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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부터 주치의제 시행하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의사 왕진 서비스 제도화하자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무척 빠르다.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가 넘으면 후기 고령사회(post-aged society)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이후, 2026년에는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24.3%로 일본, 미국, 영국과 더불어 4대 노인국가가 될 것이다.

국가는 치매만 책임진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책은 부족하다. 노인가구 중 빈곤가구가 50%를 상회하고, 노인 자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 빈곤(재난적 의료비)은 가구 지출(식료품비 제외)의 20%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2015년 노인가구 중 의료 빈곤 비율은 30.6%에 이른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면, 건강 돌봄과 의료 서비스의 요구가 높아진다. 중고령자의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지만, 노인을 위한 병원과 시설의 상당수는 노인 보건의료 측면에서 질적 수준이 낮다. 접근할 수 있는 건강지지 서비스로서 일차의료가 노인 건강 증진에서 가장 필요하며, 일차의료로부터 보건의료, 복지, 장기요양과 호스피스에 이르는 연계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의료와 복지, 장기요양 간 연계가 부족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서도 제약이 많다. 상황이 이러하니 노후에 건강 불안에 시달리고, 노년기의 삶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 어르신 대상 이동 보건소. ⓒ동해시

현 정부에서 가장 부각되는 질환이 노인성 치매이다. 정부는 선거 공약으로 치매 만큼은 국가가 책임진다고 약속했다. 그러면 치매는 책임지고, 치매의 원인이 되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책임지지 않을 셈인가? 또한 암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단지 노인성 치매라는 개별 질환을 넘어 노인 건강 관리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닌가?

치매 관리에서도 뚜렷히 드러나지만, 노인의 건강 관리에는 가족과 지역공동체와의 유대가 매우 중요하다. 노인 건강 증진은 지역 사회 중심 노인 보건의료정책의 기본적 목표와 전략을 토대로 실행해야 한다. 지역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관리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작년부터 시행사업 중인 장애인 건강 주치의제는 고령 장애인들의 건강 관리에 좋은 인프라가 되리라 기대된다.

커뮤니티케어, '살아온 마을에서 나이 들기'

지금 우리는 고령화 심화와 가족 기능의 약화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또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삶의 질 제고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들이 집, 그룹홈 등 다양한 주거 형태로 지역 사회에서 거주하면서, 욕구에 맞는 급여와 서비스를 이용하고, 지역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살아온 마을에서 나이 들기(Aging in place)'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다행히 보건복지부가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커뮤니티케어를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 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 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라고 정의한다.

앞으로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 누가 어떠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추진할지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영국, 일본 등 커뮤니티케어를 발전시켜온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은 지방 정부가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1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자치분권 종합 계획을 확정하였다. 지자체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회보험을 통해서나 혹은 세금을 통해, 이를 혼합하는 형태이든 지자체가 커뮤니티케어에 필요한 재정도 확보해야 한다.

지역에서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지역의 민간 자원도 중요하다. 물론 전문 인력의 양성에는 중앙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재활치료사, 치과위생사 등 커뮤니티케어에는 여러 전문 인력이 요청된다. 여러 건강위험에 노출되는 노인, 장애인등의 특성을 감안하면, 주민들의 의료, 복지, 돌봄, 주거 등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망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지역 사회에서의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제공 행위 자체가 잘 정의되어 있지 않다. 불법인 것도 상당히 존재한다. 중앙 정부는 법제도 개편을 통해 커뮤니티케어 시행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병원에서 제공하도록 법적으로 정의한 서비스를 지역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50여개의 법률을 개정했다.

노인 주치의제 시행하자

커뮤니티케어에서는 노인을 직접 돌보고 건강을 관리하는 개원의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개원 의사(gate keeper)가 있으면, 이를 거쳐 2, 3차병원으로 연계하는 의료전달체계를 내실화할 수 있다.

수가를 지불하는 방식에서도 개혁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제공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건강보험에서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 인두제 (capitation) 성격을 가미한 비용 지원이 요청된다. 이는 경영의 어려움이 있는 개원의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는 수가가 등급별 월 한도액에서 방문 요양과 통합되어 있다. 요양서비스 외에 방문간호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있다.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방문 간호, 왕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 건강보험제도의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래야 지역주민들이 여러 커뮤니티케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주치의를 중심으로 여러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는 유기적인 연계망도 필요하다.

격리된 대형시설에서 지역 사회로 이주가 좋은 삶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지역 사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 의료, 복지, 돌봄, 주거, 이동, 일자리 등에 대한 지원이 촘촘해야 하며, 이들 기능이 유기적이고 유연하게 작동해야 한다. 둘째, 지역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이웃으로 포섭하는 치료적 지역 사회가 돼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커뮤니티케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선진 외국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2026년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바로 앞두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의료비는 65세 미만에 비해 의료비가 4.5배나 많다. 한 연구에서는 2020년부터 건강보험 적자가 19조 원 발생하고 2060년에는 무려 692조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예상하였다. 이대로 둔다면, 노인의료비 증가는 건강보험의 대규모 적자를 가져와 의료 대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

우선 의료비 증가의 위험이 큰 고령층부터 사전 건강 관리를 통해 의료비 급증을 막아야 한다. 노인들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부터, 75세 이상 초고령층부터 건강 돌봄과 의료서비스(주치의)를 제공하자.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가능한 지역에서부터 고령노인들에 대한 주치의제를 시행하고, 이를 위한 의료체계도 정비해 나가자.

(임종한 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는 인하대학교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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