령이 만 18세까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중고등학생 나이의 청소년에 대한 폭력에, 특히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폭력에 무감각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체벌 등 명백하게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특히 학교는 청소년에 대한 폭력과 학대, 인권 침해에 둔감하고 관용적이다.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고 의심받는 교사 개개인들의 억울한 감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사들의 억울함만이 강조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가려지고, 피해자들은 '미성숙하고 예민한', 또는 '싸가지 없고 맞아도 싼' 존재로 취급받는 현상은 문제적이다. 교사의 폭력이나 방임 사건이 있을 때 그것을 가능케 하고 용인하고 조장한 학교 문화와 제도는 도전받지 않고, 지목된 가해 교사 혼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도 불합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을 감면하고 학생들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 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더불어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일이다.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필요한 변화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쉽게 하대하고 '급식충'과 같은 청소년에 대한 조롱이 만연해있다. 많은 경우, 청소년 피해자들의 호소보다는 억울하다는 어른들의 불만이 더욱 가치 있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음에도, 스쿨 미투 고발자들이 무엇보다 제대로 된 처벌을 목 놓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드러나지 않고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그들이 수합한 스쿨 미투 사건 36건 중 학생이 학교로 신고했던 6건은 가해교사들이 경징계만 받았다. 중징계를 받은 경우는 학생이 학교가 아닌 경찰로 도움을 청했던 경우였다. 학생이 학내의 문제를 외부로 알리면 "학교 안의 일을 왜 외부로 발설하냐"고 비난받는데,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피해 학생들이 경찰과 언론 및 SNS 등 학교 외부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는 것이다. 학교에 먼저 알려지면 피해자만 불이익을 당하고 사건은 무마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스쿨 미투를 비롯해 각종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상당수가 사건을 SNS를 통해 고발하는 것을 택한다. 학교에는 도움을 청할 데가 없고, 교육청은 신뢰롭지 못하다. 그렇지만 경찰에 신고하기에는 두렵거나 경찰과 형법을 통해 처벌하기 어려운 성격의 사안인 경우,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이 SNS이기 때문이다. 각종 제보 페이지나 가계정을 통해 익명으로 공론화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피해자에게는 보다 안전한 선택지가 된다. 그러나 SNS를 통한 고발에는 심각한 2차 피해가 따르기도 한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학교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며 피해자를 모독하는 댓글을 달고, 얼굴을 맞대고는 하지 못할 막말을 익명성에 기대 쏟아내기도 한다. 학교 측에서 SNS를 주시하면서 피해자를 지지하는 댓글을 다는 학생들을 감시하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학교 안의 문제를 학교 안에서 제기하고 공론화할 수 없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관행처럼 행해지는 '고발 학생 색출'을 금지해야 한다. 더불어 폐쇄적인 학교의 문을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단체들에 개방하고, (학교장과 교사들에 맞서) 학생 피해자를 지지해줄 수 있는 학생자치조직의 권한을 강화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청소년인권단체들은 학교 안에서의 표현의 자유 등을 보장하며, 학생회의 법적 존립 근거와 권한을 명시하고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성폭력·성희롱 등이 일어났을 때 더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피해를 고발한 학생들이 당하는 2차 피해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가해 교사가 징계를 받거나 일을 그만두는 경우, '너 때문에 선생님이 쫓겨났다'는 식의 비난이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고발 이후에도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다른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교육과정 내에 다루어야 한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피해자 당사자들 뿐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받아 변화해야 한다. 고발된 사건이 있는 학교의 경우, 구성원들이 사건을 해석할 올바른 언어를 찾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사안 맞춤형 교육과 지원을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교육활동 중 신체접촉 기준을 마련'을 요구한 교총의 행태가 문제적인 이유는, 스쿨 미투의 목소리를 학내 권력관계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이는 대신, 교사는 '학생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자 교사의 행위는 '교육활동'이라고 규정하며 기존의 위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신체접촉 기준을 지키기만 하면 교사에게는 어떠한 잘못도 책임질 일도 없게 해달라는, 책임 회피를 위한 길을 만들어달라는 무책임한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2월 16일 스쿨미투 집회.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우리는 모두 타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에 조심스러워야 한다. 부부관계나 애인관계도 그러하거늘, 교사-학생 관계도 그러해야 함이 당연하다. 어른들 사이에서 그러하듯이, 어른이 아동·청소년을 대할 때도 신체접촉은 조심스러워야 하고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불쾌해하는 학생에게 "딸 같아서, 귀여워서 만졌다"는 식의 변명을 들이대는 문화가 가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그 정도 말도 못 하냐"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며 '시민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예의를 지키게 되는 변화, 이 변화가 스쿨 미투 이후 우리의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학교 안에서도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상식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학생인권법·조례 제정 요구 또한 응답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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